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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7 (금)

[데스크 시각]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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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데이

김동선 사회경제부장


“사과한 사람은 있는데 사과받은 사람은 없다.”

임기 반환점을 앞두고 7일 있었던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와 기자회견에 대한 세평을 종합해 보면 이쯤으로 요약된다.

실제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 이튿날 주요 언론의 사설은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언론은 “어리둥절”(동아)해서 “어쨌든 사과한다만 기억나는”(중앙) “국민 눈높이에 못 미친 회견”(세계)이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김 여사 두둔에 힘 실린 회견으로 우려를 키웠다”(한국)면서 “마지막 기회를 걷어찼다”(경향)며 “이젠 더 이상 기대가 없다”(한겨레)고까지 했다. 그러면서 “의혹 해소는 미흡”(국민)한 만큼 “체감할 후속 조치를 서둘러야”(서울) 하고 “윤 대통령이 크게 바꿔 크게 얻기를 바란다”(조선)고 주문했다.

아내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여러 가지 의혹에 대해 윤 대통령이 사과는 했지만 국민은 사과받은 기분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과하는 방식이 틀렸거나 진정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일 터다. “특검은 삼권분립 체계 위반”이라는 대목에선 8년 전 국정농단 특검 수사팀장의 자기부정이 아닌가 싶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일부에선 진솔했다는 평가를 하지만 회견 중간 특유의 반말과 외신기자를 무시하는 듯한 아찔한 장면도 연출됐다.

윤 대통령 입장에선 ‘어찌 됐건’ 고개를 숙였지만 유독 아내 문제에 대해 ‘실드’를 치는 모습이 변명에 가깝다고 본 것이다. 이후에 나온 외신 인터뷰는 이를 뒷받침한다. 윤 대통령은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김 여사를 둘러싼 의혹과 관련한 질문에 문재인·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들을 거론하며 “전임 정부의 영부인도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다”고 했다. 그간 여러 정책 실패에 대해 전 정부의 잘못이라고 돌렸던 기시감마저 느껴진다.

윤 대통령은 “전광판을 보지 않는다”고 했지만 이 같은 민심은 그대로 지표로 나타나고 있다. 8일 한국갤럽의 국정지지도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2주 연속 10%대를 기록하며 최저치를 경신했다. 이번 주 나온 리얼미터 조사에서도 20% 초반대로 2주 연속 최저를 달리면서 부정평가는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이제 임기 반환점을 돈 윤 대통령은 4+1(의료·연금·노동·교육+저출생)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천명했다. 집권 후반기 양극화 해소에 힘쓰겠다는 의지는 반갑기까지 하다. 하지만 대통령의 말처럼 개혁은 “민생과 직결되고 우리 미래를 지키는 것”이다. 개혁에는 반발도 수반되는 만큼 국민적 동의와 숙의의 장이 꼭 필요하다. 개혁의 방향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차치하더라도 지지 기반마저 흔들리는 상황에서 개혁 동력에 힘이 실릴지도 의문이다. 개혁과 정책 과제의 상당수가 국회 동의를 수반하는데 국회와의 협력에는 이유를 떠나 거리감이 크기 때문이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들 한다. 바꿔 말하면 신분에 맞는 언행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래서 ‘검사 윤석열’과 ‘대통령 윤석열’의 생각과 말과 행동은 달라야 한다. 검사는 사람(권력자)에게 충성하지 않는 게 맞지만 대통령은 사람(국민)을 섬겨야 한다. 국민이 거는 기대도 그 지점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개혁을 하겠다면서 자신은 바뀌지 않은 채 남들에게만 변화를 요구해서야 되겠는가. 공허한 메아리가 될 뿐이다. 국민적 공감대 속에서 개혁을 완수하기 위해서라도 주변을 살피고 스스로 먼저 변해야 한다.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라는 타이틀로 치러진 지난 대선 정국에서는 누가 되더라도 암울하다는 예견이 많았다.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는지, 2년 반이 지난 지금 꼬일대로 꼬인 정치가 온 사회를 집어삼키고 있는 상황에 뒷맛이 아리다.

김동선 사회경제부장 matthew@

[이투데이/김동선 기자 (matthew@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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