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재집권속 무기지원 '신중' 분위기…정부 "국제사회와 함께 필요 조치"
임진강변의 북한군 |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김철선 기자 = 쿠르스크로 파견된 북한군이 전투에 이미 참여 중인 것으로 평가되면서 정부의 대응 방향이 주목된다.
국가정보원은 13일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이 지난 2주간 쿠르스크 지역으로 이동하여 전장에 배치를 완료했다"면서 "이미 전투에 참여 중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방부와 외교부가 이날 낮까지 북한군의 전투 참여 여부에 대해 "실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다소 유보적 입장을 보였으나, 수 시간 만에 국정원의 공식 확인이 이뤄진 것이다.
앞서 베단트 파텔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12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북한군이 "러시아군과 함께 전투 작전에 관여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북한군의 전투 참여가 한미 당국에 의해 공식 확인된 만큼 정부의 대응 방안 검토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이 차기 정부에서 영향받지 않도록 이미 확보된 지원의 이행에 속도를 내는 현 바이든 미국 정부와의 협의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이날 나토 본부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군의 참전에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까지 선뜻 나아갈지는 미지수다.
'무기 지원'에 대한 정부 분위기가 '북한군 파병' 사태 초기와 상당히 다른 상황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북한군 파병'을 미국보다 며칠이나 앞서 공식 발표하는 등 지난달만 해도 상당히 적극적이었는데 최근 상당히 신중해진 기류로 바뀌었다.
이와 관련,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한 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우크라이나전의 빠른 종식을 외쳐온 트럼프 당선인의 백악관 입성이 머지않은 상황에 우리가 적극적으로 무기를 지원하며 개입 수위를 높이는 것이 국익에 부합하지 않을 수 있다는 고민이 반영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 입장에서 '한국의 무기 지원'은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계속 끌고 가게 하는 방편이라는 점에서 부정적으로 볼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 보니 정부는 트럼프 당선인 측 의중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정부는 지난달 22일만 해도 "북한의 전투 병력 파병에 따른 러북 군사협력의 진전 추이에 따라 단계적 대응 조치를 실행해 나갈 것"(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이라며 북한 병력이 실제 전투에 참여할 경우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이 본격적으로 검토되리라는 점을 시사했다.
그러나 이날 외교부 당국자는 "러북 군사협력의 진전 추이에 따라 단계별로 국제사회와 함께 필요한 조치를 취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사회와 함께'라는 표현이 추가된 것으로, 미국 등과 협의 하에 무기지원을 검토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도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 대해 "(미 행정부) 출범 과정에서 한미 간 정책 조율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4∼21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 계기에 트럼프 당선인과 회동을 추진하는 상황도 정부의 신중한 결정을 요구하는 요인으로 보인다.
다만 앞으로 북한군의 전투 참여가 본격화하고 루스템 우메로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의 특사 방문이 이뤄지면 구체적 지원 방안이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양측은 현재 일정을 물밑 조율 중이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한국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이 '러시아 압박 카드'로서 트럼프 당선인에게 유리한 카드로 여겨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외교부 당국자는 "정부는 북한군의 즉각적인 철수를 촉구한다"면서 "현재와 같은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적 야합이 지속될 경우 이를 좌시하지 않고 국제사회와 함께 단호히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샹그릴라 대화서 연설하는 젤렌스키 대통령 |
hapy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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