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스페인 폭우 참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수많은 자동차 무덤입니다.
수많은 차들이 반쯤 물에 잠긴 채 쓰레기 더미처럼 쌓여 있습니다.
뒤집어지고 아무렇게나 내동댕이쳐진 차들이 급류의 위력을 보여줍니다.
불어난 급류에 휩쓸려 온 자동차들이 건물 잔해들과 뒤섞여 거리 하나를 가득 메웠습니다.
자동차 무덤은 눈길 닿는 곳 어디에나 널려 있습니다.
불어난 물에 떠내려가던 자동차들이 철로 주변에 걸려 무덤을 이뤘습니다.
부서지고 구겨진 차 어딘가에 생존자나 실종자가 있을지 모릅니다.
이곳에는 피해 지역에서 실려 온 차들이 한 데 모여 산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런 차들이 10만 대가 넘습니다.
지하차도에 처참하게 부서진 채 뒤엉긴 자동차들이 그날의 참상을 말해줍니다.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대형 쇼핑몰 주차장도 물에 잠겼습니다.
이번 폭우로 지금까지 200명 이상이 숨지고 수십 명이 아직도 실종 상태입니다.
구조대가 버려진 자동차와 건물 잔해들을 뒤지며 실종자를 찾고 있습니다.
이번 참사는 스페인 자연재해 중 최악의 참사 중 하나로 기록될 전망입니다.
당시 비구름의 위성영상인데요, 스페인 상공의 찬 공기와 지중해의 고온 다습한 공기가 충돌하며 강력한 비구름이 발달했습니다.
이 비구름이 스페인 동부 발렌시아 주변에 하루에 300mm 이상의 폭우를 퍼부었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8시간 만에 491mm의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이곳은 1년 동안 내리는 비가 500mm 정도니까, 8시간 만에 1년 치 비가 한꺼번에 쏟아진 겁니다.
파괴적인 물 폭탄이 떨어져 곳곳에서 하천이 범람하거나 제방이 무너졌고 시내 중심부까지 흙탕물이 밀려왔습니다.
극단적인 폭우와 인명 피해의 원인은 크게 서너 가지로 분석됩니다.
우선 이례적인 폭우의 위력입니다.
올해 지구의 기온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전 세계 바닷물 온도도 기록적으로 높습니다.
하늘과 바다가 가열돼 더 많은 수증기를 머금을 수 있게 되고, 더 많은 비를 일시에 쏟아낼 수 있게 됐습니다.
[클레어 눌리스/세계기상기구 대변인]
"스페인 홍수는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수많은 기상이변과 물과 관련된 재난 중 하나입니다. 기후 변화는 극한 기상 현상에 기름을 붓고 있습니다."
여기다 급격한 도시화와 개발이 폭우의 위력을 키웠습니다.
피해가 가장 컸던 발렌시아 지역은 저지대라 평소에도 홍수 위험이 큰 곳입니다.
그런데 급격한 도시화로 아스팔트와 콘크리트가 땅을 덮어 빗물이 땅으로 스며들기 힘든 구조로 바뀌었습니다.
[정창삼/인덕대 스마트방재학과 교수 (MBC재난자문위원)]
"예전에는 비가 온 뒤 강수량의 약 50% 정도 유출이 일어났다면 지금은 약 70~80% (강수량 유출이) 일어나는 거죠. (유출) 총량도 늘어나고 도달 시간도 빨라지는 (문제가 있습니다.)"
홍수에 특히 취약한 지하 주차장과 지하도 등 지하 공간도 급증했지만, 홍수에 대비한 시설은 부족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시민들의 대피를 경고하는 경고 시스템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스페인 국왕이 피해 지역을 방문하자, 주민들이 흙덩이를 던지며 당국의 대응에 분노를 드러냈습니다.
스페인을 덮친 비극을 보면서 우리도 비슷한 아픔을 느낍니다.
