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04 (수)

상대 후보가 응원전을···일본 ‘갑질’ 지사 재선 배경, 불공정 선거전 주목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사이토 모토히코 일본 효고현 지사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갈무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쪽은 1마력, 저쪽은 2마력으로 달렸다.”

일본 효고현 지사 선거가 사이토 모토히코 전 지사(47)의 승리로 마무리된 데 대해 상대 측 후보 캠프 관계자가 21일 아사히신문에 한 말이다. 선거 과정이 불공정했다는 취지다.

사이토 지사는 현 직원의 내부 고발로 ‘갑질 논란’을 받은 인물이다. 올 9월 현의회가 만장일치로 불신임 결의안을 가결함에 따라 지사직에서 내려왔으나 지난 17일 선거를 통해 재선됐다. 다수 언론은 그의 당선 배경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선거운동을 꼽았다. 사이토 지사 본인도 당선 후 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SNS는 이번 선거에서 핵심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SNS 선거전의 중심엔 다치바나 다카시라는 인물이 있었다. 그는 정치단체 ‘NHK로부터 국민을 지키는 당’의 대표로, 이번 효고현 지사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 공식적으로는 사이토 지사의 라이벌이지만 다치바나 대표가 실제로 한 일은 사이토 지사의 선거운동이었다. 그는 유세 도중 “제게 (표를) 주지 마세요”라고 말하곤 했다. 출마 기자회견에서는 “당선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상식을 조금 뒤집고 싶다”고 했다.

경향신문

정치단체 ‘NHK로부터 국민을 지키는 당’ 대표인 다치바나 다카시 유튜브 영상 갈무리. 지난달 31일 게재된 해당 영상의 제목은 “효고현 지사 선거에 입후보했습니다”이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다치바나 대표의 ‘사이토 응원전’은 거리 연설 장소를 사전에 SNS로 공개하면서 시작됐다. 사이토 지사의 연설 전후 그는 같은 장소에서 마이크를 잡고 갑질 등 고발 내용을 가짜 뉴스라고 비판했다. 내부 고발자는 인사 불만 때문에 거짓 제보한 사람으로 매도했다. 선거 포스터에는 ‘TV 정보만 보지 말고 인터넷으로 찾아보라’ 등 문구를 적었다.

다치바나 대표는 이같은 내용을 담아 100건 이상 동영상을 게시했다.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사이토 지사 본인이 올린 영상 조회수는 119만회에 그쳤으나, 다치바나 대표가 올린 영상들의 총 조회수는 1500만회에 달했다. 우에사키 하지메 긴키대 교수는 다치바나 대표가 게시한 영상 등과 관련해 “(고발자에 대한) 허위사실이 섞인 정보가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채 사실인 것처럼 퍼져 나갔다”고 지적했다고 산케이는 전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이번 사례가 이례적일 뿐만 아니라 불공정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일본 공직선거법은 선거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후보자 1인당 선거 포스터와 차량 수 등을 제한하고 있다. 주간 문춘은 사이토 지사가 승리할 경우 다치바나 대표가 부지사가 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있었다고 보도했다. 총무성 선거과는 “법 해석상 후보자는 다른 후보의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고 설명하면서 다치바나 대표의 활동에 대해 “경찰이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일본 선거 플래너 미우라 히로시는 “본인의 당선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출마는 인정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법에 명시해야 한다”고 했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짧게 살고 천천히 죽는 ‘옷의 생애’를 게임으로!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