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락장에서 개인과 임원들 대거 매수
자사주 매입 효과 18일 나타날 듯
HBM 실적, AI반도체 성장성 확인돼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삼성전자가 7년만에 자사주 매입·소각을 결정하고, 임원들도 자사주를 대거 매입하는 등 주가 방어에 총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최근 하락장에서는 ‘개미들’이 잇따라 삼성전자 주식을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사주 매입으로 주가가 반등할 것이라며 환호하는 의견이 나오는가 하면 성장성이 확인되지 않고 자사주 매입 규모도 작다는 반론도 팽팽히 맞선다.
삼성전자가 자사주 매입을 결정한 건 2017년 이후 7년 만의 일이다. 그만큼 주가가 많이 내려갔고, 위기라는 인식이 깔린 셈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5일 이사회를 열고 향후 1년간 총 10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분할 매입하는 계획을 의결했다. 이 중 3조원의 자사주는 3개월 이내에 사들여 전량 소각하기로 했다.
회사 임원들도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삼성전자에서 등기임원인 사내외 이사와 미등기임원 등 임원 총 60명이 자사주를 취득했다. 이들이 사들인 자사주는 보통주와 우선주를 통틀어 총 23만2386주, 금액으로 총 157억7705만원어치다.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인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난 9월 5일 삼성전자 보통주 1만주를 7억3900만원에 사들였다. 이로써 한 부회장이 보유한 자사주는 기존 1만5000주에서 2만5000주로 늘었다.
올해 반도체 담당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을 맡은 전영현 부회장도 취임 후 자사주를 총 6억8950만원어치 사들였다. 현재 전 부회장은 자사주를 총 1만7000주 보유하고 있다.
노태문 모바일경험(MX) 사업부장(사장)은 올해 세 차례에 걸쳐 자사주 총 10억1500만원어치를 취득했다. 올해 매입 금액으로는 삼성전자 사장단 중 1위다. 현재 노 사장이 보유한 삼성전자 보통주는 총 2만8000주다.
‘개미’들도 ‘저점 매수’하며 적 적극 방어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자료를 보면, 미국 대선이 치러진 지난 5일부터 15일까지 8거래일간 개인 투자자가 가장 많이 산 종목은 삼성전자로 2조3347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외국인들이 잇따라 삼성전자 주식을 내던진 것과 반대 방향이었다.
삼성전자 주가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과거 데이터를 보면, 자사주 매입은 효력을 발휘했다.
삼성전자는 2015년 10월 11조4000억원(약 100억 달러) 규모의 특별 자사주 매입·소각 프로그램을 실시했고, 2017년 9조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한 바 있다. 당시 자사주의 50%도 소각했다. 당시 자사주 매입 공시 후 10개월 뒤에 주가는 50% 급등했다.
현재 삼성전자 주가는 주가순자산 비율(PBR)이 1.0 밑으로 떨어질 정도로 낮은 수준이다. PBR은 주가를 장부 가치로 나눈 값으로 1배 미만이면 회사가 보유 자산을 전부 팔고 청산하는 것보다도 현재 주가가 낮다는 의미다. 투자자들이 그만큼 회사 가치를 평가절하하고 있다는 의미다.
KB증권 보고서를 보면, 지금처럼 삼성전자의 PBR이 1배 밑으로 떨어진 때는 역사적으로 다섯 차례 있었다. 2008년과 2011년에는 1이하로 떨어진 직후 주가가 상승했고, 2014년과 2015년, 2018년에는 1 이하로 떨어지고도 추가적으로 주가가 하락했다. 올해처럼 낙폭이 40%를 넘는 때는 2008년 금융위기가 유일했다. 당시 삼성전자의 고점 대비 최대 낙폭은 -47%였다.
이때문에 자사주 매입이 얼마나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으로 고대역폭 메모리(HBM) 실적과 AI반도체 시장의 성장성이 확인되는 등의 실질적 개선이 관건이라고 지적한다 .
일단 자사주 매입으로 국내 투자자들은 환호했다. 자사주 매입은 보통 자본시장에서 주식 유통 물량을 줄여주기 때문에 주가 상승 요인이 된다. 주식 커뮤니티 등에선 ‘4만전자’였을 때 ‘물타기’를 했어야 했는데 아쉽다는 반응도 있었다. 자사주 매입 발표된 건 장 마감 이후였다. 지난 15일 장 마감 후 시간외 단일가 거래에서 삼성전자는 3.18% 오른 5만5200원으로 시간외호가가 마감됐다.
반면 자사주 매입의 규모가 작고, 근본적으로 삼성전자 주가 상승의 동력이 될 수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성명을 통해 “자사주 매입 발표가 너무 늦었다”며 “자사주 매입 규모가 그동안 주가 하락 및 시총, 현금보유 및 현금창출 능력 대비 너무 작다”고 지적했다. 이남우 회장은 “올해 안에 10조원 모두 매입해 즉시 소각하길 권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이플이 133조원, 시총의 3%를 매입하고 소각한 사례를 소개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식이 저평가되어 있을 때 자사주 매입은 장기적으로 주주가치에 도움이 되는 조치이고, 지금 삼성전자에서 나올 수 있는 조치였다”면서도 “삼성전자 앞에는 다른 요인들이 영향을 많이 주고 있다”고 말했다.
임지선 기자 vision@kyunghyang.com,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짧게 살고 천천히 죽는 ‘옷의 생애’를 게임으로!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