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의 협업 필요성 주장
첨단 기술력 제고의 필요성
혁신의 중요성도 알려
[이코노믹데일리]1989년 해외여행 자유화와 함께 당시 김포공항 입국장을 통과하는 사람들 손엔 코끼리가 그려진 '밥솥'이 들려 있었다. 코끼리는 일본 가전 제조업체 조지루시 로고였고 국내에선 '코끼리 밥통'이라 불리며 인기를 끌었다. 이제는 달라졌다. 한국 밥솥이 세계로 수출되고 있고 코끼리 밥통은 일본의 기술력을 한국이 따라잡은 대표적 사례가 됐다.
과거 한국 기업이 일본을 추격해 추월에 성공한 과정을 2024년 현재 중국 기업이 밟고 있다. 저렴한 가격만 앞세워 '대륙의 실수'라는 오명을 쓰던 중국산 제품들은 이제 기술력까지 더해 한국은 물론 전 세계 기업을 빠른 속도로 좇는데서 나아가 위협하고 있다.
중국 산업이 대항해시대 이전 '실크로드'를 넘어 기술과 가격으로 무장해 '테크로드'를 확장하는 상황을 지난 5회차에 걸쳐 훑어보면 공통점이 있었다. 중국 정부는 막대한 보조금 투입 등 전방위 지원으로 기업들의 빠른 성장을 유도했고 기업들은 인구 14억여명의 거대 시장에서 기술을 확인했다.
중국 산업이 성장 궤도를 그릴 때 한국 산업은 성장세는 지지부진했다.
이병훈 포스텍 반도체공학과 주임교수는 20일 '중국 반도체 성장 대응 방안이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한숨부터 내쉬며 "어렵다"는 비관적 전망을 내놨다. 한국이 이끌던 반도체 산업마저 중국의 성장세를 걱정할 때라는 얘기도 더했다.
전문가들을 통해 한국 산업이 암울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지 물었다. 첫 손에 꼽은 건 '협업'이었다.
왕지린 주한중국대사관 경제공사는 "국경이 사라진 시대에 기업도 자기 실력만으로 살아남기 힘들게 됐다. 중국 기업도 잘 하는 게 있는가 하면 여전히 성장해야 할 것도 많다"면서 "한국과 중국 기업들이 윈윈하려면 협업의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재흥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도 "그 동안 양국 관계는 한국이 중국에 수출해 수익을 내는 구조였다면, 이제 협업해야 할 관계"라며 "바이오, 반도체 등 신산업 기술이 더 이상 중국 보다 뛰어나다고 자신할 수 없는 만큼 중국과 공동 개발·연구 등에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전했다.
전기차, 배터리 등 한국보다 앞선 중국 기술에 대해선 배우려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전기차·수소차·목적기반차·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발전을 위해 중국과의 협업이 중요하다"며 "지금은 청사진을 그릴 시간이 아니다. 과거 내연 기관차의 영광에 빠져있을 게 아니라 중국의 인력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협력 체계를 구성해야 할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혁신을 앞세운 '차별화된 기술'을 중국의 추격을 막는 대안으로 내놓기도 했다.
최기창 서울대 산학협력중점교수는 "반도체 산업은 국가 간 대립 구도라 협업이 어려울 것"이라며 "SK의 고대역폭메모리(HBM) 처럼 다른 국가, 기업에서 사용할 수 밖에 없는 기술을 지속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혁신'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는 빠르게 도망가는 게 핵심"이라며 "제조업에 머물러선 안 되고 '서비스', '소프트웨어' 등 수요가 있을 신산업 개발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도 "중국의 성장 속도만 보면 모든 업종에서 중국을 이길 순 없다"며 "기존에 잘하던 조선, 자동차, 가전 등에서 신기술을 더해 국내 산업만의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정부 차원에서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제안도 내놨다.
이병훈 주임교수는 "중국의 반도체 점유율이 늘어나고 있지만, 메모리 반도체처럼 최첨단 기술력은 여전히 한국을 따라올 수 없다"며 "우리 정부는 산업계, 학계 전문가가 모여 '첨단 기술'을 연구할 수 있는 시설을 마련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반도체에 필요한 게 연구 시설이라면 철강 산업은 통상 시스템 구축이다.
이재윤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의 저가 철강이 밀려오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철강도 원가 절감과 기술 경쟁력 제고를 통해 중장기적인 대비가 필요하다"며 "정부는 중국산 철강이 내수 시장에 침투하는 걸 최소화하도록 한국을 '수출하기 어려운 나라'로 만들어야 한다"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비관세 장벽이나 수입 모니터링 시스템 등을 구축해 국내 시장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연수 기자 younsu456@economi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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