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노조 촉탁직 조합원 가입 추진
전문가 "사측 부담 커져…사실상 정년연장"
"임금인상 등 요구로 재고용 의미 퇴색 우려"
"젊은 직원들도 반대…노노갈등 심화할 것"
울산 북구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야적장에 차량들이 출고를 기다리고 있다.(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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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최근 정년퇴직 후 촉탁 계약직으로 재고용된 직원들에게 조합원 자격을 주는 내용의 ‘노조 규정·규칙 개정 안건’에 대해 투표를 진행했지만 가결 조건인 대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을 충족하지 못해 부결됐다. 내부적으로 의견이 엇갈리면서 90%에 가까운 조합원이 반대표를 던졌다.
현대차는 2019년부터 기술 및 정비직 정년퇴직자 중 희망자에 한해 1년 더 계약직으로 일할 수 있는 숙련 재고용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올해는 단체협약을 통해 1년 근로하고 1년 더 일할 수 있도록 노사가 합의했다. 이들은 기존에는 정년퇴직과 동시에 조합원 자격을 잃었는데, 노조에서 재가입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이번 투표가 진행된 것이다. 투표가 통과됐다면 이들은 임원 투표권, 파업 찬반투표권 등을 부여받게 된다.
현대차 노조의 경우 투표 부결로 사태가 일단락됐지만, 향후 자동차 업계 전반이나 다른 산업계로도 이같은 움직임이 번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기아 노조 역시 정년퇴직 후 재고용된 ‘베테랑’ 직원을 대상으로 노조 가입 신청서를 받고 있다. 노조 측은 베테랑 직원의 노조 가입 희망 여부를 확인한 후 추후 추진 여부를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현대차·기아 양재 본사. (사진=현대차그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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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계에서는 노조에 재고용된 시니어 직원 비율이 높아지면 이들의 임금 인상이나 복지 확대 등 요구가 강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촉탁직 노조 가입으로 투표권을 얻게 되면 노조 집행부가 선심성 정책을 남발할 수 있다”며 “결국 시니어 직원 임금 수준을 다시 높여달라고 요구하면서 사실상 정년 연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노사간 충분히 협의가 없는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촉탁직 노조 가입을 허용하면 경영자에게 상당히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들어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정년퇴직 후 재고용 제도’가 힘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촉탁직의 경우 임금 일부를 삭감하고 1~2년 동안 재고용하도록 노동 유연성을 가지는 제도인데, 노조 가입을 통해 촉탁직에 유리한 요구가 강해지면 사측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재고용된 촉탁직이 노조까지 가입하면서 회사 경영 환경 전반에 관여하는 시스템이 되면 무리한 요구가 있을 것”이라며 “경영진 입장에서 앞으로 정년 연장이나 재고용 등에 대해 부정적인 기류가 흐르고 진전이 없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 노조의 사례처럼 최근 젊은 직원들을 중심으로 퇴직 후 다시 입사한 시니어 직원들의 노조 가입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적지 않아 노조 내부에서도 이같은 안건을 두고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필수 교수는 “기존 노조원들 입장에서는 촉탁직이 기득권을 가져가려는 것을 긍정적으로 보지 않고 오히려 반대하고 있는 모습”이라며 “젊은 직원들의 반대가 커지면서 향후 노노(勞勞) 갈등이 심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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