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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0 (수)

인스타그램 멀리하기, 나뿐만 아니라 지구도 쉬게 하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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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몰랐던 기후행동]
SNS 영상·활동 기록들이 데이터 센터 양산
주요 통로인 해저 케이블은 수거도 어려워
'5G 강국'인 우리나라도 책임 피할 수 없어
디지털 디톡스 통해 이용량 자체를 줄여야

편집자주

기후위기가 심각한 건 알겠는데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일상 속 친환경 행동이 정말 효과가 있는지 모르겠다고요? 열받은 지구를 식힐 효과적인 솔루션을 찾는 당신을 위해 바로 실천 가능한 기후행동을 엄선해 소개합니다.

한국일보

2018년 8월 스웨덴 국회 건물 밖에서 '기후위기로 인한 파업' 피켓을 챙겨 1인 시위 중이던 그레타 툰베리의 모습. 그의 1인 시위 사진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전 세계로 퍼지며 '기후 세대'를 등장시켰습니다. 툰베리 SNS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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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의 기후활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처음 유명해진 계기를 기억하시나요? 2018년 당시 매주 금요일 등교를 거부하고 국회 앞에서 '기후 위기로 인한 파업'을 선언한 그의 모습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급격히 확산됐습니다. 툰베리의 문제의식에 크게 공감한 전 세계 청소년들은 '미래가 없는데 왜 미래를 위해 공부해야 하느냐'며 세계 각지에서 실제로 기후운동을 벌였죠.

이렇듯 청소년을 중심으로 등장한 '기후 세대'는 SNS의 막강한 파급력에 힘입어 결집했습니다. 즉 기후행동에 누구보다 앞장서고 있는 이들조차 SNS 과다 사용 문제에서만큼은 자유롭지 못하다는 얘기예요. 갑자기 SNS에 대한 얘기를 왜 하느냐고요?

앞서 디지털 분야가 전기 사용이 막대한 대표적인 온실가스 배출원임을 소개해드린 적이 있는데요. (관련기사: 이메일만 지워도 지구 살린다고? "아뇨, 에너지 전환해야") 이메일뿐만 아니라 우리 눈엔 남는 것 같아 보이지 않는 SNS 활동 기록 역시 데이터 형태로 남아 온실가스 배출에 영향을 미친다고 해요.

실제로 틱톡 애플리케이션(앱)의 모기업인 중국의 바이트댄스는 10대들의 틱톡 동영상을 저장할 별도의 데이터센터를 지었어요. 올해는 4,400억 원을 들여 데이터센터 확장을 추진하기로 했고요. 물론 이에 앞서 페이스북·구글 등 SNS 업계 거인들도 이미 자사 데이터센터를 지었습니다. SNS 활성화가 곧 엄청난 전기를 잡아먹는 데이터센터 증가를 가속화하는 셈이에요.

‘좋아요’가 양산하는 데이터센터와 해저 케이블

한국일보

4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중학교에서 하교하는 학생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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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활동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지구에 영향을 끼친다는 걸까요? 우선 우리가 인스타그램 친구 게시물에 누른 '좋아요'는 상대 계정에 도달하기까지 꽤 복잡한 단계를 거칩니다. '좋아요는 어떻게 지구를 파괴하는가'를 쓴 프랑스 언론인 기욤 피트롱의 설명에 따르면, '좋아요' 정보는 이동통신 사업자나 인터넷 모뎀 안테나를 거쳐 인근 건물 공유기를 지나고, 고속도로·철도를 따라 설치된 전선을 타고 또 다른 데이터센터로 옮겨져요. 마침내 인터넷의 최저층인 해저 케이블까지 내려간 '좋아요'는 다시 친구의 휴대폰 기기로 도달하기 위해 전선·구리관을 거쳐 공유기로 향합니다.

