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의사도 아니고
살려달라고 하는데 힘들어"
김진태 "단식으로 얻어낸것"
윤석열 대통령 부부 공천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가 14일 오후 공천을 대가로 정치자금을 주고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대기 장소인 창원교도소로 가기 위해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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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부부 공천개입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명태균씨가 2022년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컷오프(공천 배제)됐던 김진태 강원지사를 구제하는 과정에 자신이 개입했다고 과시하는 내용의 통화 녹음이 21일 공개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녹취 5개를 공개하며 "2022년 지방선거 전인 4월과 선거 직후 6월 중순에 김영선 국민의힘 전 의원 회계담당자 출신 강혜경씨, 제3자 등 지인과 대화한 파일"이라고 밝혔다.
녹취에는 김 지사가 자신에게 도움을 요청했다고 과시하는 명씨의 발언이 담겼다. 지난 2022년 4월 통화 녹음에서 그는 "내가 의사도 아니고 (김 지사가) 살려달라고 하는데 이제 안 할래. 너무 힘들어"라며 "(공천관리위원회) 11명 중 3명은 '김진태 컷오프하면 안 된다', 8명은 '컷오프시켜라' 이렇게 됐다"고 말했다.
명씨는 "김진태를 아까 봤는데 진짜 걷지를 못 해. 너무 떨어가지고. 그리고 서울 아무도 (김 지사) 전화를 안 받는대"라며 "한기호(국민의힘 의원·당시 사무총장)가 이야기하더래. '대통령이 정리해야 된다 네 문제는' 그래서 나한테 (김 지사) 전화가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진태 내가 살린 거야... 생명의 은인"
이후 명씨는 컷오프됐던 김 지사를 자신이 살렸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친다. 명씨는 "대통령이 세 번 말을 바꿨는데, 내가, 아니 대통령 말을 거역하는 거대한 세력이 있나. 정권 초기인데"라며 "밤 12시에 엎어가지고 오늘 아침에 완전히 박살 냈지"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정진석이가 김진태한테 전화해서 5·18하고 조계종 사과로 끝냈지"라며 "(김 지사가) 아침에 '제가 잊지 않겠습니다' 하면서 울었다"라고 밝혔다.
당시 공천관리위원장이었던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이 김 지사가 5·18 광주민주화운동 폄훼와 2015년 11월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을 보호했던 조계사에 공권력을 투입해야 한다고 발언한 부분을 사과하는 선에서 그의 공천 문제를 해결했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풀이된다.
명씨는 미래한국연구소 직원 강혜경씨와의 통화에선 "아이고, 김진태는 그거 내가 살린 거야"라며 "김진태 아는 분이 내 얘기를 하니까 (김 지사가) 벌떡 일어나 '그분이 내 생명의 은인이라고' 손을 잡고 막 흔들더래"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김진태 나보고 ‘주무시면 안 돼요’ 막 이래가 사모님 밤 12시 반에 내가 해결했잖아"라고 강조했다. 김 지사 공천에 자신이 김건희 여사를 통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뜻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명씨의 주장이 사실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당시 정치권에서도 지방선거 후보에서 컷오프됐던 김 지사가 다시 경선을 치른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여겨졌다. 2022년 4월 14일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당시 지방선거 예비후보였던 김진태 현 강원지사를 컷오프하고 황상무 전 KBS 앵커를 단수공천하기로 결정했으나, 4월 18일 이를 갑자기 번복하고 김 지사에게 경선 기회를 준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김진태 강원도지사 측은 "(컷오프 직후) 단식할 땐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이 없더니 이젠 왜 이렇게 자기가 했다는 사람이 많은지 모르겠다"며 "공천을 덜컥 받은 게 아니라, 단식농성을 통해 경선 기회를 얻은 것이다"라고 밝혔다.
박지윤 기자 luce_j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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