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청년도약계좌 가입 저조에… 콜센터 직원 '반토막' 검토

내년도 청년도약계좌 예산 3750억, 국회서 삭감 예상
"인력 과도, 하루 1~2시간 응대"… 상담사 100여명 축소될 듯

청년도약계좌 가입·유지율 현황/그래픽=윤선정

청년의 중장기 자산 형성을 돕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청년도약계좌'가 국회의 예산 삭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가입을 안내하는 고객 응대 인력을 200명에서 100명으로 줄이는 방안이 검토된다. 하루 민원 응대 시간이 1~2시간밖에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청년도약계좌 상품이 출시된 지 1년이 훌쩍 넘었지만 300만명 예상치의 절반만 가입하는 등 실적은 매우 저조하다.

17일 국회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정무위원회 예결산심사소위원회는 금융위원회 사업 중 하나인 청년도약계좌의 내년도 예산 적정성을 검토한다. 청년도약계좌는 월 최대 70만원까지 납입할 수 있는 청년을 위한 적금 상품이다. 우대조건 충족 시 연 6% 금리가 적용된다. 5년간 꾸준히 70만원을 넣으면 만기 시 최대 5000만원 목돈을 마련할 수 있다.

앞서 금융위는 약 4487억원을 내년도 청년도약계좌 예산으로 책정했다가 기획재정부 요구로 3750억원으로 대폭 삭감했다. 그러나 이 액수마저도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더 깎일 위기에 놓였다.

특히 청년도약계좌의 비대면 가입 상담 인원을 지금보다 더 줄이는 방안이 검토된다. 가입 안내 등 고객 민원 업무를 하는 상담사가 약 200명인데 이를 절반인 100여명으로 줄이는 것이다.

청년도약계좌가 지난해 7월 처음 출시했을 당시 금융위는 6개월간 가입자 수를 306만명으로 예상했다. 약 200명 상담 인력이 필요하다고 보고 그에 맞는 예산을 책정했다. 하지만 출시 15개월 차인 지난달까지 청년도약계좌 가입자 수는 예상치 절반인 152만명에 불과했다.

정무위 예산안 검토보고서는 현재 청년도약계좌를 안내하는 200명의 상담 인력이 업무량에 비해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전화 상담에 응답하는 시간은 하루 1~2시간에 불과한 만큼 적정 규모로 감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청년도약계좌를 운영하는 서민금융진흥원이 100여명 감축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상담사 인력 운영비는 59억2500만원 수준이다. 여기서 100여명을 감축하면 17억9000만원 예산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가입 실적이 저조한 만큼 국회는 3750억원 예산에서 3628억원을 차지하는 청년도약계좌 정부기여금 부분을 감액하는 방안도 논의한다. 정부기여금은 가입자가 매달 입금하는 돈에 최대 2만4000원을 더 넣어주는 역할을 한다.

실제 줄어드는 인력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 달라질 수 있다. 예산이 삭감돼도 이들 상담 인력이 외주 업체에 속해 다양한 콜센터 업무를 대행하는 만큼 고용 문제도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서금원 관계자는 "청년도약계좌 상담 인원이 과도하다는 정무위 의견이 합당하다고 보고 감축을 받아들인 것 같다"며 "확정된 건 아니지만 인력이 준다면 서금원의 '1397' 콜센터 인원에 관련 업무를 배분하는 식으로 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선 인력 축소로 인한 상담 업무의 과부하를 우려하기도 한다. 청년도약계좌는 가구별 소득 수준 등을 보기에 가입 심사에서 검토할 서류가 많다. 이에 상담 인력이 아닌 일반 직원도 고객 응대 등 관련 업무를 같이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창섭 기자 thrivingfir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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