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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폼페이 인간 화석 DNA 분석했더니… “저희, 가족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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伊-美 공동 연구팀, 국제학술지 발표

고대 DNA와 금속원소 활용해 조사

성별-가족관계-유전적 배경 등 확인

동아일보

기원전 79년 이탈리아 남부 베수비오 화산 폭발 이후 폼페이에서 발견된 인간 화석의 모습. 폼페이 고고학 공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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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 폭발로 소멸한 고대 로마의 작은 마을 폼페이에 묻혀 있던 시신에서 채취한 DNA가 폼페이 역사를 바꿀 것으로 보인다. DNA를 활용한 광범위한 분석에 따르면 오늘날 공식화된 전통적인 가족상과 일치하지 않는 가족 관계들이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원전 79년 이탈리아 남부 베수비오 화산이 폭발하며 폼페이 마을 전체가 화산재에 뒤덮였다. 화산재에 파묻힌 사람들은 오늘날 인간 화석으로 남아 있다. 이탈리아 피렌체대와 미국 하버드대 공동 연구팀은 폼페이 인간 화석에서 DNA를 채취하고 개인의 성별과 가족 관계를 해석한 연구 결과를 8일(현지 시간)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DNA와 스트론튬 동위원소를 활용하면 폼페이 주민들의 기원과 다양성을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연구를 진행했다. 금속 원소인 스트론튬은 토양, 암석, 동식물 등에 흔하게 존재하며 동위원소비를 통해 연대를 측정하거나 생물의 거주 및 이주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연구팀은 복원 중인 86개의 폼페이 인간 화석 중 14개를 대상으로 스트론튬 동위원소비와 DNA 분석을 진행했다. 분석 결과 폼페이 주민들은 다양한 유전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돼 있었다. 지중해 동부에서 온 이민자 후손들이 많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번 발견은 로마제국의 세계주의적 성격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당시 로마제국은 다양한 민족과 문화를 수용하고 통합해 제국을 구성했기 때문에 유전적 다양성이 존재한다는 설명이다.

가족 구성원에 대한 연구팀의 분석은 기존 해석과 차이가 있었다. 데이비드 라이히 하버드대 의대 유전학과 교수는 “DNA에서 발견한 과학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해석은 일반적인 해석과 일치하지 않았다”며 주목할 만한 사례를 들었다.

일반적으로 황금 팔찌를 차고 아이를 안고 있는 성인의 모습은 어머니와 아들로 해석됐다. DNA 분석 결과 이 같은 모습을 취하고 있는 성인과 아동 인간 화석은 서로 유전적 관련이 없으며 심지어 성인은 성별이 남성이라는 점이 확인됐다.

마찬가지로 그동안 자매 또는 모녀로 추정돼온 인간 화석들도 둘 중 한 명이 남성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서로 껴안고 있는 화석 등 짝을 이루고 있는 폼페이 인간 화석들에 대한 기존 고고학자들의 해석에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연구팀은 “고고학 데이터에 대한 해석은 인류에 대한 이해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며 “잘못된 가정과 해석을 피하기 위해서는 고고학과 역사 정보에 유전자 데이터를 통합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고대 사회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유전자 분석을 포함한 다학제적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앞서 2월에는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손상된 두루마리에 적힌 문자를 인공지능(AI)이 해독한 성과가 공개됐다. 이집트, 스위스, 미국 공동 연구팀은 고해상도 컴퓨터단층촬영(CT)을 통해 두루마리를 촬영하고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활용해 두루마리에 적힌 문자를 확인했다.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훼손된 파피루스 조각과 두루마리 내용을 밝히는 ‘베수비오 챌린지’에 참여한 우승팀의 해독 성과다. 현대 과학기술을 통해 고문서의 해독력을 높인 이 성과 또한 고고학 연구에 다학제적 접근이 필요한 당위성을 제시했다.

문세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moon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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