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아랍연맹과 이슬랍협력기구 공동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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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아랍 및 이슬람권 국가 정상들이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레바논에서 저지른 집단 학살(제노사이드)을 규탄하며 전쟁 중단과 국제사회의 제재를 촉구했다.
11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아랍연맹(AL)·이슬람협력기구(OIC) 공동 정상회의에서 57개 회원국 정상들은 세계 각국이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금수 조치를 단행하고 이스라엘의 유엔 회원국 자격을 정지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의 폐막 성명을 채택했다.
각국은 성명에서 “이스라엘 점령군이 가자지구에서 저지른 집단 학살과 인종 청소 등 끔찍하고 충격적인 범죄를 가장 강력한 용어로 규탄한다”며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했다.
또 이스라엘이 점령한 동예루살렘을 팔레스타인의 “영원한 수도”라고 지칭하며 “식민지 점령을 강화하려는 이스라엘의 모든 조치”를 비판하고 팔레스타인 주권 국가 수립을 지지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이 1967년 이후 점령한 아랍 영토에서 철수하라고 촉구했다. 이는 요르단강 서안지구와 동예루살렘, 가자지구와 골란고원을 의미한다.
이스라엘은 이 가운데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유대인 정착촌을 확대해 왔으며, 이날 이스라엘 극우 정치인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은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이 “서안 정착촌에 이스라엘 주권을 적용할 중요 기회”라며 서안지구 합병 의지를 노골화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집권 1기 당시 예루살렘이 자국 수도라는 이스라엘 주장을 받아들여 미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기고, 서안지구 유대인 정착촌 건설을 지지하는 등 이스라엘 편에 서온 것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의 동예루살렘 점령과 서안지구 내 유대인 정착촌 건설을 국제법을 위반한 ‘불법 점령’으로 규정해 왔다.
이번 공동 성명은 지난 5일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트럼프 당선인에게 보내는 아랍·이슬람권의 첫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제위기그룹의 중동지역 수석 분석가인 애나 제이컵스는 “이번 정상회의는 중동지역 지도자들이 미국의 개입 방식에 대한 의견을 차기 트럼프 행정부에 알리는 유용한 기회”라고 말했다.
이들 국가는 1년 전 같은 장소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가자지구를 무차별 공습한 이스라엘을 규탄하면서도 국제사회의 징벌적 제재 조치는 요구하지 않았다. 57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OIC와 22개 회원국이 있는 AL은 이스라엘과 국교를 맺은 국가와 그렇지 않은 국가가 모두 포함돼 있다.
정상회의 주최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와 레바논 등에서 벌이고 있는 군사 작전을 “집단 학살”이라고 규정하며 “이스라엘은 우리 형제들에 대한 군사 행동을 즉각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사우디의 경쟁 상대인 이란에 대해서도 “이란의 주권을 존중하고 그 영토를 침범해선 안 된다”며 국제사회가 이스라엘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와 시아파 맹주 이란은 중동 지역 패권을 두고 경쟁해 왔다. 2016년 1월 국교를 단절했으나 지난해 3월 중국 중재로 외교 관계를 복원한 후 최근 접촉면을 넓히고 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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