지하 공간에서 일어난 사고만 보더라도 지난 2022년 중부지방 폭우로 발생한 서울 반지하 참사, 태풍 힌남노로 인한 포항 지하 주차장 참사, 2023년에는 청주시 지하 차도 참사가 떠오릅니다.
그때마다 많은 이들이 분노하거나 안타까워했고, 당국은 그런 재난이 재발하지 않게 하겠다며 철저한 대응을 약속하곤 했습니다.
기후변화로 폭우는 더 강해지고 있습니다.
폭우의 강도는 갈수록 더 강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반면 급속한 개발로 도시의 지하 공간은 급증하고, 빗물을 흡수할 수 있는 땅은 줄어들고 있습니다.
스페인 참사는 단지 스페인의 재난을 넘어, 우리나라와 전 세계에 경종을 울리고 있습니다.
근시안적이고 일시적인 대응으로는 앞으로 닥칠 폭우와 홍수 피해를 막을 수 없습니다.
지금 우리가 가진 폭우와 홍수 대응 시스템을 기본부터 점검해야 합니다.
[정창삼/인덕대 스마트방재학과 교수 (MBC재난자문위원)]
"하천이 범람할 수 있는 지역의 지하 공간에 대한 설계 기준이 없습니다. 수방 대책의 알파 오메가는 법입니다. 법으로 제정되지 않으면 아무리 경각심을 갖도록 해도 하지 않습니다."
도시를 개발할 때 이 점을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하고, 취약 계층을 보호할 수 있는 안전망 구축,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체계적인 교육과 사전 경고 시스템도 미룰 수 없는 과제입니다.
국제 사회와 협력해 기후 변화의 속도를 늦추기 위한 공동 대응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정창삼/인덕대 스마트방재학과 교수 (MBC재난자문위원)]
"올해는 스페인이었지만 내년에는 어느 나라가 될 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기후환경리포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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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인아 기자(innah@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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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차들이 반쯤 물에 잠긴 채 쓰레기 더미처럼 쌓여 있습니다.
뒤집어지고 아무렇게나 내동댕이쳐진 차들이 급류의 위력을 보여줍니다.
불어난 급류에 휩쓸려 온 자동차들이 건물 잔해들과 뒤섞여 거리 하나를 가득 메웠습니다.
자동차 무덤은 눈길 닿는 곳 어디에나 널려 있습니다.
불어난 물에 떠내려가던 자동차들이 철로 주변에 걸려 무덤을 이뤘습니다.
차와 함께 많은 사람도 같이 휩쓸렸습니다.
부서지고 구겨진 차 어딘가에 생존자나 실종자가 있을지 모릅니다.
이곳에는 피해 지역에서 실려 온 차들이 한 데 모여 산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런 차들이 10만 대가 넘습니다.
이런 폭우에 가장 위험한 곳은 낮은 곳, 지하 차도와 지하 주차장 같은 곳입니다.
지하차도에 처참하게 부서진 채 뒤엉긴 자동차들이 그날의 참상을 말해줍니다.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대형 쇼핑몰 주차장도 물에 잠겼습니다.
주차장 진입로부터 흙탕물과 잔해들이 가득 들어찼습니다.
이번 폭우로 지금까지 200명 이상이 숨지고 수십 명이 아직도 실종 상태입니다.
구조대가 버려진 자동차와 건물 잔해들을 뒤지며 실종자를 찾고 있습니다.
이번 참사는 스페인 자연재해 중 최악의 참사 중 하나로 기록될 전망입니다.
이번 폭우는 10월 29일, 강력한 저기압에 동반된 폭우 구름이 스페인 동부를 강타하며 시작됐습니다.
당시 비구름의 위성영상인데요, 스페인 상공의 찬 공기와 지중해의 고온 다습한 공기가 충돌하며 강력한 비구름이 발달했습니다.
이 비구름이 스페인 동부 발렌시아 주변에 하루에 300mm 이상의 폭우를 퍼부었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8시간 만에 491mm의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이곳은 1년 동안 내리는 비가 500mm 정도니까, 8시간 만에 1년 치 비가 한꺼번에 쏟아진 겁니다.
