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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1 (목)

지역 챙기느라 성장동력 외면…예산 포퓰리즘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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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제출한 677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이 국회 11개 상임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13조원 넘게 불어났다. 특히 지역화폐, 지역 철도·도로 등 선심성 예산은 증액된 반면, 소형원전(SMR) 연구개발(R&D) 등 미래 먹거리 예산은 삭감된 것으로 확인돼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예산심사소위원회는 20일 '이재명표 예산'으로 불리는 내년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지원 예산을 2조원 증액했다. 당초 정부는 이 항목의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는데 거대 야당이 막무가내로 늘린 것이다. 지역상품권이 골목상권에 활력을 불어넣어 내수진작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는 게 더불어민주당의 주장이지만, 효과가 입증된 적이 없다. 나라 곳간 사정은 안중에도 없는 거야의 '예산 폭주'다.

국토교통위원회에서는 철도·도로·신공항 등 지역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1조300억원 증액됐고,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도 농가 안정 예산이 2조2000억원 늘어났다. 표를 의식한 증액이 아닐 수 없다. 반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정부가 70억원 규모로 편성한 민관 선진 원자로 수출(SFS) R&D 예산을 7억원으로 대폭 삭감했다. 무슨 생각으로 미래 에너지시장 게임체인저로 꼽히는 소형 원전 예산을 싹둑 자른 것인지 납득하기 힘들다.

현행법상 국회가 증액 예산을 편성하기 위해서는 정부 동의를 받아야 해 아직 예산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감액·증액 심사에서 야당은 정부·여당과 힘싸움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는데, 지역구 챙기기에 급급해 미래 성장 동력을 외면하는 '예산 포퓰리즘'은 당장 멈춰야 한다.

지금 나라살림이 녹록지 않다. 2년 연속 세수결손으로 외평기금에 손을 대야 할 정도다. 국회가 예산을 정쟁 도구화하고, 지역 선심성 예산 등 구태를 반복한다면 내수침체와 민생위기는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여야는 오로지 경제와 민생 회복을 예산심사 잣대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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