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비츠 감독 ‘블링크 트와이스’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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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다는 칵테일 웨이트리스다. 지루하고 피곤한 나날을 달래주는 건 정보기술(IT)업계 거물인 슬레이터 킹의 인터뷰 영상들. 친구 제스와 킹의 파티에 몰래 들어간 프리다는 운 좋게 그와 마주치고, 즉석에서 휴가지에 초대받는다. 이렇게 십여명의 남녀가 킹이 소유한 아름다운 섬에 모인다. 수영과 파티, 만찬, 약물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꿈같은 나날이지만 왠지 불길한 기운이 섬 곳곳에 스며 있다. 어느 순간 친구 제스가 사라지고, 사람들은 제스의 존재 자체를 기억하지 못한다.
20일 개봉하는 영화 ‘블링크 트와이스’(사진)의 전반부다. 사유지인 외딴섬과 억만장자, 통제된 통신, 약물, 잃어버린 기억 등 몇 가지 키워드만으로도 이 영화의 대략적인 내용은 예상된다. 신데렐라가 된 줄 알았던 프리다는 알고 보니 억만장자의 노리개이자 피해자임이 드러난다. 다른 여성들에 얽힌 진실도 연이어 밝혀진다.
앞으로 나올 그림이 어느 정도 그려짐에도 이 영화는 긴장과 흥미를 유지시킨다. 프리다가 이 섬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킹이 왜 이런 일을 벌이는지 등이 서스펜스를 만든다. 어떤 면에서는 최근 미국 힙합 대부 퍼프 대디 스캔들 등 미 대중문화계의 성착취 논란도 연상된다. 그렇기에 여성들의 반격에 응원을 보내게 된다.
기존 영화들의 관음적이고 다소 위선적인 카메라와 달리, 성착취를 건조하고 짧게 훑는 것도 이 작품의 미덕이다. 감독인 조 크라비츠의 관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배우 출신인 크라비츠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 등에 출연했으며 ‘더 배트맨’에서 캣우먼을 맡았다. 이 작품으로 감독 데뷔를 했다.
서사가 다층적인 것도 장점이다. 이 영화는 내용 그대로 특권층의 성폭력에 대한 고발로 볼 수도 있고, 기억과 행복의 함수, 대중의 기억상실증과 권력자의 기만으로 해석을 넓힐 수도 있다. 악역보다 선역이 어울리는 배우 채닝 테이텀이 연기하는 킹을 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다.
그러나 관객에 따라서는 약물의 강력한 효과 등 기본 설정이 납득되지 않을 듯하다. 후반부 전개도 매끄럽지 못하며, 가해자 킹의 캐릭터는 다소 평면적이다.
송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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