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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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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비닉특권]③예외조항 구체화가 핵심…조력권·檢수사권 사이 균형 맞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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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외적 불허 사유 둬서 사법 방해 방지

영미권 대부분 인정..韓기업 해외소송 불리해

‘한국형 디스커버리’ 위해 ACP 선행 의견도

편집자주수사기관이 변호사의 ‘법률 자문자료’까지 압수 수색을 해가는 것은 정당한가. 헌법이 보장한 변호인의 조력권을 침해하는 것은 아닌가. 22대 국회에서 이 같은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변호사·의뢰인 비밀유지권, 비닉 특권(Attorney Client Privilege·ACP)’ 도입이 급물살을 타고 있어서다. 지난 8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이건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ACP 도입을 골자로 한 변호사법 개정안을 발의한 데 이어 같은 당 김병기(9월)·서영교 의원(11월)도 같은 법안을 냈다. 해당 법안이 국회를 통과되면 검찰이 법률 자문자료를 압수 수색을 해 가는 관행에 제동이 걸린다. 아시아경제는 검찰과 변호사업계 간의 ACP 도입 찬반 논점을 짚어보고, 쟁점과 대안도 정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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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의뢰인 비밀유지권(ACP) 도입을 골자로 하는 변호사법 개정안은 22대 국회 들어 이건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이어, 같은 당 김병기·서영교 의원이 차례로 발의했다. 세 법안에는 모두 ‘변호사와 의뢰인 간 비밀리에 이루어진 의사 교환 내용 등에 대해서는 공개, 제출 또는 열람할 것을 요구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겼다.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검찰 및 수사기관이 로펌이나 법무팀, 변호사 사무실을 강제수사 하는 관행에 제동이 걸린다.

핵심은 예외 조항이다. 로펌이 범죄 은닉의 ‘비밀 창고’이자 ‘은신처’가 되는 부작용을 막기 위한 예외 적용 범위 설정이 중요하다. 이건태·김병기·서영교 의원이 발의한 법안들은 모두 ▲의뢰인이 승낙하거나 ▲중대한 공익상 필요가 있거나 ▲의뢰인과 변호사 간 분쟁이 발생한 경우 등을 비밀유지권 보호 대상에서 제외했다. 여기에 서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는 ‘의뢰인이 법률서비스를 범죄를 행하는 데 사용한 경우’가, 김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는 ‘변호사와 의뢰인이 공범 관계인 경우’가 각각 예외 사유로 추가됐다. 실체적 진실 찾기를 방해하는 도구로 ‘변호사 비닉 특권’이 악용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ACP 법안과 관련해 대한변호사협회(변협)를 중심으로 예외 조항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이태한 변협 부협회장은 “너무 많은 예외 규정을 두면 비밀유지권의 취지가 흐려질 수 있으니, 예외적 불허의 사유에 대한 논의를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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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업계는 미국의 ‘변호사 직무에 대한 모범 규칙(Model Rules of Professional Conduct)’에 명시된 ‘의뢰인의 비밀을 공개할 수 있는 경우’에 대한 항목이 참고될 수 있다고 본다. 해당 규칙은 ▲범죄 사전 방지 ▲법원 명령 준수 ▲의뢰인의 사망 또는 상해 발생 등의 조건만 비밀유지권을 제한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현행 형사소송법 제112조(업무상 비밀과 압수)와 제149조(업무상 비밀과 증언거부), 변호사법 제26조(비밀유지 의무)에서 이미 ‘공익상 필요가 있는 때’를 예외로 두고 있어 비밀유지권이 남용될 우려는 적다는 주장도 있다.

정준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비밀유지권을 도입하면서 남용의 가능성을 배제한 내용으로 법안을 만들면 실체적 진실 규명을 방해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회생법원에서 부장판사를 지낸 전대규 변호사는 “변호인이 적극적으로 범죄를 조장한 경우 등을 예외로 둔 상태에서 비밀유지권이 절차적 정의를 보장할 수 있는 방안으로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미권 대부분 인정…. 韓 기업 해외소송 시 불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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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주요국 대부분이 ACP를 도입해 국내 도입이 시급하다는 주장에도 무게가 실린다. ACP는 영미법에서 유래했지만 한국을 제외한 대부분이 법률로 규정하고 있다. 미국은 연방 증거 규칙과 통일증거법, 각 주의 주법에서 ACP를 보장한다. 영국은 판례법에 따라 변호사 특권(Legal Professional Privilege)을 규정한다.

독일 형사소송법은 변호사의 직무상 알게 된 사실에 관한 증언거부권 및 의뢰인과의 서면 교신 내용에 대한 압수거부권을 보장한다. 프랑스는 2021년 12월 형사소송법을 개정해 변호사의 직무상 비밀보호와 방어권 보장 강화를 목적으로 변호사 사무실과 주거지에 대한 압수수색 요건과 절차를 강화했다.

우리나라 기업의 경우 공정거래나 반부패 사건과 관련해 국경을 넘어선 법적 분쟁에 휘말렸을 때 변호사 비밀유지권이 없어 재판에서 불리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한 국제법 전문 변호사는 “여러 국가의 변호사들이 공동으로 소송 대응 전략회의를 할 때 한국 변호사는 회의장에서 퇴장당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한국 변호사와의 의사소통 내용은 증거 제출을 거부할 특권이 보호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국형 디스커버리’ 도입 선행조건으로 ACP 언급되기도
민사재판의 ‘한국형 디스커버리’(증거 개시) 제도 도입을 위해서라도 ACP 논의는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재판 지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 초부터 도입을 시사해왔다. 디스커버리 제도는 소송에 돌입하기 전에 소송 당사자들이 사건과 관계있는 증거자료를 청구하고 교환하는 절차다. 양쪽이 필요한 증거를 숨기지 않고 모두 공개해야 하고, 증거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거나 훼손한 경우에는 패소 판결까지 받을 수 있다. 다만 법률대리인이 의뢰인을 위해 작성한 문서는 변호사 비밀유지권에 따라 보호를 받는다. 변협 관계자는 “비밀유지권이 부재한 상태로 디스커버리 제도가 도입되면 변호사와 상의한 문건이 모두 증거로 사용될 수 있다”고 했다.

한 대형로펌 소속 변호사는 “형사 재판이 지나치게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이뤄지면 억울한 사람이 많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전제하면서 “대등한 공격, 방어를 보장하는 당사자주의가 적용되고, 규문주의(수사와 재판 권한이 한 기관에 집중된 구조)에서 탈피하려면 적실한 방향으로 비밀유지권이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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