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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4 (목)

[기자수첩] 코인에도 밀린 韓 증시, 계속 방관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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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강정아 증권부 기자.




“국장(한국 증시)에 물을 탈 돈도, 의지도 더는 없다.”

소액주주가 425만명에 달하는 삼성전자는 연일 1년 내 최저가를 경신 중이다. 13일 장 중엔 5만500원까지 내려왔다. ‘4만전자’를 넘어 ‘삼성접자’ 등의 자조적인 표현까지 등장한 상황이다.

13일 코스닥 지수는 2개월 만에 700선 아래로 내려왔다. 코스피 지수 또한 전날 2500선이 무너진 뒤 이날 2420선까지 내려왔다. 코스피 지수가 2500선 아래로 내려온 것은 올해 8월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에 글로벌 증시가 급락한 ‘블랙먼데이’(종가 기준 2441.55) 이후 처음이다. 당시 기록한 최저점도 이날 깨졌다.

글로벌 증시가 트럼프 재선 효과를 기대하며 상승한 것과 달리 한국 증시만 소외되며 투자심리가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이달 6일 트럼프 당선 확인 후 전날까지 미국 나스닥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4.6%, 3.5%씩 상승했다. 중국은 경기 부양 기대감에, 일본은 미 달러화 대비 엔화 가치(엔·달러) 환율이 오른 영향으로 수출주가 주목받으며 주요 지수가 3.3%, 2.3%씩 올랐다.

반면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같은 기간 3.7%, 5.5% 급락했다. 아시아 국가 중에선 홍콩(-5.5%) 증시만 상황이 비슷하다. 대만 증시도 0.5% 내리는 데 그쳤다.

그런데 사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때문에 국내 증시가 하락한다고 하는 것도 핑계다. 국내 증시는 트럼프 당선 전에도 글로벌에서 가장 부진했다. 가상자산과 비교해도 국내 증시는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전날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의 지난 24시간 총 거래대금은 21조5823억원이다. 같은 날 코스피·코스닥 시장의 거래대금이 총 20조2603억원인 것보다 1조원 이상 많다. 속칭 ‘단타족’도 코인 시장으로 이동해 버렸다.

뚜렷한 매력도 없는데, 이 상황을 고치려는 움직임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증시가 폭락하든가 말든가,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사태 해결에 나서려는 듯한 모습이 감지되지 않는다. 모두 손을 놓고 있다.

장기 투자자를 위한 세제 혜택, 좀비기업 퇴출,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등 소액주주 보호장치가 하루빨리 마련될 필요가 있다. 이미 오래전부터 문제로 지적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결책은 투자자들도, 금융당국도 알고 있지 않은가.

국내 투자자들부터 붙잡아 둘 수 있는 본질적인 증시 환경 개선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테마주와 세력주가 아니라 20~30년씩 장기 투자할 수 있는 투자 환경 조성이 필수적이다. ‘K-밸류업’의 큰 그림을 정부와 의회가 먼저 보여줘야 한다.

강정아 기자(jenn1871@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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