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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미, 안보리 ‘휴전 결의안’ 나 홀로 반대…가자에 또 등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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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질 석방 우선’ 네 번째 거부권…14개 이사국은 “유감”

하마스 “전쟁 먼저 끝나야”…가자 누적 사망 4만4000명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안 채택이 미국의 반대로 또 불발됐다. 이스라엘의 최대 지원국인 미국이 안보리에서 휴전 촉구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개전 이후 이번이 네 번째다. 가자지구 내 인명 피해가 커지는 가운데 한국을 포함한 나머지 14개 안보리 이사국은 “깊은 유감”을 표했다.

안보리는 20일(현지시간) 중동 상황을 의제로 회의를 열어 한국 등 10개 선출직 이사국이 제안한 휴전 촉구 결의안을 표결에 부쳤다. 결의안에는 전쟁 당사자들이 무조건적으로 영구적인 휴전을 할 것과 하마스에 억류된 모든 인질을 조건 없이 즉각적으로 석방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안보리 15개 이사국 가운데 14개국이 찬성했으나 상임이사국인 미국의 거부권 행사로 결의안은 결국 무산됐다. 안보리 결의안이 통과하려면 15개 이사국 중 9개국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고 미국·중국·러시아·영국·프랑스 등 5개 상임이사국 중 어느 한 곳도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아야 한다.

미국은 이전에도 가자지구 휴전을 촉구하는 안보리 결의안에 세 차례 거부권을 행사해 이를 모두 무산시킨 바 있다. 지난 3월22일 미국이 제안한 휴전 촉구 결의안은 러시아와 중국이 거부권을 행사해 불발됐다.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이 자국의 정치적 이해에 따라 거부권을 휘두르며 논의의 진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비판이 꾸준히 일었다.

개전 이후 수차례 결의안 채택 논의와 무산을 거듭한 끝에 안보리는 지난 3월25일(미국 기권)과 6월10일(러시아 기권) 두 차례에 걸쳐 가까스로 휴전 촉구 결의를 채택했으나, 유엔 회원국인 이스라엘은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미국은 이번 결의안이 휴전과 인질 석방을 연계시키지 않았다며 반대표를 던졌다. 로버트 우드 주유엔 미국 차석 대사는 “우리는 인질 석방에 실패한 무조건적인 휴전을 지지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계속 밝혀 왔다”며 “이번 결의안은 이를 포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마스에 억류된 모든 인질의 즉각적이고 조건 없는 석방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을 제외한 14개 이사국은 회의 후 공동성명을 내고 결의안 채택 불발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했다.

황준국 주유엔 한국 대사는 “즉각적인 휴전은 선택이 아니라 가자지구 내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며 “필요한 지지를 얻지 못한 것이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하마스는 전쟁이 끝나지 않는 한 인질 석방은 없다고 못 박았다. 하마스 수장 야히야 신와르의 죽음 이후 가자지구 지도자 역할을 대행하는 칼릴 알하이야는 이날 알아크사TV 인터뷰에서 “공격이 계속되는데 저항세력, 특히 하마스가 왜 포로(인질)를 돌려보내야 하느냐”며 “제정신이라면 전쟁이 계속되는데 갖고 있는 가장 강력한 카드를 버리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스라엘군은 지난달 초부터 북부 지역에 주민 소개령을 내리고 이곳을 봉쇄한 채 고강도 지상작전을 벌여 왔다. 구호품은 물론 구조대의 접근도 차단된 채 연일 고강도 폭격이 계속되며 사상자도 크게 늘고 있다. 이날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최소 48명이 숨졌고, 이튿날인 21일 새벽에도 북부 주택 5채가 공습을 받아 최소 57명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 인해 지난해 10월 전쟁 발발 후 가자지구 누적 사망자는 4만4000명을 넘어섰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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