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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1 (목)

"앉아서 악수, 단체사진은 펑크"…일본 총리 '외교 미숙' 질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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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바 총리, 첫 외교 무대서 태도 논란…
"부끄럽다" "실례" 일본 내 비판 확산

머니투데이

15일(현지시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앉은 채로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2024.11.15/ (출처 : 일본 총리관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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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취임 후 처음으로 각국 정상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숙한 외교 매너를 선보여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21일 요미우리신문·산케이신문·마이니치신문 등 현지 언론을 종합하면 이시바 총리가 지난 15~16일 페루 리마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의자에 앉은 채로 서 있는 다른 나라 정상들과 악수하는 모습이 수차례 목격돼 자국 내 비판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실제 일본 총리 관저 누리집(웹사이트)에는 이시바 총리가 회의 테이블 의자에 앉아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 디나 볼루아르테 페루 대통령의 악수에 응하는 사진이 실렸다. 세 정상은 모두 서 있는 모습이었다.

총리 관저 관계자는 "회의가 시작되기 전이었기 때문에 외교 예절상 문제가 없다"며 "회의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리기 직전에 각국 정상들이 서둘러 인사하러 오는 경우가 자주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본 외무성 관계자는 "외교 무대에선 새 총리가 각국 정상들에게 먼저 인사를 다니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주변에서 총리에게 조언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소셜미디어(SNS)에서도 "일본의 리더로서 부끄럽지 않은 매너와 예의를 지켜달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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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15일(현지시각) 페루 리마에서 열린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2024.11.21./신화=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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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C 정상회의 기간 중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에서는 이시바 총리가 두 손으로 악수한 것도 논란이 됐다. 정상 간 대등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 두 사람 모두 오른 손으로 악수를 하는 것이 일반적인 외교 의례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선거 유세 때 유권자들과 악수할 때 버릇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이시바 총리가 APEC 정상회의 단체 사진을 찍지 못한 것도 입방아에 올랐다. 지난 9월 사망한 일본계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페루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는 일정이 갑자기 추가됐는데 교통 정체로 사진 촬영 시간에 늦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정상회의 환영행사에서 각국 지도자들이 진지한 모습으로 집중한 것과 달리 이시바 총리만 팔짱을 끼고 있는 모습, 휴대전화를 만지는 모습 등이 영상으로 전해져 일본 내에선 "총리가 외교 실례를 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총리 지명선거가 이뤄지는 일본 국회에서 졸고 있는 모습이 포착돼 여론의 뭇매를 맞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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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페루 수도 리마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 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이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다른 일정을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2024.11.21./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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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바 총리는 역대 최장수(8년 8개월) 총리로 재임한 아베 신조 전 총리나 외무상을 4년 넘게 지낸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에 비해 외교 경험이 거의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각종 태도 논란이 있지만 사전에 짜놓은 계획은 충실히 지켰다는 해석도 나온다.

전 주미대사인 스기야마 신스케 와세다대학 특명교수는 "이시바 총리가 프로토콜에 크게 어긋나는 행동은 하지 않았다"며 "정상이 수십 명 모이는 회의 전에는 처음 만나는 정상의 자리에 인사가 쇄도하기 마련이라서 앉은 채로 인사했다고 상대 국가의 마음이 상할 것이라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단체 사진 촬영에 늦는 것은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니시야마 마모루 오비린대학 준교수는 "이시바 총리의 행동 자체도 문제지만 최근 일본 정치는 비방의 대상이 되기 쉬워졌다"며 "총리로서 성과가 없는 가운데 외교 무대에서의 실수는 스스로 놀림거리를 제공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송지유 기자 cli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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