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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노트북 너머] “폐교 활용, 왜 그렇게 조급해야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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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데이

지난달 폐교 관련 취재를 하며 찾은 서울 은혜초는 음울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6년째 미활용 폐교로 방치되고 있는 은혜초에 남은 건 낡아가는 건물과 맥주캔 등 쓰레기, 뒤엉켜가는 나무 덤불, 그리고 고양이 몇 마리뿐이었다.

비 내리는 평일 오후였던 탓인지 지나다니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그나마 학교 주변에서 만난 일부 주민들은 문 닫은 학교에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언제까지 방치할 거냐고 성토하기도 했다. “쓰레기만 쌓여 가는 폐교를 왜 그냥 놔두는지 모르겠다”며 화를 내는 이도 있었고, ”통학하는 차량이 끊기니까 조용해서 오히려 좋기도 하다”고 퉁명스럽게 말하는 이도 있었다.

‘폐교를 이렇게 내버려둬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모습이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는 공립학교 기준 7곳의 학교가 문을 닫았고, 6곳이 미활용 상태로 남아 있다. 전국적으로는 총 367개교가 적절한 활용처를 찾지 못한 상태다.

그런데 취재 중 한 부동산 전문가로부터 폐교 활용에 대해 “왜 그렇게 조급해야 합니까?”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특정 지역에 발생한 폐교가 당장 해당 지역을 흉흉하게 만들고, 범죄의 온상이 된다거나 하면 어떻게든 개입해야 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는 “지금은 장기적 예측을 통해 폐교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일일이 골라내고, 보통은 입지가 좋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지역민을 위해 그 시설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에 대한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단 조급함부터 버리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조급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로는 교육청이 부지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해당 부지를 활용 않는다고 당장 없어지거나 하지 않기 때문에, 심도 깊은 고민을 통해 최선의 활용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논리다.

실제로 현재 많은 전문가들과 지자체, 시도교육청 등에서 폐교 활용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다. 고령화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고령 인구를 위한 시설을 건립해야 한다는 제언이 가장 많이 나온다. 실제로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9월 관련 조례를 공포해 폐교 재산을 노인복지주택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앞서 전문가 지적처럼 지금은 이미 발생한 폐교 부지와 잠재적인 곳들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 시도교육청, 지자체, 전문가 등이 머리를 맞대고 신중하게 결정할 때다. 고령화라는 인구 구조의 거대한 변화에 잘 적응하기 위해서 말이다.

[이투데이/정유정 기자 (oiljung@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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