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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0 (수)

[단독]젠슨황 등에 업은 대만..슈퍼컴 순위 한국 턱밑까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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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컴 성능 순위 톱500서 대만 순위 6개월만에 17위서 11위 약진

유비링크, 단숨에 日 中 제외 아시아권 최고 컴퓨터 부상

엔비디아 지원과 자국 투자 의지 합쳐진 결과

한국 순위는 10위 유지‥개별 슈퍼컴 순위는 하락세

국가슈퍼컴 설치는 예산부족으로 지연

아시아경제

대만에 설치된 슈퍼컴퓨터 유비링크. 이 슈퍼컴퓨터는 18일 발표된 톱500 순위에서 단번에 중국과 일본에 설치된 슈퍼컴을 제외하고는 아시아에서 가장 순위인 31위에 올랐다. 유비링크는 대만이 한국이 보유한 슈퍼컴퓨터 성능을 바짝 추격하는데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사진=AS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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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간 슈퍼컴퓨터 확보 경쟁에서 대만이 한국에 바짝 추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만 정부와 민간기업의 적극적인 투자 의지와 그래픽처리장치(GPU) 공급사인 엔비디아의 지원, 대만의 관련 인프라가 합쳐져 만들어진 결과라는 분석이다.

18일(현지시간) 미국 애틀랜타에서 열린 ‘슈퍼컴퓨팅 2024(SC 2024)’ 행사에서 발표된 슈퍼컴퓨터 ‘톱500’(TOP 500) 순위에서 대만은 한국에 이어 국가 순위 11위를 기록한 것으로 파악된다. 대만은 지난 5월에는 17위였지만 6개월 새 6계단을 점프했다. 톱500은 매년 5월과 11월에 발표된다. 한국은 6개월 전과 마찬가지로 10위를 유지하면서 대만과의 격차는 대폭 줄었다. 국내 슈퍼컴퓨팅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만과 한국 격차가 크게 좁혀졌다"고 놀라워했다.

대만의 슈퍼컴퓨터 급성장은 유비링크(Ubilink)가 가세한 영향이 컸다. 유비링크는 폭스링크그룹과 유비투스 KK, 신폭스에너지가 합작해 설립한 대만 최대 AI 그린에너지 컴퓨팅센터다. 유비링크는 45.82페타플롭의 성능으로 31위를 기록했다. 이는 역대 대만 슈퍼컴퓨터로는 가장 높은 순위다. 1페타플롭은 1초당 1000조번의 수학 연산 처리를 하는 성능을 뜻한다. 아시아권으로 한정해도 일본과 중국에 설치된 슈퍼컴퓨터를 제외하고 유비링크가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대만은 톱500 순위에 포함된 슈퍼컴퓨터가 단 7대뿐이지만 유비링크가 높은 성능을 보이면서 단숨에 뛰어올랐다. 우리나라 슈퍼컴퓨터는 13대로 대만보다 2배가량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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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은 유비링크를 단 3개월 만에 설치를 모두 마쳤다. 슈퍼컴퓨팅 업계에서는 기록적인 결과다. 유비링크 측은 GPU 제조사인 엔비디아의 적극적인 지원과 자국 서버 제조사인 에이수스(ASUS)의 협력을 통해 신속하게 슈퍼컴퓨터 설치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엔비디아와 TSMC, 자국 서버 업체를 중심으로 AI 기반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대만 정부의 야심이 현실로 드러난 것이다.

대만의 슈퍼컴퓨터 투자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유비링크에 투자한 폭스링크그룹을 운영하는 궈차이밍은 최근 유비링크 개소식에서 "대만의 AI 컴퓨팅 파워를 세계 속에서 돋보이게 했다"고 강조하고 "2단계 투자를 위해 20억 대만달러를 추가로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추가 투자를 위한 부지 및 전력에 대한 준비도 완료됐다고 부연했다. 궈차이밍은 의약 분야와 헬스케어 분야의 고객이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연구에 나설 계획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궈차이밍은 애플 제품 제조사인 혼하이 그룹 오너인 궈타이밍 회장의 동생이다.

혼하이 역시 엔비디아와의 협력을 통해 슈퍼컴퓨터 도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엔비디아의 기술을 활용해 공장을 최신 기술로 업그레이드하는데 그치지 않고 AI 슈퍼컴퓨터 확보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열린 혼하이 테크 데이에서 공개된 가오슝 슈퍼 컴퓨팅 센터 프로젝트는 엔비디아의 최신 블랙웰(Blackwell) GPU 기반으로 대만에서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를 만드는 게 목표다. 이 슈퍼컴퓨터는 내년 중 가동될 예정이다.

대만은 블랙웰을 등에 업고 슈퍼컴퓨터에서 한국 추월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블랙웰은 한국기업이나 연구소가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혼하이 그룹은 이를 통해 암 치료, 거대 언어 모델(LLM) 개발, 스마트 시티 분야 등을 연구해 대만을 AI 기반 산업의 글로벌 리더로 자리매김하도록 한다는 목표다.

이번 톱500 순위에서 대만과 달리 한국의 슈퍼컴퓨터는 순위 하락세가 완연했다. 지난 5월 25위로 한국 슈퍼컴 중 가장 순위가 높았던 네이버의 세종은 40위로, 삼성전자의 SSC-21은 32위에서 48위로 하락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카카오클라우드는 44위에서 41위로, SK텔레콤의 타이탄은 73위에서 63위로 순위가 올랐지만 전반적인 하락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NHN클라우드의 광주 AI가 98위로 순위에 등장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운영하는 국가슈퍼컴퓨터 누리온은 75위에서 92위로 하락했다. 다음 순위에서는 100위권 탈락이 유력하다. 우리 정부는 국가슈퍼컴 6호기를 지난해 도입 추진했지만 GPU 가격 급등으로 계획이 차질을 빚자 올해 예산을 늘려 2026년 도입을 목표로 사업을 재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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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 엔비디아 CEO(왼쪽)가 지난 10월 덴마크에서 열린 슈퍼컴퓨터 게피온의 개통식에서 프레데릭 10세 덴마크 국왕(오른쪽)과 함께 참석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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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톱500 순위에선 미국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 연구소(LLNL)의 엘 캐피탄이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로 새로 등극했다. 엘캐피탄은 AMD의 CPU와 GPU를 기반으로 1.74엑사플롭의 성능을 기록했다. 대만 외에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레이트, 덴마크 등 우리보다 슈퍼컴 국가순위에서 하위에 있는 국가의 개별 컴퓨터도 우리보다 상위 순위에 있었다. 덴마크의 경우 젠슨 황이 직접 개통식에 참여한 게피온(Gefion)이 21위에 올랐다.

한편 최근 순위에서는 중국 슈퍼컴퓨터가 상위권에 두드러지지 않는다. 업계에선 중국 측이 미국 견제를 고려해 슈퍼컴퓨터의 성능 공개를 꺼리면서 벌어진 현상으로 파악하고 있다.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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