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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1 (목)

내우외환 한국경제 ① 동시다발 경고들 … 낙관론은 오만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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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에 동시다발 비상 경고등이 켜졌다. 내수 부진이 길어지면서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고 있고, 증시 부진과 원화값 약세도 지속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집권 2기와 함께 높아질 보호무역 장벽은 우리 경제 버팀목인 수출마저 위협하고 있다. 그야말로 내우외환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내수 부진과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따른 대외 불확실성을 이유로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2%로 내리고, 내년 전망치도 2.0%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2%로 낮췄다. 2%까지 낮아진 잠재성장률은 2025~2030년 1% 중후반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돼 앞날도 밝지 않다. 내수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경제구조가 고착화하고 있는 셈이다. 그나마 버텨주던 수출마저 주력 업종 경쟁력 약화와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앞날을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누적된 고금리·고물가 부담과 중국의 공세 심화에 따른 기업들의 사투는 이미 시작됐다. 포스코가 1제강공장에 이어 1선재공장을 폐쇄했고, 현대제철도 포항 2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롯데케미칼 등 석유화학 업계는 3분기 일제히 적자를 냈다. SK와 CJ는 주력 사업을 매각하기로 하는 등 비상 대응에 나섰다. 기업들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은 자금시장 위기감 고조로 이어지고 있다.

경제 체질 약화를 반영하듯 주가와 원화값은 약세다. 올 들어 미국 나스닥 지수가 20% 넘게 오르는 등 주요국 증시가 일제히 상승했지만, 한국 증시만 나 홀로 뒷걸음질을 치고 있다. 달러 대비 원화값도 올 들어 7% 하락했다. 저출생·고령화와 부진한 구조개혁, 첩첩산중 규제 등 경제의 발목을 잡는 악재도 산적해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 대응에선 위기감을 찾아보기 어렵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까지 "내수 회복 조짐이 보인다"는 진단을 내놨고, 윤석열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맞아서는 "경제 활력을 증진했다"는 자화자찬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지금은 낙관론을 펼 때가 아니다. 정확한 진단을 바탕으로 단기 대응책과 중장기적 경제 체질 개선책을 내놓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다. '건전재정' 에 대한 집착 탓에 경기 대응 수단인 재정정책이 무력화하고 있다는 비판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분위기 반전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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