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장 시 기업 가치 재평가→기존 주주도 이득
주가 조건부 발동되는 RSU 등 경영진 보상체계도 제안
"합병 재추진 막기 위한 이사회 개혁도 필수"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가 두산밥캣 관련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오유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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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는 18일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두산밥캣의 주주들은 기업이 본래의 사업 근거지인 미국에 상장해야 한다는 강력한 입장을 표명한다"며 "두산 밥캣은 미국 내 매출 비중이 73%에 달하고 있으며, 북미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매출을 고려했을 때, 미국 증시에 상장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기업 전략"이라고 주장했다.
두산밥캣은 2007년 두산인프라코어가 약 49억달러에 인수한 미국의 건설기계 회사다. 2016년 기업공개(IPO)를 통해 한국 코스피에 상장했다. 공모가는 3만원이다. 두산밥캣의 18일 종가는 3만8200원이다. 매출의 70% 이상이 북미에서 발생한다.
"미국 상장되면 가치 재평가 될 것"
이 대표는 "현재 두산밥캣은 한국에 상장되어 있으나, 미국 상장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며 "전문가들은 미국 상장이 이루어질 경우, 더 많은 투자자가 참여하고 기업 가치의 재평가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두산밥캣의 공모 이후 연평균 주가 상승률은 0.7% 수준이다. 그는 "기업 경영진과 임직원은 잘해서 수익을 냈지만, 시가총액이나 주가에 (별로) 반영되지 않았다"며 "회사의 주요 사업지와 상장지가 일치하는 것이 투자자들의 이해도를 높이고 유입시킬 수 있는 부분"이라고 했다.
얼라인에 따르면 두산밥캣은 미국계 기관 투자자가 12.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에 상장될 경우 훨씬 더 많은 미국 기관투자자가 유입될 수 있으며 시가총액 역시 커질 수 있다는 것이 얼라인의 주장이다. 이 대표는 "미국 시장에 상장되면, 미국의 자금이 많아질 것이고 다양한 이점이 있다"며 "미국 시장에서의 성공이 우리나라에서도 큰 시장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미국 상장의 구체적인 방법은 여러 가지가 존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과 미국의 동시 상장, 미국법인의 미국 상장과 본사의 한국 상장폐지 등이다. 어떤 경우라도 미국 상장이 전제된다면 기업 가치가 크게 재평가되면서 기존 주주들도 이득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미국 이전 상장의 성공적인 사례로는 영국 배관 및 난방 공급업체인 퍼거슨(Ferguson)이 있다. 영국에서 미국으로 이전 상장한 이후 주가가 50% 넘게 상승했다.
"주가 연계 RSU 등 검토해야"
얼라인은 또한 주가와 연계된 경영진 보상 체계의 개선도 함께 제안했다. 이러한 변화가 실현될 경우, 두산 밥캣이 자본시장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얼라인의 주장이다.
이 대표는 "매출과 영업이익만 증가한다고 주가가 오르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많이 알게 된 것 같다"며 "밸류업 성과와 연동된 경영진 보상 정책을 도입하라는 것은 밸류업이 됐을 때 고생하시는 두산밥캣의 경영진과 임직원분들도 좀 혜택을 볼 수 있는 그런 구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했다. "미국에 있는 많은 회사는 주주 가치와 연동돼서 그 경영진 성과를 평가하고, 보상 자체를 주식으로 많이 준다"라고도 했다.
경영진의 성과와 밸류업을 연동한 대표적인 사례는 미국의 대표적인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이다. 주가가 어느 수준에 도달할 때마다 경영진에게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을 매각할 수 있도록 했다. RSU는 근속연수나 성과 등 특정 조건 충족 시 임직원에게 주식을 무상으로 부여하는 주식 기반 보상 제도 중 하나다. 이 대표는 "동기부여가 굉장히 중요하고 장기적으로 회사의 성과를 높일 수 있는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한다"며 "얼핏 보면 (목표 주가 달성을) 못하겠지 싶은데도 목표가 있으니까 열심히 해서 달성을 하더라"고 했다.
합병 재추진 막으려면 이사회 개혁 '필수'
한편 이날 얼라인은 ▲이사회 독립성 제고, ▲주주가치 중심의 효율적인 자본배치도 함께 제안했다. 미국 상장과 함께 이사회 독립성 강화를 위해 사외이사 후보군 추천 및 평가 과정에서 주주 참여를 확대하고, 사외이사 주주추천제도 도입과 기관투자자가 참여하는 사외이사 후보 평가 자문단 설치를 고려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이사회 개혁이 있어야 올해 두산밥캣에서 발생한 '합병 논란'이 근본적으로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얼라인의 분석이다. 논란이 됐던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의 합병 계획이 '거수기 이사회'를 통해 회의 30분 만에 이뤄졌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 대표는 "포괄적 주식 교환을 하지 않겠다고 공표한 후, 앞으로 이를 막을 수 있는 또 다른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며 "회사나 지배주주가 사장의 추천을 막을 수 없기에, 이사회의 독립성이 중요하다"고 했다.
또한,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 미만일 경우 재투자보다는 주주환원에 대한 자본 배치 확대가 일반적으로 유리하다며, 자본비용보다 저렴한 차입비용을 활용한 효율적인 자본구조 전략을 제안했다. 이를 위해, 동종기업 평균 수준인 65%로 주주환원율을 정상화하고, 자본구조 효율화를 위해 특별배당을 고려할 수 있다는 것이 얼라인의 분석이다.
오유교 기자 56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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