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본법 연내 처리 길 열렸다

21대 국회에서 폐기된 인공지능(AI) 기본법이 22대 국회가 출범한 지 6개월이 다 된 시점에 상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다. 여야가 AI 기본법의 핵심 쟁점에 합의하면서 연내 법안 제정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21일 법안소위에서 여야 의원이 발의한 AI 관련 법안 19건을 병합 심사해 일괄 통과시켰다. 통과된 법안은 '금지 AI' 규정을 제외하는 대신 위험 기반 규제를 도입해 일반적인 AI보다 위험 수준이 높은 '고영향 AI'에 대한 사업자 책임을 신설한 것이 특징이다. 앞서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제시한 '고영향 AI'는 사람의 생명, 신체, 건강과 안전, 기본권 보호, 국가안보·공공복리 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AI를 의미한다. 인간 생명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기술에 관해서는 고영향 AI로 분류해 정부가 사업자에게 신뢰성·안전성 확보 조치를 요구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 법 취지다.

그동안 업계는 고영향 AI 개념과 정의를 명확하게 해 규제로 작용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청해왔다. 법안은 이 같은 요구를 반영해 기업들이 자사 AI 기술이 고영향 AI에 해당하는지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게 확인·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사업자가 고영향 AI에 대한 고지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발판도 만들어졌다. 나아가 AI 기본법에는 오픈AI 등 글로벌 AI 빅테크가 국내에서 영업할 때 정부와 소통할 수 있는 국내 대리인을 지정하도록 강제하고, AI에서 생성된 영상과 사진에 워터마크를 넣도록 규정했다.

이날 법안소위에서 통과시킨 AI 기본법은 책무와 함께 진흥 근거도 함께 담아 긍정적 평가가 나오고 있다. 법안은 정부가 AI 진흥 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AI안전연구소와 AI협회 관련 조항, AI데이터센터(AI DC) 투자 활성화, 지역균형발전 지원, 벤처 지원 등에도 나설 수 있는 근거를 포함했다. 이날 국회 과방위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는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 폐지안,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도 이견 없이 통과됐다. 단통법 폐지는 여야에서 이견 없이 추진해온 법안이다. 폐지안은 큰 무리 없이 정기국회 내 본회의를 통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소위에는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법안과 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 대표로 상정됐다. 두 의원 법안을 병합해 하나의 법안이 소위를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병합안은 단통법을 폐지하고 공시지원금제도를 없애는 대신 요금의 25%를 할인받을 수 있는 선택약정할인을 전기통신사업법에 이관해 이용자 후생을 증진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민주당 폐지안의 핵심이었던 '지원금의 차별 지급 금지' 규정은 제외됐다. 이 조항은 이동통신사가 가입 유형과 요금제 및 거주 지역 등의 사유로 부당하게 차별적인 지원금을 지급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김대기 기자 / 구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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