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매체 보도…"잘루즈니 총사령관이 제안"
러시아 가스관 |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우크라이나 당국이 2022년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튀르키예 등지에 수송하는 투르크스트림 가스관을 폭파할 계획을 세웠다고 독일 매체 슈피겔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022년 9월 발생한 러시아와 독일 사이 노르트스트림 가스관 폭파사건 역시 우크라이나 당국이 개입한 정황이 드러난 바 있다.
슈피겔은 폭파 공작에 관여한 우크라이나 인사들 진술을 근거로 발레리 잘루즈니 당시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현 영국대사)이 발트해 노르트스트림 폭파 계획을 보고받고 투르크스트림이 지나는 흑해에서도 폭파 작전을 하자고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2022년 4월부터 러시아 가스관 폭파 작전을 본격 계획했으나 투르크스트림 폭파는 결국 실행하지 않았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2020년 공식 개통된 투르크스트림은 크림반도 동쪽 러시아 아나파에서 출발해 흑해를 가로질러 튀르키예와 그리스 등 남동부 유럽으로 연결되는 가스관이다.
노르트스트림과 투르크스트림은 모두 유럽의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를 높여 러시아가 정치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미국 정부는 2020년 미국 적대세력 대응 제재법(CAATSA)에 따른 제재를 언급하며 두 가스관 투자자들에게 사업 중단을 요구하기도 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보도와 관련해 타스통신에 "푸틴이 과거 언급한 내용과 정확히 일치한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투르크스트림 폭파 계획을 알고 있었다는 취지로 답했다.
러시아는 자국 에너지 기반시설에 대한 파괴공작 수사가 실제 책임자를 규명하지 않은 채 유야무야 끝날 것이라며 수사 정보를 제공하라고 서방에 요구해 왔다.
2020년 투르크스트림 개통식 |
노르트스트림 폭파 사건의 실무 책임자로 지목된 전 우크라이나 특수부대 장교 로만 체르빈스키는 슈피겔에 자신의 가담 여부는 언급하지 않은 채 "노르트스트림은 군사 목표물이었다"며 가스관 폭파는 전쟁 중 합법적 공격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공격의 결과는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독일에도 축복이었다"며 노르트스트림 폭파 덕분에 천연가스를 볼모로 한 러시아의 협박에서 독일이 해방됐다고 말했다.
서방은 노르트스트림 폭파에 우크라이나 당국이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8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미국 측 경고를 받고 작전 중단을 명령했으나 잘루즈니 당시 총사령관이 강행했다고 보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과 키릴로 부다노우 우크라이나군 정보총국장 등은 정부 차원의 개입을 부인하고 있다.
독일 검찰은 지난 6월 폴란드에 거주하던 우크라이나 국적 용의자 볼로디미르 주라블레프를 체포해달라고 폴란드 수사당국에 요청했으나 무산됐다. 독일 매체들은 이 용의자가 지난 7월초 폴란드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관 차량을 타고 귀국했다고 전했다.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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