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국가론' 비판…유엔총회, 내달 최종 채택
만장일치 아닌 '무투표 합의'…이행력 물음표
北 투쟁방침 "무투표는 합의 주장 차단 효과"
유엔총회 제3위원회는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회의를 열고 북한인권결의안을 표결 없이 채택했다. 가결된 결의안은 내달 유엔총회 본회의에서 최종 채택될 예정이다.
찬성도, 반대도 없는 '공허한' 北인권결의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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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은 매년 상반기엔 스위스 제네바의 인권이사회, 하반기는 미국 뉴욕에 있는 총회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하고 있다. 결의안은 2003년 유엔 인권위원회(인권이사회 전신)에서 처음 채택된 뒤 올해로 22년 연속 채택됐다. 제3위원회-총회 기준으로는 2005년부터 20년째다.
유엔 차원의 결의안은 국제법상 구속력을 갖지 않지만, 국제사회의 단합된 요구가 담겼다는 점에서 이를 존중하고 따라야 할 정치적·도덕적 의무가 부여된다. 다만, 2016년부터 인권이사회·총회 모두 표결 없이 컨센서스(합의)로만 결의안을 채택하고 있다는 한계가 있다.
컨센서스는 어느 나라도 표결을 요청하지 않았을 때 결의 방식으로, 모두 찬성표를 던지는 만장일치와 다르다. 찬성도 반대도 하지 않는다면, 실제적 이행에도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과거 표결 당시에도 찬성이 압도적이었지만, 한국 정부는 표결을 적극 추진하지 않고 있다.
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시한 '북한인권 논의 저지'와 맞닿는 결론이기도 하다. 지난해 11월 탈북한 리일규 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정무참사는 최근 제네바에서 열린 '북한인권 국제대화'에서 이런 사실을 폭로한 바 있다. 당시 2016년부터 8년간 북한 외무성이 재외공관에 하달한 '투쟁 방침'의 내용이 공개됐는데, 인권 논의 정례화 등을 저지하라는 지시가 담겼다.
북한인권결의안과 관련해선 "표결 제안이 없을 경우 관례상 무투표로 채택되는 바, 이는 적들이 결의안에 대한 합의가 있었다고 주장하는 것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며 "(2015년) 70차 유엔 총회 표결 당시 반대했던 18개국에 접촉해 결의안 채택에 반대하는 발언을 하도록 교섭하라"고 주문했다. '무투표' 결의안은 국제적 합의로 보지 않겠다는 명분을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통일부 당국자는 "표결을 신청해도 북한의 (반대) 요청을 받아들일 국가 수가 감소하고 있다는 판단 아래 차라리 결의안 자체를 부정하고 무투표 채택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은) 표결 절차 생략으로 우방국에 대한 부담을 덜어준다고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문구 강화…김정은의 '두 국가론' 우려 명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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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채택된 결의안은 기존 결의에 포함되지 않았던 새로운 내용이 일부 추가됐다. 지난 연말부터 김정은 위원장이 밀어붙이고 있는 '적대적 두 국가론'에 대한 우려도 명시됐다.
제3위원회는 "북한이 올해 1월 대한민국과 통일을 더는 추구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며 "이산가족 문제를 포함한 인권 상황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인 영향을 우려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김정은 시대 '3대 악법'으로 평가되는 반동사상문화배격법·청년교양보장법·평양문화어보호법 등을 지적하며 주민들의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모든 관행과 법률을 폐지하거나 개혁할 것을 요구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두 국가론은 물론, 3대 악법에 대한 폐지 내지는 개혁 요구가 결의안에 담긴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밖에도 제3위원회는 강제노동으로 불법적인 핵·미사일 프로그램에 자금이 조달되고 있다는 점, 국가 예산이 불균형적으로 군사비에 할당되는 만큼 인권을 충분히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아울러 한국과 일본의 모든 납치 피해자가 즉각 송환돼야 한다고 촉구하며, 시민사회로부터 증언을 듣는 고위급 회의를 열라고 유엔 총회 의장에게 요구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정부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결의안 문안 협상 과정에 적극 참여해 문안을 강화하고 여러 상황에 맞는 새로운 내용들이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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