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교환 담합’ 첫 적용, 신중한 공정위
10월 21일 서울시내 한 은행 지점 앞에 주택담보대출 현수막이 걸려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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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부동산 담보인정비율(LTV) 정보교환 담합 사건에 대해 재심사를 결정했다. 추가 조사 등을 감안하면 정보교환 담합으로 적발된 첫 사건의 결론이 해를 넘길 전망이다.
공정위는 ‘4개 시중은행의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한 건’에 대해 재심사명령을 결정했다고 21일 밝혔다. 재심사명령은 공정위원장과 상임위원으로 구성돼 법원 1심 역할을 하는 전원회의가 검찰 기능을 하는 사무처(심사관)에 이를 다시 심사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공정위는 13일과 20일 두 차례에 걸쳐 이 사건에 대한 전원회의를 열었다.
이번 재심사 결정은 이례적인 편이다. 삼표 부당지원 혐의, 태광그룹 일감 몰아주기 혐의 등의 심사 과정에서 재심사명령이 있었다는 게 공정위 설명이지만, '기타 사유'로 재심사명령을 내린 것은 흔치 않다. 공정위 사건 절차 등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재심사명령은 △사실의 오인 △법령의 해석 또는 적용에 착오 △심사 종결 후 새로운 사실 또는 증거 발견 △기타 사유에 한해 가능하다.
실제로 공정위는 삼표 사건과 태광그룹 사건에선 핵심 증거인 정상가격 산정을 정밀하게 보완(사실의 오인)해 오라고 '핀셋 지시'했지만, 이번 사건에선 "정교하게 봐야 할 쟁점이 많다"고 열어 뒀다. 안병훈 심판관리관은 "기존 심사에 절차적 하자가 있거나 객관적 증거가 부족한 것은 아니고 심의 과정에서 나온 새로운 주장들을 추가로 확인해 보자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이 2020년 공정거래법 개정 후 신설된 '정보교환 담합'의 첫 제재 사례인 만큼 신중히 판단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공정위는 4대 은행이 7,500개에 달하는 LTV 자료를 공유해 비슷한 수준으로 맞추면서 시장 경쟁을 제한해 소비자 이익을 침해했다고 보고 있다. 은행들이 대외비인 LTV 정보를 공유하면서 담보대출 거래 조건을 짬짜미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은행들은 LTV 정보 공유가 단순 정보교환일 뿐 부당이익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그래픽=김대훈 기자 |
LTV 담합 의혹은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에서 비롯됐다. 윤 대통령이 지난해 2월 15일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은행산업 과점 폐해가 크다"며 "금융·통신 분야 과점을 해소하고 경쟁 촉진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관계 부처에 지시하자 공정위는 신고 없이 직권조사에 나섰다. 공정위는 회의 2주 만에 6개 주요 은행 현장조사에 나섰고 이동통신 3사의 판매장려금 담합 의혹도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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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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