이때 정보 송신의 주요 통로 역할을 하는 해저 케이블은 평균 25년 정도의 수명을 다하고 나면 해저에 방치되곤 합니다. 수심이 너무 깊어 일일이 건져 올리기가 쉽지 않으니까요. 이 때문에 다량 방치된 케이블이 장기적으로 해저 생태계를 위협할 것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오래전 한 번뿐이지만 1957년에 고래들이 해저의 전보용 케이블에 목이 졸리는 광경이 목격되기도 했고요. 이런 상황을 두고 피트롱은 "가장 탈물질화한 산업처럼 여겨지는 디지털 산업은 역설적으로 지구를 물리학·생물학적 한계로 떠미는 장본인"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디지털 상호작용 급증… '5G 강국' 더 심하다

한국일보

우리나라 정부는 2019년 4월 세계 최초로 5G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그럼에도 디지털 상호작용(디지털 사용자 간에 이뤄지는 대화·이용 행위 등) 규모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겁니다. 미국 정보기술(IT) 컨설팅 기관 IDC에서 발간한 'data age 2025'에 따르면, 2025년이 되면 개인의 하루 디지털 상호작용 횟수는 5,000번에 달할 것이라고 해요.

'5G 강국'으로 불리는 우리나라는 특히 SNS가 야기하는 기후위기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관련 서비스가 무제한으로 제공될수록 소비자들의 디지털 과다 사용을 부추기기 쉽기 때문이에요. 5G 서비스가 데이터 소비를 폭발적으로 늘릴 거라 우려해 적용을 유예해온 유럽 일부 시의회와 달리, 우리나라는 지난해 기준으로 이미 세계에서 5G 이동통신 가입률(36.4%)이 가장 높은 나라가 됐습니다.

디지털 디톡스, 마음돌봄 넘어 효과적 기후행동

한국일보

일상에서 디지털 디톡스를 실천한 후기를 공유하는 시민들의 모습. 이들은 일정 시간 휴대폰 등 전자기기를 사용하지 않고 단어장 공부나 독서, 글쓰기 등을 했어요.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네이버 블로그 닉네임 승쨩·가을동화·나나씨의 디지털 디톡스 실천 모습이에요. 특히 나나씨는 디지털 디톡스 실천 여부를 체크리스트에 기록했습니다. 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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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를 막기 위해선 절대적인 디지털 상호작용 횟수를 줄여나가야 하는 상황이에요. 이럴 때 개인이 대응할 효과적인 방법으론 '디지털 디톡스'(Digital Detox·디지털 기기 사용을 자발적으로 자제하는 것)가 꼽힙니다. 디지털 1메가바이트(MB)를 덜 쓸수록 약 11g의 탄소 배출을 막을 수 있거든요. 디지털 중독 극복 등 마음돌봄을 위해 세계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이 트렌드가 곧 유의미한 기후행동이기도 하다니, 다행스럽게 들리지 않나요?

특히 네덜란드는 디지털 디톡스 실천에 활발한 편인데요. 네덜란드의 한 단체 '오프라인 클럽'은 디지털 디톡스 행사를 주기적으로 열고 있어요. 네덜란드의 여성 시민 커뮤니티인 '파워 하우스' 역시 간헐적으로 디지털 디톡스 워크숍을 진행하고, 또 다른 단체 '오프 더 레이더'는 휴대폰을 제출하고 음악을 듣는 커뮤니티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시도가 있었어요. 2년 전 제주 청년 커뮤니티 '잇지제주' 대표 고시연(28)씨는 6월 5일 환경의 날을 맞아 디지털 디톡스 행사를 기획했습니다. 일정 시간 동안 휴대폰 등 디지털 기기 전원을 꺼두고 독서·그림 그리기 등 아날로그 활동을 해 탄소 배출을 줄이자는 취지였죠. 그는 "디지털 디톡스는 전자기기 남용에 대한 문제의식이 생기는 이 시대에 개인적으로도 필요성을 느낄 만한 행위"라며 "거창하게 느껴지는 환경운동보다 실생활에 접목하기 쉬워 권할 만한 기후행동"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혼자서 디지털 디톡스를 실천하는 시민들도 많아지는 추세입니다. 블로그를 통해 디지털 디톡스 후기를 공유하곤 하는 30대 유모씨는 "그간 전자기기에 고정돼 있던 감각을 오롯이 내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질수록 이런 시간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여기에 환경 보호에도 효과가 있다는 걸 알게 된다면 더욱이 실천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SNS 활동 데이터가 지구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지만, 반대로 이를 막기 위해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습니다.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1시간만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잠시 쉬어보는 건 어떨까요? 그동안 지구도 잠시나마 쉴 틈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최은서 기자 silv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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