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8 (월)

“訪韓 검토” 밝혔던 시진핑… 尹에 ‘먼저 중국 방문’ 요청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트럼프 2기 앞두고 미묘한 온도차

北러 군사협력엔 “당사자 해결할 일”

동아일보

한중 정상 ‘악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페루를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왼쪽)이 15일(현지 시간) 리마 델피네스 호텔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악수하고 있다. 이날 시 주석은 윤 대통령에게 방중을 요청했고, 윤 대통령도 시 주석에게 방한을 제안했다. 리마=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5일(현지 시간) 한중 정상회담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중국 방문을 요청했다. 앞서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임기 중 두 차례 방중했지만 시 주석은 방한하지 않았다. 이에 시 주석이 방한할 차례지만 이번에 또 우리 정상에게 먼저 방중해 달라고 요청한 것. 시 주석은 지난해 9월 한덕수 국무총리를 만났을 당시엔 “방한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강력한 중국 견제 전략을 예고한 만큼 이런 흐름에 동참하지 말라고 시 주석이 한국에 우회적인 경고 메시지를 던진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페루 리마를 방문 중인 양국 정상은 이날 2년 만에 마주 앉았다. 회담에서 시 주석은 먼저 윤 대통령에게 중국 방문을 요청했고, 이어 윤 대통령도 시 주석에게 방한을 제안했다. 두 정상은 즉답 없이 각각 ‘감사하다’고만 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은) 특히 내년 가을쯤 우리가 APEC 경주 회의를 주최하기 때문에 시 주석에게 자연스럽게 방한해 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날 회담에서 윤 대통령은 북한과 러시아 간 군사협력을 겨냥해 “중국이 건설적으로 역할을 해 달라”고도 했다. 다만 시 주석은 “당사자들이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답했다.

시 주석은 16일(현지 시간) APEC 세션 연설에선 “세계 각국이 중국 발전이란 급행열차에 탑승해 공동 번영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尹 “北-러 軍협력 함께 대응을” 習 “자유무역 공동으로 수호해야”

[APEC 정상회의]
2년만에 회담, 유화 제스처속 온도차… 習, 北파병 中역할론에 즉답 피해
트럼프 보호무역주의 견제에만 방점… 한국에 비자면제 상응 조치 요구도
한미일 “北파병, 안보리 결의 위반”


“북-러 군사협력에 대응해 한중 양국이 역내 안정과 평화를 도모하는 데 협력해 나가기를 바란다.”(윤석열 대통령)

“정세가 어떻게 변화를 하든 양국은 수교의 초심을 고수하고, 선린 우호의 방향을 지키자.”(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윤 대통령과 시 주석은 15일(현지 시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린 페루 리마의 한 호텔에서 만나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의 러시아 파병으로 수위가 높아진 북-러 군사협력에 대한 대응 등에 초점을 맞춰 중국이 이를 차단하는 역할에 나서 줄 것을 당부했다. 반면 시 주석은 ‘수교의 초심’을 앞세우는 등 다소 온도 차이를 보였다. 중국은 통상 미국 간섭 배제 등 의미로 이 표현을 자주 꺼내 왔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때 본격화될 것으로 보이는 ‘중국 고립 전략’에 동참하지 말라는 의도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 中 발표 내용서 북-러 군사협력 등 빠져

이날 정상회담 후 중국 측 발표 내용에선 윤 대통령이 북-러 간 불법적 군사협력에 대해 언급한 내용이 빠졌다. 그 대신 중국은 “한국은 중국과 긴밀히 협력해 APEC 등 다자 메커니즘에서 소통하고 협력하며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을 공동으로 수호할 의향이 있다”는 등 내용을 언급했다.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집권 후 펼칠 것으로 전망되는 보호무역주의를 겨냥한 내용에 방점을 찍은 것.

시 주석은 16일 APEC 세션에서도 “아시아태평양 지역 협력은 일방주의와 보호주의에 의해 도전을 받는 역사적 기로에 서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당선인을 견제하듯 ‘자신이 잘되려면 남을 먼저 잘되게 해야 한다’는 의미의 논어 구절인 ‘기욕립이립인, 기욕달이달인(己欲立而立人 己欲達而達人)’도 인용했다.

한중 정상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의 방한 문제를 두고도 온도 차이를 드러냈다. 시 주석은 윤 대통령의 방중을 먼저 요청했고, 윤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방한해 달라고 한 것. 시 주석의 마지막 방한은 2014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초청으로 한국을 찾은 것이다. 이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와 한한령 등에 따른 한중 관계 경색 등으로 10년간 한국을 찾지 않았다.

시 주석은 지난해 9월 한덕수 국무총리가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막식 참석차 중국을 방문했을 땐 방한 문제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에 다시 우리 정상의 방중을 먼저 언급하면서 시 주석의 방한 관련 입장이 오히려 다소 퇴보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우리 정부 안팎에서 나온다. 정부 소식통은 “트럼프 당선인의 중국 고립 전략에 한국이 어떻게 나올지 등을 보고 방한을 결정하겠단 의미로도 읽힌다”고 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한국이 중국 국민의 한국 방문을 위한 더 많은 편의 조치를 취해 주길 바란다”며 앞서 중국이 실시한 비자 면제에 상응하는 조치를 우리에게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똑같은 조치를 상응해서 하기엔 한중 여행객 숫자로 보나 방문의 목적으로 보나 조금 저어되는 부분이 있다”며 사실상 난색을 표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시 주석에게 중국에 진출한 우리 한국 기업들이 예측 가능하고 안정적인 환경 속에서 기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잘 살펴달라고 당부했다. 두 정상은 내년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10주년을 맞아 서비스·투자 협상도 가속화하기로 했다. 한중 FTA는 상품 분야 협상이 타결돼 2015년 12월 발효됐지만 이후 한한령 등으로 2단계 협상이 지연됐다.

● 한미일 정상 “北 파병,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

동아일보

한미일 정상회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페루를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왼쪽)이 15일(현지 시간) 리마 컨벤션센터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한미일 정상회의를 하고 있다. 한미일 정상은 북한의 러시아 파병 등 북-러의 불법 군사협력을 규탄했다. 리마=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APEC 정상회의 기간 중 한미일 정상회의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도 갖고 북-러 불법 군사협력에 대해 규탄했다. 3국 정상은 공동성명을 통해 “우리는 특히 북한이 우크라이나전 참전을 위해 러시아에 병력을 파병하기로 결정한 상황에서, 북한과 러시아가 다수의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것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무기와 탄도미사일 이전을 포함한 러-북 군사협력 심화는 러시아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지위를 고려할 때 특히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10분간 바이든 대통령과의 ‘고별’ 정상회담에선 “제 임기 전반기 중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대부분의 외교·안보 성과가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이뤄낸 일”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새로운 리더십이 출현하더라도 윤 대통령과 한미 관계를 성원하며 뒤에서 돕겠다”고 화답했다.

리마(페루)=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