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공약은 이전 2018년 이전 주장보다도 더욱 극단적이다. 2018년에는 단순히 불법 이민자 자녀만이 그 대상이었다. 이번에는 유학생(F-1), 연구원(J-1) 비자 등 모든 임시 체류 비자 소지자 자녀까지 대상에 포함하겠다는 것이다.
즉 부모 둘 중 한 명이 시민권자나 영주권자가 아니면 미국 시민권을 부여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심지어 과거에 부여된 시민권도 소급 적용해 박탈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공약이 현실화하면 가장 큰 타격을 받는 대상은 임시 체류 비자 소지자들과 그들 자녀이다. 미국 대학에 재학 중인 유학생, 연구소 J-1 비자 소지자들이 모두 포함된다.
이들 자녀가 미국 시민권을 얻지 못하면 미국에서의 체류, 학비 혜택, 의료 혜택에서 큰 손실을 보게 될 것이다. 결국 이는 미국의 국제적 인재 유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미국은 역사적으로 다양성과 포용성을 바탕으로 세계 각국 인재들을 유치해 경제성장을 이끌어왔다. 트럼프의 출생 시민권 폐지는 단기적으로는 보수 지지층에게 매력적이지만 장기적으론 미국의 경제적 경쟁력을 약화시킨다.
트럼프답게 극단적 정책이고 그 쇼맨십은 정말 대단하다. 하지만 이 공약은 단순히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정치적 쇼로 보아도 좋다.
트럼프는 대통령의 행정명령만으로 제도를 바꿀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법적으로 실현 불가능에 가깝다. 미국 수정헌헙 14조는 ‘미국에서 태어나거나 귀화한 모든 사람에게 시민권을 부여한다’라고 명확히 규정한다.
이 조항은 노예제 폐지 이후에 확립된 중요한 헌법적 권리다. 더불어 해석 여지가 없도록 1898년 연방대법원의 Wong Kim Ark 사건에서 대법원은 “미국에서 태어난 모든 아이는 자동으로 시민권을 얻는다”라는 판례를 통해 이를 재차 확인했다.
즉 대통령의 행정명령만으로 이런 헌법적 권리를 뒤집는 것이 불가능하다. 트럼프가 출생 시민권 폐지에 진심이라면 이는 헌법개정 절차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헌법을 개정하려면 상하원에서 모두 3분의 2 이상 찬성을 받고 이후에도 50개 주 가운데 4분의 3 이상 추가 비준이 필요하다. 현재 트럼프 지지 세력은 공화당 내 강경 보수층에 한정돼 있다.
다수당인 공화당조차 상원 하원 모두 3분의 2 이상 의석은 미치지 못한다. 특히 진보 성향의 주들,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 뉴욕에서의 비준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결론적으로 법적·헌법적 현실을 고려하면 이 공약이 실현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결국 출생 시민권 폐지 공약은 트럼프의 단순한 정치적 구호에 불과하다.
이 공약은 트럼프가 강경 보수층 결집을 위해 계산한 정치적 메시지일 뿐 이를 실행할 법적 기반은 극히 부족하다. 트럼프는 지지층 결집에 매우 능한 정치인이자 사업가다.
이 공약은 치밀하게 계산된 정치 쇼이자 전략적 공약이다. 트럼프는 이 공약이 실현되지 못하면 그 책임을 민주당과 진보세력 탓으로 돌릴 것이다. 동시에 골수 지지층에는 헌법 개정을 위해 더 강력한 지지를 요구하며 결집을 요구할 전망이다.
트럼프의 출생 시민권 폐지 공약은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미국의 헌법적 가치와 이민 정책을 진정으로 바꾸려는 의도가 아닌 셈이다.
[홍창환 객원칼럼니스트(국민이주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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