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엔 뉴욕, 이번엔 마러라고에 인수팀…'트럼프 2.0' 조각 작업
'불법이민자 추방' 수행할 3인방 확정…외교·안보 분야도 우선 인선
공화, 상하원 의회 권력 장악도 확실시…13일 바이든-트럼프 회동 주목
집권 2기 백악관 비서실장에 지명된 수지 와일스와 악수하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
(워싱턴=연합뉴스) 박성민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제47대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둔 뒤, 차기 행정부를 구성하고 주요 공약을 실현하기 위한 작업을 발 빠르게 진행 중이다.
대선을 치룬 지 12일(현지시간)로 1주일이 지나면서 트럼프 당선인의 집권 2기 행정부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정권 인수팀은 트럼프 당선인의 자택이 있는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리조트에 꾸려졌다. 대선 과정에서 2차례나 암살 위기를 겪은 만큼 경호와 보안 유지에 비교적 용이한 장소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제45대 미 대통령으로 당선된 지난 2016년 대선 승리 직후엔 자신이 거주하던 뉴욕 트럼프타워에 당선인 집무실과 인수팀 사무실을 꾸렸는데 이번에도 백악관이 위치한 워싱턴DC를 벗어나 자신이 '겨울 백악관'이라고 부르던 곳에서 집권 준비를 하는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다음날인 6일 새벽 승리 선언을 한 뒤로 차기 행정부 핵심 보직 발탁 작업에 속도를 내왔다.
다음날인 7일 대선 승리의 1등 공신인 수지 와일스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집권 2기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지명했다.
대선 과정에서 모든 정책과 선거운동 운영을 총괄해 트럼프 당선인으로부터 '무한 신뢰'를 받는 와일스가 첫 여성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발탁된 것은 본격 인선 작업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졌다.
이후 트럼프 당선인은 최우선 대선 공약인 불법 이민자 문제를 해결하고, 고립주의로도 불리는 '미국 우선주의' 외교·안보 노선을 뒷받침할 핵심 보직 인선을 속속 진행하고 있다.
집권 1기 때 일부 내각 인사의 반대로 자신의 정책이 무산되는 경험을 한 만큼 트럼프 당선인은 이들 주요 보직을 모두 '예스맨' 혹은 '충성파'로 채우고 있다.
1기 행정부 때 발탁한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과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 등 자신의 정책 기조에 반기를 든 인사는 다시 기용할 뜻이 없다고 직접 밝히기도 했다.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과 국토안보부 장관에 발탁된 것으로 알려진 놈 주지사 |
우선 남부 국경 보안 강화와 함께 백악관 재입성 첫날 단행하겠다고 공언한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 불법 이민자 추방 작전'을 수행할 책임자로 '반(反)이민 강경파' 3인방이 지명된 게 눈에 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민 정책을 총괄할 '국경 차르'(border czar)에 톰 호먼 트럼프 1기 행정부 이민세관단속국(ICE) 국장 직무대행을 지명했다.
이어 불법 이민자 대규모 추방 작전을 설계한 스티븐 밀러 전 백악관 선임보좌관 겸 연설담당관을 백악관 부비서실장으로 임명할 예정인 것으로 보도됐다.
또 국경 통제를 포함해 미국 내 사이버안보, 테러리즘 위협 수사, 자연재해 등을 담당하는 국토안보부 장관에는 크리스티 놈 사우스다코타 주지사를 낙점했다고 CNN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날 전했다.
불법 이민·국경 안보 관련 인선과 함께 외교·안보 분야 핵심 진용 구성도 속도감 있게 진행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첫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미 육군 특전부대원(그린베레) 출신인 마이크 왈츠 연방 하원의원(공화·플로리다)을 발탁했다.