파괴적인 물 폭탄이 떨어져 곳곳에서 하천이 범람하거나 제방이 무너졌고 시내 중심부까지 흙탕물이 밀려왔습니다.
극단적인 폭우와 인명 피해의 원인은 크게 서너 가지로 분석됩니다.
우선 이례적인 폭우의 위력입니다.
올해 지구의 기온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전 세계 바닷물 온도도 기록적으로 높습니다.
하늘과 바다가 가열돼 더 많은 수증기를 머금을 수 있게 되고, 더 많은 비를 일시에 쏟아낼 수 있게 됐습니다.
[클레어 눌리스/세계기상기구 대변인]
"스페인 홍수는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수많은 기상이변과 물과 관련된 재난 중 하나입니다. 기후 변화는 극한 기상 현상에 기름을 붓고 있습니다."
여기다 급격한 도시화와 개발이 폭우의 위력을 키웠습니다.
피해가 가장 컸던 발렌시아 지역은 저지대라 평소에도 홍수 위험이 큰 곳입니다.
그런데 급격한 도시화로 아스팔트와 콘크리트가 땅을 덮어 빗물이 땅으로 스며들기 힘든 구조로 바뀌었습니다.
[정창삼/인덕대 스마트방재학과 교수 (MBC재난자문위원)]
"예전에는 비가 온 뒤 강수량의 약 50% 정도 유출이 일어났다면 지금은 약 70~80% (강수량 유출이) 일어나는 거죠. (유출) 총량도 늘어나고 도달 시간도 빨라지는 (문제가 있습니다.)"
홍수에 특히 취약한 지하 주차장과 지하도 등 지하 공간도 급증했지만, 홍수에 대비한 시설은 부족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시민들의 대피를 경고하는 경고 시스템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스페인 국왕이 피해 지역을 방문하자, 주민들이 흙덩이를 던지며 당국의 대응에 분노를 드러냈습니다.
스페인을 덮친 비극을 보면서 우리도 비슷한 아픔을 느낍니다.
지하 공간에서 일어난 사고만 보더라도 지난 2022년 중부지방 폭우로 발생한 서울 반지하 참사, 태풍 힌남노로 인한 포항 지하 주차장 참사, 2023년에는 청주시 지하 차도 참사가 떠오릅니다.
그때마다 많은 이들이 분노하거나 안타까워했고, 당국은 그런 재난이 재발하지 않게 하겠다며 철저한 대응을 약속하곤 했습니다.
기후변화로 폭우는 더 강해지고 있습니다.
폭우의 강도는 갈수록 더 강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반면 급속한 개발로 도시의 지하 공간은 급증하고, 빗물을 흡수할 수 있는 땅은 줄어들고 있습니다.
스페인 참사는 단지 스페인의 재난을 넘어, 우리나라와 전 세계에 경종을 울리고 있습니다.
근시안적이고 일시적인 대응으로는 앞으로 닥칠 폭우와 홍수 피해를 막을 수 없습니다.
지금 우리가 가진 폭우와 홍수 대응 시스템을 기본부터 점검해야 합니다.
[정창삼/인덕대 스마트방재학과 교수 (MBC재난자문위원)]
"하천이 범람할 수 있는 지역의 지하 공간에 대한 설계 기준이 없습니다. 수방 대책의 알파 오메가는 법입니다. 법으로 제정되지 않으면 아무리 경각심을 갖도록 해도 하지 않습니다."
도시를 개발할 때 이 점을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하고, 취약 계층을 보호할 수 있는 안전망 구축,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체계적인 교육과 사전 경고 시스템도 미룰 수 없는 과제입니다.
국제 사회와 협력해 기후 변화의 속도를 늦추기 위한 공동 대응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정창삼/인덕대 스마트방재학과 교수 (MBC재난자문위원)]
"올해는 스페인이었지만 내년에는 어느 나라가 될 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기후환경리포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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