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원스님 구리 신행선원장 |
사람의 혈액형은 A, B, O, AB 등으로 나뉜다. 그 형별에 따라 성격을 특정하기도 한다. 그것이 과학적으로 연관성이 없다는 사실도 익히 밝혀져 있다. 하지만 여전히 그것을 믿는 사람이 많은 것은 자신의 성향이나 정체성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서 일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 혈액형에 대한 통념에 의해 개인의 성격이 굳어지는 일도 있다고 한다. 그렇게 타고 난 것이 아니라 그렇다고 하니까 그렇게 된 것이라는 것이다. 심지어는 상대방의 혈액형에 따라 선입견을 가지고 그 사람을 단정짓고 그에 맞게 대한다는 것이다.
기후적이나 역사적으로 변화무쌍한 이 땅의 한민족에게는 무엇이든 주변을 규정하고 파악하고자 하는 본능에 그런 것이 두드러지는 것 같다. 최근에는 MBTI(자기 보고식 성격 유형 검사 도구)가 크게 유행하기도 했다.
고정관념을 가지는 것은 생존에 유리하기도 하지만 해롭기도 하다. 사람은 상황에 따라 같은 상황에도 다른 판단과 선택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하지만 주변에서 '너는 그런 사람이잖아' 라고 몰아간다면 그렇게 굳어 버린다. 긍정적인 확정도 때로는 강요와 폭력적이 된다. 하물며 그것이 부정적인 것일 때는 상대방을 벼랑 끝으로 몰고간다. 어떤 시험 앞에서 불안한 사람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안가던 교회나 절에도 가고 무속인에게도 기대어 무언가 긍정적인 답을 얻고자 한다. 수험생이 시험보는 교문에 엿을 붙이고 기도하던 어머니들의 모습들을 우리는 이해한다.
하지만 그것이 과학적이라고 믿지는 않는다. 고대에 중국 황실에서는 점술가가 거북이 배껍질을 태워서 그 크랙을 보고 점을 쳐서 전쟁의 승패를 황제에 보고했다고 한다. 한 나라의 전쟁이 한낱 점술가에 의해 결정되던 것이다. 몇 천년 전에 주술에 의존하던 경향이 아직도 여전히 전승되고 있다. 한쪽에서는 사람의 지능을 능가하는 AI를 연구하고 화성에 유인 우주선을 보내기 위해 로켓을 발사하는데 한쪽에서는 점을 치고 있는 아이러니한 시대다.
붓다는 결정론을 부정했다. 모든 것은 인연 화합에 이해 형성되고 또한 인연에 의해 변화된다. 또한 자신의 의지에 의해 자신과 세상이 변화된다고 말한다. 불교에서 말하는 무아(無我)는 내가 없어서 없다는 것이 아니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기도 하지만 나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어떤 유형의 사람이 되어야 할까? 세상이 부와 명예, 권력을 좇아가지만 그런 것을 어린아이 장난감 보듯 하는 사람은 그런 자리에 있더라도 넘치거나 교만하지 않을 것이다. 값비싼 명품으로 온몸을 치장하고 있는 이를 만나더라도 부러워하거나 질투하지 않는 사람, 그런 사람은 그저 타인에게 혐오감을 주지 않는 행실로 자신을 치장한다. 그런 사람은 재정적 여유가 있을 때에도 먼저 주변을 살핀다. 어느 날 행운이 찾아와 삶이 크게 변하더라도 그의 눈빛은 전과 같을 것이고, 크게 좌절하는 일이 생기더라도 금방 훌훌 털고 일어날 것이다. 대체로 이런 사람은 강한 사람이다. 쉽게 규정할 수 없는 사람이며 그는 텅 빈 것 같지만 순식간에 가득 차기도 한다.
우리는 어떤 유형의 사람이 되어야 할까? 말장난 같지만 텅 비어 가득한 사람일까? 그런 사람이 되기를 희망한다. 얼마전 롤드컵으로 명명되는 리그 오브 레전드의 월드 쳄피언십 우승컵을 들어올린 페어커(FAKER) 이상혁 선수는 명상을 자주 한다고 한다. 긴장되고 불안한 순간 점을 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차분하게 하는 명상을 선택한 것이다. 그의 그런 습관이 당 대회의 최고령 우승자가 되게 한 하나의 요인이었을 것이다.
마음은 주변에 쉽게 영향을 받는다. 명상은 그 마음을 고요하게 하는 힘을 얻게한다. 그렇다고 명상만 하라는 것이 아니라 하루 단 10분이라도 명상을 한다면 삶이 달라질 것이다. 특히 감정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면 더욱 그렇다. 누가 혈액형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무형(無形)이라고 대답하면 어떨까.
혜원스님 구리 신행선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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