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시니어 디지털 아카데미를 수료한 탁흥기 씨(오른쪽)가 T플랫폼 물류매니저로 일하며 고객과 소통하고 있다. 에스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1000won per hour(1시간에 1000원입니다)."
"OK, let me check the size first(네, 사이즈 먼저 확인할게요)."
유경미 씨(67)가 능숙한 영어로 소통하며 고객의 짐을 접수한다. 유씨는 '삼성 시니어 디지털 아카데미'의 심화 교육을 이수한 후 홍대입구역에서 서울교통공사 'T플랫폼' 물류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디지털 기기를 활용해 서울 지하철역 내 물류 보관시설에서 이용객의 물품 접수, 보관, 배송 등을 담당한다. 유씨는 "디지털 기기가 많아 나이 든 사람이 생활할 때 불편함을 겪는 경우가 다반사"라면서도 "다행히 아카데미에서 디지털 교육을 잘해줘서 취업까지 하게 됐다"고 말했다.
대기업 석유화학 공장에서 배관 설계 업무를 하다가 은퇴한 탁흥기 씨(65)도 명동역 T플랫폼 물류매니저로 재취업해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능숙하게 QR 코드를 찍으며 고객의 물품을 분류하는 탁씨는 2030세대 젊은 직원보다 훨씬 열정적이다. 탁씨는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설계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아카데미 교육이 큰 힘이 됐다"며 "어딘가에 소속돼 일하는 것이 정말 행복해 다른 시니어들에게도 적극 권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삼성이 지난해 11월부터 시작한 사회공헌 사업인 시니어 디지털 아카데미가 1년을 맞았다. 디지털 취약계층인 노인들의 디지털 문맹 탈출 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평가다. 수강생 중 절반이 취업에 성공한 것을 비롯해 단순히 디지털 기기를 익히는 걸 넘어 시니어가 자존감을 회복하고 경제적 자립까지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는 게 수료자들의 얘기다.
에스원을 포함한 9개 삼성 관계사(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에피스·제일기획·호텔신라·삼성웰스토리·삼성서울병원·강북삼성병원·삼성글로벌리서치)가 참여하고 있는 삼성 시니어 디지털 아카데미는 시니어에게 키오스크와 스마트폰 같은 디지털 기기 활용법을 교육해 불편함을 해소하고 일자리도 찾을 수 있게 돕고 있다.
에스원은 올해 3월부터 65세 이상 취약계층 노인 300명을 대상으로 생활 맞춤형 교육을 진행했다. 지역노인기관 소속 생활지원사 150명을 디지털 교육 전문강사로 양성했고, 이들이 직접 노인 가구를 방문해 스마트폰 사용법, 모바일 쇼핑, 모바일 금융거래를 비롯한 디지털 기기 사용법과 보이스피싱 같은 디지털 범죄 피해 예방 방법까지 일대일로 교육했다. 시니어들이 디지털 기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올해 4월부터 서울과 경기 지역에 체험센터를 개소했다. 지금까지 3400여 명의 시니어가 체험센터에서 병원 키오스크 사용, 음식 주문, 모바일 앱 예약을 비롯해 디지털 기기를 직접 체험했다.
에스원은 시니어의 경제적 어려움을 돕기 위해 취업 연계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프로그램 참가자 145명 중 절반에 가까운 72명이 취업에 성공했으며, 이들 중 58명은 디지털 역량이 필수인 서울교통공사 IT 물류매니저로 채용됐다.
대학교수 출신인 류근옥 씨(70)는 아카데미 교육을 받고 김포공항역에서 물류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류씨는 "교육을 받으면서 기초지식이 쌓이니 은퇴 후 삶에 대한 두려움이 줄어들고 자신감도 높아졌다"고 뿌듯해했다.
삼성 시니어 디지털 아카데미 운영위원인 최재성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카데미가 노인의 디지털 교육 제도를 강화하는 주춧돌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에스원은 지난 9월 삼성 시니어 디지털 아카데미를 통해 노인 세대 디지털 격차 해소와 사회 참여 증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이호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