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X트럼프]②'하드코어'로 일하라...정부에서도 통할까
과로도 불사하는 초고속 드라이브가 갈등 일으킬 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2기 행정부에서 정부효율부(DOGE) 수장으로 지명된 일론 머스크는 지난 14일(현지시간) 이러한 내용의 정부효율부 구인 공고를 냈다.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은커녕 과로에 무보수까지 각오할 지원자를 받겠다는 '당당한' 요구였다. 그동안 '기업인' 머스크가 테슬라, 스페이스X, 엑스(X·옛 트위터) 등 자신이 운영하는 기업에서 보여왔던 행보 그대로다. 일하는 내내 직원에게 '하드코어(hardcore)'를 주문하는 게 그의 스타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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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이자 개념 중 하나는 '매우 열정적이고 적극적인' 의미로 쓰이는 '하드코어'다. 그는 집투를 창업할 때 자신이 원하는 직장 문화를 설명하기 위해 이 단어를 사용했고, 거의 30년 후 트위터의 (인재)육성 문화를 뒤엎을 때도 이 단어를 사용했다. 모델 S의 생산라인이 늘어날 무렵, 그는 직원들에게 "울트라 하드코어"라는 제목의 전형적인 이메일을 발송해 자신의 신조를 설명했다."- 책 '일론 머스크' (월터 아이작슨 저)
머스크는 언제나 직접 나서 직원들에게 하드코어 방식으로 일하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공개석상에서 종종 스스로를 워커홀릭이라 칭하며 1년 중 2~3일만 쉬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2022년 트위터 인수 후에는 사무실에 침대와 수면용 조명 등을 설치해 직접 야근하는 모습을 보였다. BBC 방송 등 당시 언론에 공개된 사진을 보면 머스크는 개인 사무실 밖 직원들이 사용하는 공간에도 별도의 공지 없이 침대를 배치해 야근에 대한 무언의 압박을 가했다. 트위터의 미래 목표 조기 달성을 위해서는 "일주일에 7일, 하루 평균 12시간 교대 근무가 필요하다"며 노골적으로 직원들에게 주당 80시간 이상 근무에 대비해 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이러한 방식은 창업 초기부터 머스크가 고수하는 업무 스타일이다. 머스크는 1995년 집투의 첫 사무실을 마련했을 당시 사무실 바닥에 매트리스를 깔고 잠을 잤다. 테슬라 네바다 배터리 공장 옥상, 프리몬트 조립공장의 책상 밑에서 잠을 자는 일도 허다했다. 2018년 기자들이 '세상을 바꾸기 위해 몇 시간의 노동이 가장 적절하냐'고 묻자 머스크는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주일에 80~100시간이 적당하다"고 답했다. 본인은 주당 120시간씩 일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머스크가 정부효율부 구인 공고에서 드러낸 메시지는 미 정부에도 기업에서 했던 자신의 하드코어 업무방식을 그대로 적용하겠다는 의중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머스크의 강압적인 업무 방식은 공무원 조직사회에서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연방 직원 다수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재택근무를 유지하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재택근무 중인 공무원들의 사무실 복귀를 일부 추진하기도 했지만, 직원들이 버티고 있다. 공무원들이 몰려 있는 워싱턴DC의 지하철 승객 수가 코로나19 사태 이전 하루 70만명에서 현재 40만명으로 줄어든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머스크는 또 장시간 노동을 요구하며 비현실적인 일정에 맞춰 성과를 내놓으라고 압박하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이를 두고 머스크 측근들은 전류나 전압이 순간적으로 급격히 높아진다는 의미의 '서지(surge)'라는 용어를 붙였다. 24시간 내내 올인해야 한다는 머스크식 업무 방식을 의미한다. 이러한 머스크 스타일이 정부효율부 업무에 적용된다면 갈등은 불가피하다.
지난해 9월 출간된 머스크의 전기 '일론 머스크'에는 그가 화성 탐사를 목표로 하는 스페이스X를 운영하며 폭풍 같은 일정을 제시했던 사례가 여럿 소개됐다. 2021년 7월 스타십 비행 준비 과정이 더뎌진다고 느낀 그가 관련 직원에게 갑작스럽게 "열흘 안에 스타십의 부스터와 2단 스테이지를 제조 구역에서 꺼내 발사대에 쌓아 올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실제 비행 준비 완료 시점은 2023년 4월이었지만 실현 불가능한 일정을 제시해서라도 모두를 바짝 긴장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2022년 7월에도 스타십 엔진 테스트를 위해 부스터를 발사대에 올리는 것을 두고 직원들이 열흘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하자 당장 하루 만에 해내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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