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27살 둘째아들 박진영씨
방송·보육원 수색에도 무소식
"초동수사만 잘했어도…" 분통
"초동수사만 제대로 했어도 우리 진영이를 찾았을 거예요. 당시 담당자들만 생각하면 지금도 억장이 무너지네요."
아버지 박정문씨는 둘째아들 박진영씨(사진·현재 나이 27세) 생일인 5월만 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이 무기력해진다. 실종아동의 날인 5월 25일도 있어 슬픔은 더욱 커졌다. 박씨가 진영씨를 잃어버린 것은 1997년 10월 19일이다. 진영씨를 데리고 남대문시장으로 향하던 박씨의 아내는 서울역 지하도에서 화장실에 가기 위해 한 노인에게 아이를 맡겼다. 하지만 돌아와보니 아이와 노인 모두 사라져 있었다. 아이를 잃어버렸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온 박씨는 역전 파출소를 찾아갔다. 경찰은 '경찰서로 가라'며 실종신고를 하러 간 박씨를 문전박대했다. 박씨는 곧바로 인근 남대문경찰서로 향했지만, 실종아동 접수를 받는 182번으로 전화하라는 한 형사와 한 시간 가까이 실랑이를 벌여야 했다. 결국 박씨는 경찰서에서도 신고접수를 하지 못했다.
박씨는 발걸음을 돌려 진영씨를 잃어버린 지하도를 다시 찾았다. 노숙인들에게 아이를 봤는지 묻자 한 노숙인이 '어떤 할아버지가 방금 아기를 데리고 왔다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박씨가 경찰의 초기 대응만 제대로 됐어도 진영씨를 찾을 수 있었다고 주장하는 대목이다.
그는 "경찰서에서 싸우는 동안 아이를 맡아줬던 노인이 다시 데려온 것 같다. 경찰이 실종 직후에 주변 수색만 해줬어도 진영이를 찾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씨는 이후 매일같이 파출소와 경찰서를 찾아갔다. 끈질긴 노력 끝에 실종 20여일 만에 용산경찰서는 1개 중대를 동원해 동자동 쪽방촌에 모여 있다고 알려진 '껌팔이' 수색에 나섰다. '버려진 아이들을 데려와 일을 시킨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했지만 진영씨를 찾지는 못했다. 실종 직후에는 나몰라라 했던 경찰의 '뒷북 대응'이었다고 박씨는 지적했다.
박씨는 이후에도 경찰의 미진한 수사에 망연자실했다. 잠깐 맡긴 아이를 데려갔다면 단순 실종이 아닌 납치 사건으로 수사해야 하지만 아직도 실종으로 사건을 분류하고 있다. "박씨는 "경찰에게 계속 따지자 오히려 나를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조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며 "경찰 말고 도움받을 곳이 없는 사람을 문전박대하고 결국 아무것도 해준 것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후 박씨는 인천 지역방송의 한 실종아동 찾기 방송에 출연했다. 방송 출연 후 '영도다리에 아이를 데리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부산까지 달려갔지만 사실이 아니었다. 이밖에 아이를 잃어버린 부모에게 돈을 요구하는 등 가짜 제보전화가 계속 걸려와 2차 피해로 이어졌다고 한다. 실종아동 부모들은 연 2회 부모를 잃은 아이들이 생활하는 보육원을 수색한다. 이 과정에서도 어려움이 많다고 한다. 박씨는 "경찰이 미리 수색한다고 알려줘 서류 등을 감추는 일도 있었다"며 "자기 일이 아닌 사람들은 관심도 없고 오히려 이용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소연했다.
unsaid@fnnews.com 강명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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