대외 정책을 총괄하는 국무장관 후보에 마코 루비오 연방 상원의원(플로리다)을 내정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그에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최대 외교무대인 유엔에서 미국의 이익을 대변할 유엔 주재 미국대사에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재도전을 강력하게 지지했던 엘리스 스테파닉 연방 하원의원(뉴욕)을 지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
이러한 인선 작업에는 와일스 비서실장 지명자 외에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하워드 러트닉 정권인수팀 공동위원장, 스티브 위트코프 취임식 공동준비위원장 등이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특히 이들 가운데서도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 당선인을 위해 1억 달러(약 1천400억원) 이상의 정치자금을 쾌척하고, 선거운동에 발 벗고 나서 최측근 중 핵심으로 떠오른 머스크의 지난 1주일간 행보가 눈길을 끈다.
그는 첫 정권 인수팀 공식 회의에 참석하는 등 지난 1주일간 마러라고에서 계속 머물다시피 했고, 트럼프 당선인 일가와 사진을 찍는가 하면 식사를 같이하거나 골프를 함께 치는 등 '가족'처럼 지냈다.
또 트럼프 당선인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등을 비롯해 몇몇 외국 정상들과 통화할 때 이례적으로 함께 했다.
그뿐만 아니라 그는 차기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 경선과 관련, 릭 스콧(플로리다) 상원의원을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의사를 표명하는 등 '바람몰이'를 하며 의회 관련 업무에까지 목소리를 냈다.
이처럼 머스크는 트럼프 당선인의 굳건한 신뢰를 등에 업고 인사는 물론 외교활동까지 관여해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핵심적 역할을 할 것임을 뒷받침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내년 1월 20일 취임하면 곧바로 '바이든 정책 지우기'에 나설 것임을 내비치기도 했다.
대표적인 예가 환경보호청(EPA) 수장에 리 젤딘 전 연방 하원의원(공화·뉴욕)을 지명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미국우선주의 정책의 진정한 투사"라고 치켜세운 젤딘 전 의원은 바이든 행정부의 환경·기후 정책을 뒤집고 파리기후협약 탈퇴 등을 진행하는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의 이러한 '바이든 행정부 지우기'와 각종 정책에서의 '마이웨이' 행보는 본격적으로 재집권을 준비하면서 더 구체적이고 뚜렷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도 확 달라진 워싱턴의 정치권력 지형이 트럼프 당선인에게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트럼프 당선인은 당초 초박빙 접전이 예상됐던 이번 대선에서 7개 경합주를 싹쓸이하며 선거인단 312명(해리스 226명)을 확보하는 등 압승을 거뒀다.
또 유권자 일반 투표에서도 경쟁자였던 해리스 부통령에 300만표 이상 앞섰다.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유권자 일반 투표에서 민주당 후보에 승리한 것은 지난 2004년 조지 W. 부시 당시 대통령 이후 처음이다.
여기에다가 친정인 공화당이 상원과 하원의 의회 권력을 모두 장악할 것이 확실시돼 트럼프 당선인은 국정운영에 날개를 단 셈이 됐다.
아직 의회 선거 개표가 완료되지 않았지만 상원은 이미 100석 가운데 52석을 차지해 과반을 확보했고, 하원 역시 435석 가운데 218석 이상 차지하며 다수당을 유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사법부 역시 트럼프 당선인에게 우호적인 상황이다. 연방대법원은 보수성향 대법관 6명, 진보 성향 대법관 3명으로 구성돼 확고한 보수 우위 구도이다.
이에 따라 트럼프 당선인은 의회나 사법부의 견제나 발목잡기 없이 국정을 운영할 수 있는 여건을 갖췄다. 일각에선 오히려 권력분립의 원칙인 견제와 균형이 깨진 것을 우려하는 상황이 됐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당선인은 오는 13일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만난다.
평화로운 정권 이양 차원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관례에 따라 초청한 것인데, 이를 계기로 트럼프 당선인의 차기 행정부 인선과 정책 준비 작업은 더욱 활기를 띨 것으로 전망된다.
min2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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