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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4 (목)

[사설]돈도 사람도 등지는 한국, 이래도 미래 활력 문제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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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보유액이 급증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1000억달러(약 140조원)를 넘어섰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보관된 서학개미들의 미국 주식이 지난해 말 680억 2349만달러에서 7일 1013억 6571만 달러로 333억 4222만달러(49%)나 늘어났다는 것이다. 같은 기간 국내 증시 대기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이 60조원 안팎에서 50조원 안팎으로 10조원가량 줄어든 것과 딴판이다. 국내 증시 침체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활기찬 해외 증시로 국내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는 셈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상속·증여세 부담을 피해 돈을 들고 해외로 투자이민하려는 부유층도 최근 늘어나고 있다.

돈뿐 아니라 인재 유출도 심각하다. 미국 시카고대 폴슨연구소에 따르면 2022년 기준으로 한국에서 대학원 과정을 마친 인공지능(AI) 인재의 40%가 해외로 떠나며, 주된 행선지는 미국이다. 반도체 분야도 고급 인재들이 국내보다 훨씬 대우가 좋은 해외 기업으로 줄줄이 직장을 옮겨 심각한 인재난에 시달리기 시작한 지 오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2012년~2021년) 사이에 학부부터 대학원 이상 과정까지 이공계 학생 중 해외유학을 떠난 인원이 34만여 명에 이른다. 반면 국내로 유입된 외국인 유학생은 그 절반인 17만여 명에 그쳤다.

돈과 사람의 엑소더스는 당장 국내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뿐 아니라 성장잠재력을 떨어뜨려 미래 경제 전망도 어둡게 한다. 국내 증시가 코로나 사태로 인한 글로벌 급락 장세에서 회복되는 속도가 주요국 가운데 가장 느렸던 데서도 그런 영향이 느껴진다. 정부가 역점 추진한 밸류업 정책이 먹히지 않는 것도, 반도체를 비롯한 국내 첨단기술 기업들의 실적이 불안정해진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 배경에는 다양한 구조적 원인이 자리 잡고 있다. 첨단기술 분야에 대한 정부의 지원 부족, 기업의 활력과 혁신을 저해하는 법 및 제도적 규제, 창의성 계발을 억누르는 입시위주 교육 등을 꼽을 수 있다. 증시도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만으로는 살릴 수 없다. 길게 내다보고 투자 대상으로서 한국 기업의 매력도를 높여갈 전반적인 개혁 대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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