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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사설] PF 구조개선, 연착륙 가능하게 정교한 집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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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4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저자본·고보증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사업 주체가 총사업비의 3~5% 자본만으로 도박판 벌이듯 사업을 추진하는 무모한 관행을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부동산 PF는 부동산 개발로 발생할 미래 수익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한다. 크게,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는 그 규모가 지난해 말 기준 약 230조 원에 달할 정도로 엄청나게 크다는 점이다. 국가 경제와 민생에 주름살을 안길 수 있고, 실제로도 안기는 규모다. 둘째는 지나치게 영세한 자기자본비율이다. 금리를 비롯한 외부 환경 변화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2021~2023년 추진된 300여 개 사업장에 투입된 시행사의 자기자본은 118억 원으로 평균 총사업비 3749억 원의 3.2%에 그친다. 3억 원을 들고 100억 원 사업을 벌이니 탈이 안 나면 그게 외려 이상하다. 미국·일본 등 주요국의 자기자본비율은 30~40%에 달한다. 그들이라고 요행과 대박이 싫어서 자기자본비율을 그렇게 높이 가져가겠나.

우리 금융사들은 주로 건설사 보증(책임준공 확약)에 의존해 저자본 리스크를 보완한다. 시공사가 위험을 떠안는 구조다. 시장이 좋을 때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금리가 오르거나 경기가 위축되면 사업성이 급격히 악화한다. 시행사→건설사→금융사로 부실이 전이되면 경제 전반이 얼어붙고 때론 이른바 ‘돈맥경화’가 발생한다. 최근 3년간 벌어진 레고랜드, 새마을금고 뱅크런 위기, 올해 태영건설 워크아웃 사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지 않나.

이번 대책은 이중 트랙으로 돼 있다. ‘채찍’과 ‘당근’의 트랙이다. 핵심인 시행사의 자본 확충 방안은 간접 규제 방식을 택했다. 자기자본비율에 따라 대출 금융기관의 위험가중치, 충당금을 차등 적용하는 식이다. 초기 자본금이 탄탄한 사업장은 보증료 할인, 용적률 완화 등 인센티브를 받지만 반대의 경우 대출부터 어려워진다. 자기자본비율은 2026년 10%, 2027년 15%, 2028년 20%로 단계적으로 높인다.

은행과 보험사가 부동산 임대사업을 할 수 있도록 규제 완화를 추진한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PF 토양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처방이 될 수 있다. 땅 주인이 토지·건물을 리츠(PF 사업)에 현물 출자할 수 있도록 양도세 등 과세를 미룬다는 등의 보완책도 있다.

정부가 1992년 도입된 미국의 업리츠(UP-REITs) 모델까지 차용하며 근본적 해결 의지를 보인 것은 박수받을 만하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다. 이번 대책이 시장에 연착륙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눈을 크게 뜨고 귀도 넓게 열어야 한다. 업계 일각에서 “일부 정책은 미봉책”이란 반응도 나오고 있다. 영세 시행사들을 보호할 안전장치를 다듬으면서 치명적으로 새는 구멍은 없도록 손볼 일이다.

PF 안전성이 높아질수록 주택 공급은 활성화된다. 이번 대책 자체가 주거 불안을 해소할 국가적 방책이 될 수 있다. 더욱 신경을 쓸 대목이다. 일정 기준을 밑도는 부실 사업장은 경·공매를 강제하는 고강도 구조조정 대책도 늦기 전에 검토할 일이다. 아무리 큰 둑도 작은 구멍 때문에 터지는 법이다.

[이투데이 (opini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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