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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주말마다 고교 선후배들과 공 차는 재미로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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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오경욱 서울 여의도고 동문 FC 감독이 모교 운동장에서 드리블하고 있다. 2011년 모교 동문으로 이뤄진 팀에 합류해 주말마다 녹색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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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공 차는 것을 좋아했다. 수업 중간 쉬는 시간, 점심 시간엔 어김없이 공을 들고 운동장으로 나갔다. 공부에 집중해야 했던 고교 시절에도 축구는 스트레스 해소 창구였다. 오경욱 서울 여의도고 동문 FC 감독(59)은 교수 재직 시절은 물론 사업을 하면서도 축구를 놓지 않고 있다. 축구는 삶의 활력소다.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땐 조기축구로 매일 새벽에 하는 것이었죠. 등교할 때마다 축구 하는 분들을 보면 부러웠어요. 나중에 저도 성인이 되면 해야겠다는 생각이었죠. 지금은 조기축구라기보다는 축구 동호회로 움직이며 매일 새벽이 아닌 주말에 하는 것으로 바뀌었죠. 물론 매일 새벽에 하는 분들도 아직 있기는 하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매일 공 차는 것은 쉽지 않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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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70여 명의 회원 중 명예회원 일부를 빼고 99% 여의도고 동문으로 이뤄진 여의도고 동문 FC는 매주 토요일 오후 2∼3시간 공을 찬다. 주로 모교인 여의도고 운동장에서 다른 동호회를 초청해 찬다. 가끔은 다른 동호회 구장으로 원정을 가기도 한다. 오 감독은 “우리 팀은 대회 출전은 하지 않고 순수하게 공을 차며 선후배들끼리 우의를 다지고 있다”고 했다. 고교 선후배들이 주축이다 보니 ‘회원 규율’이 세기는 하지만 축구 하나로 끈끈하게 뭉치며 경조사는 물론 생업까지 돕기도 한다.

여의도고 동문 FC는 2009년 창단했고, 오 감독은 2011년 합류했다. 1996년부터 경북 경주시 서라벌대(현 신경주대) 전자공학과 교수로 재직해서 생활권이 서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2011년 아이들 교육 때문에 서울로 이사를 오면서 바로 가입했고, 올해 임기 2년의 감독을 맡게 됐다. 그만큼 애정이 각별하다.

“학창 시절 공부했던 학교에서 축구 하는 기분 아세요? 교정이 좀 바뀌긴 했지만 제가 공부했던 교실 건물은 그대로예요. 강산이 여러 번 바뀔 시간이 지났지만 저 자신은 마치 고교 때로 돌아온 느낌이에요. 물론 이제 나이 먹어 낼모레 환갑이지만 기분은 그렇습니다. 대학 시절, 서라벌대 교수 시절에도 축구를 했지만 지금의 느낌과는 전혀 달랐죠. 동문 선후배들과 공 차는 지금이 너무 행복합니다. 제가 감독이지만 실제 지도는 여의도고 축구 선수 출신 후배들이 맡고 있죠.”

오 감독은 축구로 건강을 챙기면서 사업할 때는 ‘축구 마케팅’도 펼치고 있다. 그는 다소 이색적인 경력을 가지고 있다. 전자공학과 교수였던 그는 학교 측에서 경쟁력 있는 학과를 만들어 보라는 지시에 2008년 다이아몬드학과를 개설해 학과장을 맡았다. 그는 “평소 다이아몬드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학교 측에서도 좋은 평가를 해 학과를 만들게 됐다”고 했다. 다이아몬드학과 특성상 아프리카에서 다이아몬드 원석을 확보해 판매하는 사업도 병행했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는 중앙아프리카에 머무르며 다이아몬드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기도 했다.

“아프리카에서도 축구를 했죠. 주로 거래 은행 직원들하고 했어요. 그런데 은행은 물론 거래처에 갈 때 유명 축구팀 유니폼을 입고 가면 좋아하더라고요. 그때부터 술술 얘기가 잘 통하죠. 그래서 사업상 중요한 일이 있을 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레알 마드리드 등 유니폼을 입고 갔죠. 제가 있을 땐 박지성이 은퇴한 뒤였지만 그래도 인기가 있었죠. 박지성의 맨유 유니폼, 국가대표 유니폼을 자주 입었어요.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국 사람들은 박지성은 그 존재만으로 축구 선수 이상이라는 것을 느끼고 있어요.”

오 감독은 지난해 2월 퇴직하고 본격적으로 다이아몬드 사업을 하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원석을 사 해외에 납품하거나 국내에 들여와 가공해 판매하고 있다.

주로 수비를 보고 있는 오 감독은 “아직 건강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체력이 떨어지는 것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평소엔 틈틈이 웨이트트레이닝 스쾃과 런지, 팔굽혀펴기 등을 하며 체력을 키우고 있다. 그는 “20대부터 60대 후반까지의 동문 선후배들이 뛰고 있는데 조금만 방심하면 골을 내줄 수 있다. 나 하나 때문에 팀이 지는 일이 없도록 늘 긴장하며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 축구대표팀 미드필더 이강인(23·파리 생제르맹)의 과감한 패싱 플레이를 가장 좋아한다는 오 감독은 “수비를 보면서도 전방으로 킬 패스해 골이 터지면 마치 내가 이강인이 된 것처럼 즐겁다”며 활짝 웃었다.

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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