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판례는 상속인의 상속 대상 재산이 줄어드는 데다 가해자의 손해배상금을 연금 지급자인 사학연금·공무원연금 등이 대신 내줘야 하는 역설이 발생해 정의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대법원 전합은 21일 대학교수 A씨의 유족이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전원일치 의견으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16년 9월 오토바이를 타다 중앙선을 침범해 유턴하던 택시와 충돌해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A씨의 배우자와 두 자녀는 택시 공제사업자를 상대로 퇴직연금 일시금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사학연금법과 공무원연금법은 유족연금을 받을 수 있는 유족과 상속인을 다르게 규정하고 있다. 일부 상속인은 유족연금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유족연금을 받는 상속인의 경우 이중 지급을 방지하기 위해 손해배상금에서 해당 금액을 공제해야 한다. 이때 '상속 후 공제'와 '공제 후 상속' 중 어떤 방식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손해배상액이 달라지게 된다.
예를 들어 상속 후 공제 방식에 따를 경우 퇴직연금 일시금이 10억원이고 가해자의 책임 비율이 80%라면 손해배상액 8억원을 배우자와 자녀 2명에게 나눠준다. 배우자는 3억2000만원을, 자녀 둘은 4억8000만원을 갖는다. 그리고 배우자 몫에서 유족연금 4억원을 공제한다. 배우자는 이미 유족연금을 받았기 때문에 배상금 3억2000만원은 결국 못 받게 되지만 여전히 배상금보다 많은 액수를 받는다. 이 경우 가족들은 총 8억8000만원을 받는다.
반면 기존 판례인 공제 후 상속 방식을 따를 경우 8억원에서 우선 4억원을 뺀 다음 나머지 4억원을 상속 비율에 따라 가족이 나눠 갖는다. 배상금의 경우 배우자는 1억6000만원을 받지만 자녀 둘은 2억4000만원을 받는다. 결과적으로 총 8억원만 받게 돼 손해다.
[강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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