2024 삼성화재배 결승 2국에서 대국 중인 딩하오(오른쪽)와 당이페이. [사진 한국기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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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하오가 삼성화재배 결승 2국에서 반격에 성공했다.
21일 경기도 고양시 삼성화재 글로벌 캠퍼스에서 열린 2024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결승 2국에서 딩하오(24) 9단이 당이페이(29) 9단에 흑 187수 시간승을 거두고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결승 1국에서 대역전극을 이뤄낸 당이페이가 ‘크레이지 회춘 모드’였다면, 결승 2국의 딩하오는 ‘앵그리 딩하오’의 모습이었다. 전날의 역전패가 분해서 잠을 못 이룬 게 분명했다. 딩하오는 초반부터 강수를 연발했다. 세 번째 착수 만에 좌하귀 삼삼에 침투한 것을 시작으로 반상 곳곳에서 들이대고 부딪히며 판을 흔들었다. 딩하오의 초반 공세에 당황한 당이페이가 연달아 실착을 범했고, 백집이었던 좌하귀가 통째로 흑집이 되면서 형세는 초반부터 흑쪽으로 크게 기울었다.
딩하오는 우세가 확실한 데도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전날의 역전패가 느슨한 중반 운영 때문이었다고 생각했는지 바짝 쥔 고삐를 더욱 옥좼다. 난전이 거듭되던 중반전. 각자 활로를 찾아도 흑이 남는 바둑이이었으나, 딩하오는 멈추지 않았다. 무려 30점이나 되는 백 대마 사냥에 나섰다. 대마는 좀처럼 죽지 않는다. 하여 삼성화재배 결승전 같은 큰 시합에서 대마 사냥은 보기 힘든 작전이다.
설마 저 큰 대마가 잡힐까 했었는데, 정말 저 대마가 잡히기 직전까지 갔다. 딩하오는 전날처럼 실수하지 않았다. 치밀하게 포위망을 구축하고, 냉정하게 급소를 찔렀다. 활로를 찾지 못해 괴로워하던 당이페이가 마지막 1분 초읽기를 1초 차이로 놓쳤다. 시간패. 승부가 연장됐어도 희망 없는 바둑이었다. 승률 그래프는 그 순간 흑 62집 우세를 가리키고 있었다. 대마가 죽었다는 뜻이다.
딩하오는 “어제 바둑은 초조하게 둬 실수가 좀 있었다며”며 “최종국은 누가 컨디션을 잘 조절하고 체력을 유지하느냐가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당이페이는 “오늘도 포석부터 불리하게 진행됐다”며 “숙소로 돌아간 뒤 최종전 포석 준비를 하겠다”고 말했다. 결승 최종국은 22일 정오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상금은 우승 3억원, 준우승 1억원이다.
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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