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위험한 거리 (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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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시 견인해라" 성난 시민들…'도로 위 무법자' 전동킥보드 대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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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5일 서울시내 거리에 전동킥보드가 주차돼 있다. 전동킥보드와 전기자전거 등 개인형 이동장치 이용 증가하면서 관련 교통사고가 계속되고 있다. 5일 한국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형 이동장치로 인해 발생한 교통사고는 2389건이다. 사망자 24명, 부상자 2622명으로 전년도와 비슷한 수준이 이어지고 있다. 2024.08.05. kgb@newsis.com /사진=김금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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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 킥보드와 전동 스쿠터가 보행자 안전을 위협하는 '도로 위 무법자'로 전락하면서 서울시가 개인형 이동장치(PM)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전동 킥보드 규제 강화에 압도적으로 찬성하는 시민 의견을 반영해 전국 최초로 '킥보드 없는 거리'를 조성하는 한편 속도 제한을 불법적으로 해제한 PM을 뿌리뽑는 안전관리 특별대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20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의 PM 관련 민원 건수는 2021년 3만 1353건에서 지난해 14만 1347건으로 3년 만에 약 4.5배로 증가했다. 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가 집계한 PM 위법 운행 단속 건수는 개정도로교통법이 시행된 2021년 5월13일 이후 지난 8월19일까지 모두 14만 4943건에 달했다. 안전모 미착용(11만370건)은 물론 무면허(1만5453건), 음주운전(4646건), 승차정원 위반(1130건), 기타(1만 644건) 등 위법 사례가 매년 평균 5만건 안팎씩 적발되고 있는 셈이다.
서울시가 지난 9월 27일부터 30일까지 서울 거주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PM에 대한 인식과 경험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시민들의 불안과 불편함이 고스란히 확인된다. 10명 중 8명이 '전동킥보드로 불편을 경험했다'(79.2%)고 응답했고, '실제 충돌 위험을 경험했다'는 응답도 75.5%로 집계됐다.
전체 응답자의 93.5%는 '전동 킥보드 견인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는데 동의했고, '주정차 위반 전동 킥보드는 즉시 견인해야 한다'는 의견도 85.5%에 달했다. 특히 민간업체 대여 전동 킥보드를 금지해야 한다는 시민들의 의견이 75.6%의 비중을 차지했다. 전동 킥보드가 보행자의 안전을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는 만큼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서울시는 시민들의 이런 의견을 반영해 전국 최초로 사고 위험이 높은 도로의 전동 킥보드 통행을 금지하는 '킥보드 없는 거리'를 만들기로 했다. 보도와 차도가 구분되지 않은 곳 중 보행량이 많은 도로나 전동 킥보드 사고가 자주 발생한 도로, 어린이보호구역 중 어린이 통행량이 많은 도로 등을 대상으로 5개 내외 도로를 선정해 다음달부터 내년 3월까지 시범 운영에 들어간다. 윤종장 서울시 교통실장은 "시범운영 결과에 따라 점차적으로 '킥보드 없는 거리'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불법 주정차된 전동 킥보드의 경우 신고가 접수되면 유예 시간 없이 바로 견인하는 조치도 이달 계도기간을 거쳐 다음달부터 정식으로 시행한다. 지금은 민간 대여 사업자의 자율적 수거를 위해 일반 견인구역에서는 3시간의 견인 유예 시간을 부여한다. 하지만 민간업체에서 제때 수거하지 않아 보행자들의 불편이 크다. 이에 서울시는 불법 주정차 전동 킥보드에 대한 관할자치구 공무원들의 직접 견인을 확대할 계획이다.
