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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3 (금)

[사설] 美 증시·비트코인은 불기둥, 코스피는 폭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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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가 3개월 만에 2500선 밑으로 주저앉았다. 코스피는 12일 전장보다 49.09포인트(1.94%) 내린 2482.57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2306억 원, 1095억 원 순매도했다. 944개 종목 중 791개 종목이 내렸다. 194개 종목이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코스닥도 18.32p(2.51%) 내린 710.52에 장이 끝났다. 폭포수가 따로 없다.

이와 대조적으로 훨훨 나는 시장도 있다. 미국 증시가 그렇다. 가상자산 시장도 마찬가지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 나스닥 지수는 11일(현지시간) 종가 기준 나란히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이들 뉴욕 3대 지수는 지난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확정 이후 랠리를 이어가며 올해 들어 최고의 한 주를 보냈다. 이번 주에도 고점을 더 끌어올리면서 ‘트럼프 열광’ 분위기를 이어가는 것이다. 비트코인도 불기둥이다. 시가총액이 이미 코스피 시총을 넘어섰다. 동학 개미의 수심이 깊어지지 않을 수 없다.

트럼프 2기가 아시아 증시에 부담을 줄 것이라는 사실은 예견된 일이다. 중국과의 갈등 심화, 미국 우선주의 경제 정책이 미칠 파장에 대한 우려가 약세장의 방아쇠를 연신 당기고 있다. 씁쓸한 것은 우리 자본시장이 받는 충격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점이다. 일본·홍콩·대만 증시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샴페인 파티를 즐겼던 곳이다. 줄곧 ‘박스피’에 갇혔다가 아예 나락으로 빠질 지경이 된 우리 처지와는 다르다.

한국 증시의 기초 체력을 키우지 않는 한 소외 현상은 심화할 수밖에 없다. 뒷북처방인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는 효험을 기대하기 어렵다. 실기한 정책은 아무런 도움도 될 수 없다. 금투세의 정치화로 시간을 허비한 거대 야당이 성찰할 일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체질 개선이 급하다. 밸류업 프로그램의 내실부터 다져야 한다. 유일한 당근책인 인센티브를 강화해야 한다. 정부의 주주환원 촉진 세제 신설에 더해 기업들이 요구하는 통합투자세액 공제 한도 폐지, 배당액 기업소득환류세제 인정 추진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일이다.

세계 최악의 상속세 완화도 효과적인 주가 부양책이 될 수 있다. 아무런 실익 없이 상속세 부담만 키우는 주가 상승을 반길 대주주가 어디에 있겠나. 이해 상충의 딜레마 해결 없는 밸류업은 사막의 신기루일 뿐이다. 대기업만의 문제도 아니다. 상장 기업 대다수가 가업 승계 어려움을 우려한다. 어제 열린 한국상장회사협의회 기획재정부 1차관 초청 간담회 참석 기업들은 “축적한 기술과 경영 노하우를 미래 세대에 물려주기 위해 안정적인 가업승계는 필수적인데 상속세 부담이 이를 가로막고 있다”고 했다. 이런 호소를 귓등으로 넘기면서 어디서 어떻게 유효한 처방전을 찾겠나.

자해적 입법은 중단해야 한다.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 확대 도입을 골자로 한 상법 개정이 대표적이다. 경영 활동이 위축되면 기업 가치는 떨어지기 마련이다. 주가 하락이 불가피하다. 기업 혁신을 가로막는 규제를 없애야 할 판국에 족쇄만 더 강력히 채우겠다고 아우성이니 기가 찰 노릇이다.

[이투데이 (opini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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