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옥송이 기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재입성 준비에 한창이다. 2기 행정부 역시 자국우선주의가 예고되면서 국내 산업계도 비상이다. 일찌감치 현지화한 가전 업계는 당장 큰 타격이 예상되진 않지만, 세이프가드 이력이 있는만큼 정책 변화를 지켜본다는 분위기다.
◆ 돌아온 '아메리카 퍼스트'
13일 월스트리트 저널 등 외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내각에 입각할 인사를 연이어 발표하고 있다. 차기 재무부 장관으로는 미중 무역전쟁을 이끈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거론되는 등 트럼프 2기 행정부 경제팀에는 보호무역론자들이 포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상 트럼프 1기 당시 기조인 '아메리카 퍼스트', 즉 자국우선주의 기류가 이어질 것으로 점쳐지는 배경이다. 특히 트럼프가 반도체지원법(칩스법)·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보조금 폐기를 공언한 바 있어, 반도체·배터리·자동차 업계는 긴장감이 감돈다.
불확실성이 증폭되는 건 이뿐 아니다. 트럼프는 모든 국가 수입품에 10~20% 관세를 부과하는 '보편적 관세'를, 중국에는 60% 이상 관세를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해당 시나리오를 토대로 전미소매협회(NFR)가 분석한 '트럼프 관세 영향 추정' 보고서에 따르면 의류·장난감·가구·가전·신발·여행용품 가격은 대폭 오른다. 그중 가전 가격은 19.4~31%까지 인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미국 소비자들의 구매력은 최대 780억달러(108조원) 상실될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그러나 가전 업계는 아직 조심스럽게 상황을 관망하고 있다. 향후 관세가 인상된다면 물론 영향을 받겠지만, 당장 직접적으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이진 않아서다.
가전은 IRA 보조금을 받는 산업군이 아닌데다, 국내 가전 양사인 삼성·LG는 미국 현지화 체계를 진작에 갖췄다. 지난 2018년 트럼프 행정부 1기 당시 미국 가전 업체 월풀의 청원을 받아 '세탁기 세이프가드'가 발효된 이후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미국 내 생산 거점을 강화한 영향이다.
현재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미국 현지에 각각 사우스캐롤라이나, 테네시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삼성 현지 법인의 규모는 연간 세탁기 100대만대 생산 가능하며, LG전자의 경우 연간 세탁기 120만대, 건조기 60만대 생산 수준이다. 아울러 LG는 원바디 세탁건조기인 워시타워도 지난해부터 현지에서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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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에서 생산한 가전 제품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집권 시에도 관세 영향에서 무관할 예정이다. 다만, 안심하긴 이르다. 삼성·LG는 국내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잘 나가는 소위 '톱티어' 가전 회사인 탓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랙라인이 올해 발표한 2023년 미국 가전 점유율 집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미국 생활가전에서 매출 기준 점유율 21%로 1위를 차지했다. LG전자가 19%로 2위에 올랐으며, GE(18%)와 월풀(15%)이 뒤를 이었다.
또한 코트라가 발표한 미국 가전산업정보를 살피면, 한국은 최근 3년간 대미(對美) 냉장고 수출 2위, 세탁기 5위에 올랐다. 미국이 냉장고·세탁기를 가장 많이 수입한 국가 1위는 모두 멕시코가 차지했는데, 이른바 '니어쇼어링(nearshoring)'을 기대한 가전 회사들이 멕시코에 공장을 보유했기 때문이다.
니어쇼어링은 비용이 저렴한 인접 국가에 기업이 모이는 것을 뜻하며, 미국은 멕시코에 관세 면제를 적용해 왔다. 이에 삼성과 LG도 멕시코에 공장을 가동하고 있으며, 냉장고와 에어컨 등을 생산한다. 문제는 트럼프가 니어쇼어링까지 끝내겠다고 엄포를 놓았다는 점이다. 트럼프는 대선을 앞둔 지난 4일 멕시코의 불법 입국을 이유로 멕시코 수입품에 25% 관세를 물리겠다고 협박했다.
그는 "미국은 멕시코로부터 침공당하고 있다. 수입품에 25% 관세를 즉각 물리겠다"고 언급했다. 해당 공약이 실현될 시 멕시코의 저렴한 인건비용과 인프라 구축 비용뿐 아니라 관세 혜택까지 누렸던 가전 업계의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편, LG전자는 미국 대선에 앞서 향후 테네시 공장에서 TV와 냉장고를 생산하는 방안은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통상 환경 악화를 대비한 조처로 해석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 높은 인지도를 가진 삼성, LG는 미국에서 제품력을 인정받고 있다. 실제로 양사가 미국 내 가전 점유율 1·2위를 차지할 정도지만, 3위 GE가 단 1% 차이로 2위 LG를 바짝 뒤쫓고 있다"면서 "양사 모두 역내(해당 지역) 생산을 비롯해 인근 국가에서 제품을 생산하곤 있으나, 통상 환경 변화가 예상되는만큼 기민하게 대처해야 미국 내 가전 점유율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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