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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명태균 게이트' 수사를 하고 있는 창원지방검찰청이 내일(21일) 오전 9시에 신용한 전 윤석열 캠프 정책총괄지원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신용한 씨는 "검찰에 출석해서 진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앞서 신용한 씨는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대선 당일(2022년 3월 9일) 윤석열 캠프 주요 관계자들에게 명태균 씨가 만든 미래한국연구소의 비공표 여론조사(이하 '명태균 보고서')가 공유됐다"고 폭로했다. 실제로 신 씨가 보유한 외장하드에는 대선 전날인 2022년 3월 8일에 실시된 '명태균 보고서'가 담겨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명태균 보고서'를 받은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이 신용한 씨를 참고인으로 부른 건 수사 방향이 윤석열 대통령을 향하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
그러나 당시 캠프에 '명태균 보고서'가 전달된 경위가 검찰 수사로도 밝혀지지 못할 경우에는 오히려 윤 대통령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명분이 될 수 있다. 윤석열 캠프 전현직 관계자들에 대한 광범위한 압수수색과 소환조사가 불가피하지만 검찰이 대통령에게 칼 끝을 겨누고 강제 수사를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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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가 '명태균 보고서'의 내용과 문서 정보를 확인한 결과, 미래한국연구소에서 강혜경 씨가 작성한 원본 파일과 문건 제목 및 소유자, 작성 날짜(2022년 3월 8일 오후 6시 20분 35초)가 정확히 일치했다. 그러나 이 파일을 받아서 최종적으로 저장한 날짜(수정 날짜)는 각각 달랐다. 미래한국연구소 원본 파일은 작성 날짜와 수정 날짜가 동일한 반면, 신 씨가 소유한 '명태균 보고서'는 수정 날짜가 2022년 3월 9일 오후 2시 31분 38초로 확인된다.
이는 신 씨가 캠프에서 제공받은 '명태균 보고서'의 제목을 임의로 바꿔서 외장하드에 저장했기 때문이다. 신 씨가 소유한 파일명은 '20220308-여론조사(미래한국연구소), 미래한국연구소의 원본 파일은 '대선 면밀조사 9차 결과자료 22.03.08'로 서로 차이가 있었지만, 파일 속 내용은 100% 일치했다. 신 씨는 "캠프 자료를 외장하드에 저장할 때, 파일명 맨 앞에 항상 날짜부터 표기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그의 외장하드에 저장된 파일 이름 대부분은 날짜로 시작된다.
검찰은 내일 신 씨를 참고인으로 불러 어떤 경위로 '명태균 보고서'를 소유하게 됐는지부터 물을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경선 이후에는 명 씨와 연락한 적 없으며, 언론에 공표되지 않은 '명태균 보고서'는 받아본 적이 없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명태균 씨는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윤 후보에게 언론에 공표된 여론조사는 몇 번 준 적 있지만, 비공표 조사 결과는 준 적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윤석열 캠프 정책총괄이었던 신용한 씨가 '명태균 보고서'를 캠프 외의 경로로 받아서 소장해왔을 확률은 제로다. 신 씨는 강혜경 씨와 일면식도 없는 사이다. 더구나 신 씨의 '명태균 보고서'는 앞서 말한 것처럼 원본과는 '수정 날짜'가 다른 복사본이었다. 이렇게 수정 날짜가 다르다는 건 "대선 당일에 캠프에서 명태균 보고서를 공유했고, 이를 토대로 회의까지 했다"는 신 씨의 증언에 힘을 실어준다.
이런 사실 때문에 검찰은 신 씨가 소유한 '명태균 보고서' 파일을 임의 제출하라고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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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균 보고서'와 별개로 검찰은 신용한 씨에게 ARS 여론조사 결과를 조작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물을 것으로 보인다. 신 씨는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때는 원희룡 캠프에서 종합상황실장을 맡았다. 당시 4인의 경선 후보 캠프에는 57만 명에 달하는 국민의힘 당원들에 대한 지역별 안심번호 리스트 파일(이하 '당원 파일')이 제공됐다. 안심번호를 이용해서 각 캠프가 자체적으로 후보 홍보를 위한 문자나 전화를 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런데 캠프 안에서만 존재해야 할 '당원 파일'이 외부로 유출됐다. 명태균 씨는 당시 홍준표 캠프로부터 이 파일을 제공받았다고 한다. 명 씨는 '당원 파일'을 다시 강혜경 씨에게 주면서 ARS 여론조사를 하라고 지시했다. 강 씨는 세 차례에 걸쳐 조사를 했고, 각 안심번호별로 어떤 후보를 지지했는지 결괏값을 담은 '로데이터(Raw Data)' 파일을 별도로 만들어서 명 씨에게 전달했다.
명 씨는 미래한국연구소 설립 초기부터 의뢰자에게 '로데이터' 제공을 미끼로 던졌다고 한다. 통상 여론조사 기관은 '로데이터'를 의뢰자에게 주지 않는데, 개인 정보가 선거에 악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용한 씨는 뉴스타파 인터뷰에서 '당원 파일'이 ARS 여론조사를 거친 뒤 어떻게 악용될 수 있는지 상세하게 증언했다. 가장 큰 문제는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가리는 경선 여론조사에서도 이 '당원 파일' 속 안심번호가 이용됐다는 점이다. 명 씨가 '로데이터'를 누군가에게 넘겼고, 결과적으로 실제 경선 여론조사에서 악용됐다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뒤바뀌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그러나 명 씨가 누구에게 '로데이터' 파일을 제공했는지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이와 같은 이유로 검찰은 신용한 씨에게 '당원 파일'의 악용 가능성과 방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물을 것으로 보인다. 이후 명 씨를 다시 불러 '로데이터' 파일 제공처를 캐물을 가능성이 높다.
뉴스타파 봉지욱 bong@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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