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영 신영증권 연금사업부 이사, 경영학(연금금융) 박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투자 성공의 법칙은 무엇일까? 바로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것”이다. 강의에서 만나는 연금 가입자들에게 이 이야기를 하면 대부분 웃는다.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당연하고 단순한 법칙을 실제로 실천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오히려 대부분은 비싸게 사서 싸게 파는 경우가 많다. 왜 그럴까? 쌀 때는 관심이 없다가 비쌀 때 비로소 관심을 갖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에는 금융사와 언론도 적지 않게 기여한다.
지난 1년간 20% 수익을 올린 A 자산에 투자하는 펀드와 20% 손실을 기록한 B 자산에 투자하는 펀드가 있다고 하자. 대다수 투자자는 높은 수익을 올린 A 자산 펀드를 선택한다. 과거의 성과가 미래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막연하게 기대하기 때문이다. 언론에서도 20% 손실을 기록한 B 자산 펀드보다는 20% 수익을 올린 A 자산 펀드에 대해 더 우호적으로 다룬다. 금융사들은 A 자산 펀드에 가입하면 커피 쿠폰 등의 선물을 주는 이벤트를 진행한다. B 자산 펀드에 대한 이벤트를 해봐야 마케팅 효과가 별반 없기 때문이다.
실제 중장기적으로 수익을 올릴 가능성은 A 자산 펀드보다 B 자산 펀드가 더 크다. 관심이 쏠린 A 자산은 이미 가격이 많이 오른 고점일 가능성이 크다.
B 자산은 반대로 가격이 저점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투자의 성공 법칙에 따르면 가격이 비싼 A 자산 보다는 싼 B 자산에 투자해야 향후 비싸게 팔 수 있다. 그 어떤 자산도 오르기만 하거나 혹은 떨어지기만 하지 않는다. 오르면 떨어지고 떨어지면 오르기 마련이다.
투자자들은 이성적으로는 B 자산 펀드에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이미 가격이 많이 오른 A 자산에 투자한다. 이는 우리 인간이 이성적이기보다는 직관적일 때가 훨씬 더 많기 때문이다. 캐나다 토론토 대학의 철학과 교수인 조지프 히스는 “인간의 이성이라는 역량은 다른 목적을 위해 이뤄지던 진화 과정에서 우연히 생겨난 부산물”이라며 “인간의 뇌는 합리적 사고를 할 목적으로 고안된 게 아니다”고 말했다. 인간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이성이 아니라 본능과 직관이라는 얘기다.
‘비싸게 사서 싸게 파는’ 인간의 본능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우선 이러한 한계를 인정해야 한다. 인류의 역사를 1년으로 압축한다면 인간이 문명 생활을 한 시간은 365일 중 고작 2시간에 불과하다. 364일 22시간은 피비린내 나는 싸움과 사냥 그리고 짝짓기에만 전념하며 살아온 동물일 뿐이었다. 600만년간 유전자에 새겨진 버릇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투자에서 성공할 가능성보다 실패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 비싸게 사기 때문에 우리가 사고 나면 결국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 성공을 하려면 결국 다시 가격이 자신이 산 것보다 높게 오를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유럽의 전설적인 투자자인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투자에서 얻은 돈은 고통의 대가로 받은 돈, 즉 고통 자금”이라고 말한다. 그는 그러면서 ‘2ⅹ2=5-1’이라는 투자의 공식을 고안했다. 이 공식에 따르면 2 곱하기 2는 4가 아닌 ‘틀린 5’다. 투자자는 올바른 답을 위한 ‘빼기 1’이 나올 때까지 버틸 수 있는 충분한 인내력을 길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익을 얻을 수 없다.
이정훈 기자 enough@sedaily.com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