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장범 KBS 사장 후보자가 1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고영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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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장범 KBS 사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어제 국회에서 열렸다. 이례적으로 이틀(18,19일)간의 일정이 잡혔는데, 그만큼 공영방송의 공정성·중립성에 대한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박 후보는 ‘9시 뉴스’ 앵커를 거쳐 사장 후보로 낙점받았으나, 친정권 방송의 선봉장에 섰기 때문에 이뤄진 ‘보은 인사’라는 비판이 많다. 대표적으로 올 초 윤석열 대통령과의 신년대담에서 김건희 여사가 받은 디올백을 “이른바 파우치, 외국 회사의 조그마한 백”이라 표현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300만 원짜리 명품백을 ‘조그마한 파우치’로 칭한 데 대해 정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청문회에서 “권력에 대한 아부가 명백하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같은 당 조인철 의원은 “영부인이 왜 고가의 선물을 받았는지, 국민에게 사과할 의향은 있는지 국민이 원하는 질문을 했어야만 했다”고 지적했다. 박 후보는 “공식 사이트에 ‘디올 파우치’라고 제품명이 나와 있어서 파우치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더구나 스쿨존 속도·신호 위반을 포함한 8건의 교통 법규 위반, 초등학교 배정을 앞둔 아들의 주소지 위장전입, 독립생계를 유지하는 모친을 부양가족에 올려 수년간 연말정산에 인적공제를 받아온 사실 등이 드러나 국민의힘 쪽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올 정도이다.
박 후보는 사장 취임 후 과제로 “사내 통합”을 꼽고, 뉴스의 “신뢰성과 공정성, 정확성, 중립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제작·보도 독립성 보장을 위해 마련된 주요 국장 임명동의제를 반대하며, 말과 행동이 따로 가고 있다. 박 후보자 지명 후 KBS 기자 495명이 반대 성명을 냈을 정도로 우려가 크다. KBS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박 후보는 과거 국정농단 사태 때 태블릿PC가 최순실(최서원)씨의 것이라는 증거들을 단독 취재하자 방송을 취소하는 등 편파 보도를 주도한 것으로도 나온다.
공영방송 장악을 위한 정치적 시도는 거의 매 정권마다 되풀이됐지만, 이번처럼 사장 후보의 자질 논란이 증폭된 사례는 드물다. 박 후보가 공정성 중립성 시비를 딛고 공중이 납득할 만한 공영방송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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