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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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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유수연 시집 '사랑하고 선량하게 잦아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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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이 영감 얻은 이시카와 다쿠보쿠 '내 머릿속에 절벽 있어서'

연합뉴스

'사랑하고 선량하게 잦아드네'
[문학동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 사랑하고 선량하게 잦아드네 = 유수연 지음.

"사주를 봐준다는 말이 좋다 내 미래를 예비해주는 것 같다 내 미래를 걱정해주는 말씨도 좋다 (중략) // 나는 금이니 자기랑 잘 맞을 거라던 너는 이제 없지만 // 네가 내 생일을 알아내기 위해 사주를 봐주겠다고 한 걸 나중에 알았을 때 내가 태어난 게 처음으로 좋았다"(유수연 시 '형 물이잖아'에서)

세상 모든 사랑과 인연은 이별을 예비하고 있다.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이별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삶에서 중요한 문제다.

유수연 시인에게 이별은 '선량하게 잦아드는' 것이다. 시인은 헤어짐으로 인한 슬픔을 관조하면서 그 슬픔의 크기만큼 사랑했음을 되새긴다.

"엄마의 엄마는 / 검은 나비가 되었잖아 // 엄마는 / 뭐가 되고 싶어? // 무엇으로 내 꿈에 올래? / 뭐든 깨지 않게 조심히 와서 // 깨지지 않게 / 나를 안아줘 // 머리맡에 떠다둔 / 물컵을 피하듯 // 어떤 꿈은 / 꿈을 다 돌아 나온 후에야 // 슬픔을 알아차릴 수 있다"(시 '행복의 한계'에서)

'사랑하고 선량하게 잦아드네'는 201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한 유수연 시인이 펴낸 두 번째 시집이다.

따뜻함과 다정함으로 이별을 노래하고 사랑하는 이를 추억하는 시 55편이 수록됐다.

문학동네. 124쪽.

연합뉴스

'내 머릿속에 절벽 있어서'
[소명출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내 머릿속에 절벽 있어서 = 이시카와 다쿠보쿠 지음. 구인모 옮김.

일본 근대 문학을 대표하는 문인 가운데 한 명인 이시카와 다쿠보쿠(石川啄木·1886∼1912)의 시와 산문을 담은 선집이다.

다쿠보쿠는 그의 시에서 영감을 받은 젊은 날의 시인 백석(본명 백기행·1912∼1996)이 그 이름의 첫 글자(석·石)를 필명으로 쓴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내 머릿속에 절벽 있어서'는 다쿠보쿠에게 명성을 안겨준 일본의 정형시 단카(短歌) 270수와 현대시, 산문까지 망라했다. 다쿠보쿠의 대표적인 단카집 '한 줌의 모래', '슬픈 장난감'에서 200수를 가져왔다.

다쿠보쿠는 이미 한 세기 전에 세상을 떠났지만, 개인적인 감상을 담은 글이 많아 오늘날의 독자라도 공감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책의 엮은이 겸 번역가 구인모 연세대 교수는 아홉 가지 주제로 시들을 묶었다. 각 주제는 '꿈과 이상', '가파른 세상살이', '못 이룬 사랑', '고단한 살림과 삶' 등이다.

"붐비고 비좁은 전차 한 구석에 / 웅크려 앉는 / 저녁이면 저녁마다 가여운 내 신세"('가파른 세상살이'에서)

"헤어지고 와 문득 눈 깜박이니 / 나도 모르게 / 차가운 것이 볼을 타고 흐른다"('못 이룬 사랑'에서)

소명출판. 391쪽.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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