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볼트 개요/그래픽=김다나 |
유럽 최대 전기차 배터리 기업 노스볼트가 파산 위기에 직면했다. 유럽 시장에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이 닥치자 그동안 보조금에 힘입어 덩치를 키워오던 기업이 무너지기 시작한 것. 업계는 글로벌 배터리 기업의 '옥석가리기'가 시작됐다고 본다.
19일 업계와 유럽 주요 외신에 따르면 노스볼트는 미국 연방 파산법 '챕터11'에 따른 파산 보호를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챕터11은 기업이 영업을 이어가며 채무를 재조정하는 절차로 우리나라의 회생절차(법정관리)에 해당한다.
노스볼트엔 이미 적신호가 들어온 상태였다. 지난달 노스볼트의 자회사 '노스볼트ETT익스펜션AB'는 재정난 탓에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파산을 신청했다. 지난 9월엔 전 세계 직원 20%에 해당하는 1600명을 해고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했으며 스웨덴 북부 공장 확장 프로젝트도 중단했다.
노스볼트는 폭스바겐과 골드만삭스, 블랙록 등의 투자를 통해 2016년 스웨덴에서 설립됐다. 1조원이 넘는 독일 정부의 보조금 덕에 독일 북부 공장 신축도 추진할 수 있었다. 유럽연합(EU)이 '매칭 보조금' 제도를 적용해 독일의 보조금 지급을 승인한 덕이었다. 한국, 중국, 일본이 장악한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뚫기 위한 사실상의 범 유럽 기업인 셈이다.
업계에선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옥석가리기가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A 배터리 기업 관계자는 "보조금으로 운영되던 신생 기업이 캐즘이 닥치자 파산 문턱에 간데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스볼트는 제품 수율(완제품 비율) 문제가 끊임없이 나온 기업이었다. 앞서 BMW는 노스볼트와 맺은 약 3조원 규모의 배터리 셀 계약을 취소했다. 수율이 올라오지 못한 가운데 공급이 예정보다 2년이나 지연된 때문이었다. 고객인 완성차 업계가 수요를 낙관하며 발주를 늘리는 국면에선 다른 계약을 통해 돌파구를 찾을 수도 있지만, 캐즘 탓에 수요가 둔화된 현 시점에선 치명타가 됐다. 특히 유럽은 올해 전 세계 주요 배터리 시장 중 유일하게 역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스볼트는 유럽 주요 국가의 전기차 보조금에 기대 투자를 늘리던 기업이었는데 설상가상으로 전기차 보조금까지 폐지되며 재무위기가 가중됐다는게 업계 공통된 시각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업계엔 반사이익이 기대된다. 노스볼트의 고객사인 BMW, 폭스바겐 등은 국내 업계의 고객사이기도 해서다. B배터리 기업 관계자는 "노스볼트가 실제 파산할 경우 국내 업계의 가격 협상력이 올라갈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반사이익의 폭은 크지 않을 것이란게 중론이다. 노스볼트가 유럽 최대 배터리 기업이라 해도 시장 점유율 자체가 미미한데다 노스볼트발 물량 차질이 빚어지더라도 캐즘이 걱정인 고객사 입장에선 해당 물량을 다른 곳을 통해 시급히 보충할 이유가 없다는 것.
업계는 그 보단 노스볼트를 시작으로 신생 배터리 기업들이 정리되는 옥석가리기가 이뤄지면 큰 틀에서 캐즘의 숨통이 트일 수 있다는데 주목한다. C배터리 기업 관계자는 "현재로선 결국 국내 배터리 3사와 CATL, BYD, 파나소닉 등 소위 '빅6' 중심으로의 재편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노스볼트와 계약을 맺은 국내 배터리 소재와 장비 기업의 충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SKC는 2026년부터 노스볼트에 전기차 170만대 분량, 금액으론 1조4000억원 규모의 동박을 공급하기로 한 상태다. 동진세미켐도 노스볼트와 음극재 장기 공급계약을 맺었다. SKC 관계자는 "노스볼트와 미래 장기 공급계약을 맺은 건이어서 당장 입을 손해는 없다"며 "노스볼트 건에 대해서는 상황 인지 후 중장기 판매 계획에서 제외했고, 해당 물량에 대해 타 배터리사를 대상으로 판매 협상도 진행 중이라 실질적인 영향은 없다"고 말했다.
안정준 기자 7up@mt.co.kr 박미리 기자 mil0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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