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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트럼프 전환기'에 APEC서 미·일·중 연쇄 정상회담 가진 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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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윤석열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페루 리마 국제컨벤션센터에서 31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각국 정상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리마=김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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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국과 일본, 중국 정상 모두와 양자 정상회담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재집권으로 대미 외교의 새 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상황에서 최고위급 외교 채널을 분주하게 가동한 것이다.

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지난 14일 밤(현지시간) 페루 수도 리마에 도착한 윤 대통령은 15~16일 이틀간 APEC 일정을 소화했다. 촘촘한 일정 속에서도 APEC 의장국 페루 대통령을 포함해 7개국 정상과의 양자 회담과 한·미·일 정상회의를 개최한 윤 대통령은 트럼프 시대로의 변화에 대처하는 국익 외교에 주력했다.


윤 대통령은 미·일·중 정상 중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15일 오전에 가장 먼저 만났다. 2022년 11월 이후 2년 만에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윤 대통령은 “북한의 연이은 도발과 우크라이나 전쟁, 러·북 군사 협력에 대응해 한·중 양국이 역내 안정과 평화를 도모하는 데 협력해 나가기를 바란다”며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문제를 논의 테이블에 올렸다.

윤 대통령은 회담이 비공개로 전환된 뒤에도 “북한의 지속적인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과 군사 도발,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은 한반도 역내 불안정을 야기하는 행동”이라며 “중국이 건설적인 역할을 해달라”는 취지의 당부를 했다. 이에 시 주석은 “중국도 역시 역내 정세의 완화를 희망하며 한반도의 긴장을 원하지 않는다”며 “오로지 당사자들이 정치적 해결을 모색하기 위해서 대화와 협상을 통해서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전했다.

윤 대통령의 요구에 시 주석이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은 건 아니다. 하지만 북한의 핵심 우방인 중국 정상에게 북·러 군사 밀착 문제를 공개 제기한 것만으로도 북한이 상당한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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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페루를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리마 델피네스 호텔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 전 악수하고 있다. 리마=김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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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회담을 통해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7월 이후 한국을 찾지 않은 시 주석이 11년 만인 내년에 방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윤 대통령이 “내년 가을에 APEC 경주 회의를 주최하기 때문에 시 주석께서 자연스럽게 방한해 달라”고 하는 등 양국 정상은 상대국 방문을 초청했고, 두 정상 모두 “초청에 감사한다”고 답했다고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전했다.

중국은 최근 한국인에 대한 단기 비자 면제 조치를 일방적으로 시행하고, 주한 중국대사에 싱하이밍(邢海明) 전 대사보다 급이 높은 다이빙(戴兵) 주유엔 중국 부대표를 내정하는 등 한국에 유화 제스처를 보내고 있다. 시 주석 또한 윤 대통령에게 “(2022년 11월 정상회담 이후) 지난 2년 동안 국제 및 지역 정세가 많이 변했고, 중·한 관계가 전반적으로 발전의 모멘텀을 유지했다”고 말하는 등 최근 한·중 관계의 흐름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윤 대통령은 한·일 관계 정상화와 지난해 8월 캠프 데이비드 선언을 통해 최상급 협력 관계를 구축한 한·미·일 3각 협력의 지속을 위한 노력에도 집중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현지시간) 오후 한·미·일 정상회의를 가진 데 이어 곧바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가졌고, 16일 오후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을 했다.

한·미·일 정상회의에선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뒤에도 강화된 3국의 협력 관계가 지속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고, 그 결과물로 한국 정부가 먼저 제안했던 ‘한·미·일 사무국’ 설치가 공식화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3국 정상회의에서 “한·미·일 3국 협력은 (3개국 정권 교체 이후에도) 지속되게끔 구축됐다”며 “그것이 나의 희망이자 기대”라고 말했다. 또 한·미 정상회담에선 “계속 윤 대통령과 한·미 관계를 성원하고 뒤에서 돕겠다”고 약속했다고 김태효 차장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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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페루를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리마 컨벤션센터에서 한·미·일 정상회의 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리마=김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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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정상회담에서도 핵심 화두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의 양국 협력이었다. 두 정상은 “미국 신행정부 하에서도 한·미·일 협력 체계를 계속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협력하자”며 “한·미·일 협력에 대한 미국 조야의 초당적 지지가 있는 만큼 차기 미국 행정부와도 3국 협력을 잘 이어 나가자”고 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밀착에 대해서도 한·미·일 정상은 한목소리를 냈다. 한·미·일 정상회의 뒤 채택한 공동성명에서 “한·미·일은 북한과 러시아의 지도자들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일방적 침략 전쟁을 위험하게 확대하기로 한 결정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했다. 한·일 정상회담에서 윤 대통령은 북·러 문제를 언급하며 “한·일 간 긴밀한 공조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고 했고, 이시바 총리는 “우리를 둘러싼 엄중한 안전 보장 상황을 감안해 일·한 간 협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는 것은 중요한 과제”라고 했다.

이틀간의 APEC 정상회의 일정을 모두 마무리한 윤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오전 리마를 떠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로 이동한다.

리마=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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