아울러 법정 최고속도가 시속 25㎞인 PM의 속도 제한을 불법으로 해제하는 위법 행위도 원천 차단하기로 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시속 200㎞로 운행하는 전동 킥보드의 위험한 질주 영상이 공개되는가 하면, 제한 속도를 불법 해제하는 영상이 유튜브에 게시되기도 했다. 서울시는 관계 기관과 함께 속도 해제 방법을 안내하는 유튜브 영상을 접속 차단하고 KC 인증을 거치지 않은 PM의 해외 직구를 차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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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취한 전동 킥보드 "이게 차냐" 멋모른 호통…사고라도 냈다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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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동 킥보드, 대부분 보험 가입 안 돼 사고 발생시 '형사처벌' 가능성"
서울 마포경찰서에서 음주운전 단속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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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게 차냐? 말 같은 소리를 해라."
2020년 춘천지법 형사1단독 정문식 부장판사는 음주 측정 거부 혐의를 받는 A씨(37)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그는 강원도 홍천에서 전동 킥보드를 몰다 경찰의 음주 측정 요구에 불응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술에 취해 경찰관에게 "이게 차냐"라며 목소리를 높인 것으로 전해졌다.
술을 마시고 전동 킥보드 등 PM(개인형이동장치)을 몰다 적발될 경우 운전면허가 취소될 수 있다. 음주 상태에서 교통사고를 내면 가중처벌도 받을 수 있다.
정경일 법무법인 엘앤엘 대표변호사(교통사고 전문 변호사)는 "PM도 사고가 나면 교통사고로 처리된다"며 "자동차는 대부분 보험에 가입돼 있지만 PM은 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아 형사처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도로교통법상 전동킥보드와 전기자전거 등은 PM으로 분류한다.
전동 킥보드 관련 안전 의무를 위반할 경우 대부분 범칙금 처분이 내려진다. 구체적으로 △행자가 다니는 인도에서는 탈 경우 3만원 △안전모 등 보호장구 미착용 시 2만원 △동승자 탑승 시 4만원 등이다.
그러나 운전자가 업무상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교통사고로 사람을 다치게 한 경우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을 적용받아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음주운전도 마찬가지다. 전동킥보드 운전자의 음주운전은 그 자체로는 형사 처벌 대상이 아니다. 행정처분 대상으로 면허정지·취소 처분과 함께 범칙금 10만원이 부과될 수 있다.
그러나 '음주' 교통사고를 낸 경우 가중처벌을 받을 수 있다. 지난 7월 대법원은 음주 상태로 전동킥보드를 몰다 사람을 다치게 한 경우에도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을 적용해 가중처벌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서울 광화문 사거리에서 한 시민이 전동킥보드를 타고 있다./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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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씨는 2020년 10월 서울 광진구 한 도로에서 음주 후 전동킥보드를 몰다가 마주 오던 피해자를 들이받았다. 당시 B씨 혈중알코올농도는 0.144%로 만취 상태였다. 1심 법원은 특가법상 위험운전치상과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를 적용해 B씨에게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B씨는 전동킥보드에 대해 특가법상 위험운전치상죄를 적용해선 안 되고 대신 자전거로 분류하고 처벌해야 한다며 항소했다. 2심 재판부는 "특가법 조항은 자동차와 함께 원동기장치자전거를 운전하는 행위자를 행위 주체로 명시한다"며 "원동기장치자전거 중 개인형 이동장치 운전자를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판결했다.
안장을 달아 탈수 있게 설계한 '전동 스쿠터'는 음주운전 자체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전동 스쿠터엔 일반 자동차와 동일한 규정이 적용된다. 그룹 BTS(방탄소년단) 멤버 슈가는 지난 8월 술에 취해 전동 스쿠터를 몰다가 경찰에 붙잡혀 법원으로부터 벌금 15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슈가가 탄 전동 스쿠터는 PM이 아닌 원동기장치자전거로 분류된다.
정경일 변호사는 "PM 사고로 사람이 다치면 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탓에 거의 모든 경우 피해자와 합의가 필요하다"며 "특히 연말 연시에 음주상태로 PM을 운전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서울시내 보도에 전동킥보드가 넘어져 있다.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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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헌 기자 bborirang@mt.co.kr 정세진 기자 sej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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