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산시 영남대학교에서 10일 오전 영남대 민주동문회원들이 대학 내 설치된 박정희 동상에 밀가루를 뿌리고 있다.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영남대가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을 교내에 건립하자 학내외에서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영남대 동문회 등은 박 전 대통령의 동상에 달걀과 밀가루 등을 뿌리며 동상 설치를 규탄했다.
영남대학교 민주동문회원 40여명은 10일 경북 경산시 영남대 박정희 동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친일 반민족 독재자 박정희 동상 설치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대학은 학내외 반대 여론에도 학내 구성원들에게 알리지 않고 기어코 박정희 동상을 설치하고 말았다”며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으며 영남대 본부와 최외출 총장은 동상을 즉각 철거하라”고 촉구했다.
동문회는 박 전 대통령 동상을 향해 달걀 4개와 밀가루를 뿌린 뒤 검은색 천막으로 동상을 덮었다. 기자회견 도중 대학 측 신고로 경찰이 출동해 미신고 집회 경위를 묻는 등 소란이 일기도 했다.
영남대는 지난달 23일 개교 77주년을 맞아 학내 천마아너스파크 광장에 2.5m 높이의 박 전 대통령 동상 제막식을 열었다. 동상 아래에는 ‘영남대학교 설립자 박정희 선생’이라고 적혀 있고 뒤에는 ‘내 일생 조국과 민족을 위하여’라고 적힌 대형 펼침막을 세웠다. 동상 제작 비용은 이돈 영남대 미주연합총동창회장이 전액 기부했다.
경북 경산시 영남대학교에 설치된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김현수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영남대는 보도자료를 통해 “박정희 선생의 창학 정신과 교육 철학, 업적을 기리고 개교 77주년을 맞아 그의 뜻을 후대에 더욱 빛내기 위해 이번 행사를 마련했다”며 “설립자인 박정희 선생은 1967년 교육철학과 애국애민 정신으로 영남대학교를 설립하고 영남대의 교육 지표를 제시했다”고 밝혔다.
영남대 총학생회는 박 전 대통령 동상 설립 과정에서 대학본부와 학생들 간 소통이 없었다고 즉각 반발했다. 또 학생들을 상대로 동상 찬반 투표를 진행한 결과 반대 80%, 찬성 20%의 결과가 나왔다고 덧붙였다.
학생 온라인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에서도 “부끄러운 게 사실” “따지면 학교 설립자도 아니고 학교 뺏은 사람으로 동상을 만드는 거” “개교 77주년이던데 박정희가 영남대를 설립한 건 1967년, 개교된 지 57년밖에 안 됨” 등의 게시글이 올라오고 있다.
영남대는 1947년 경주 최부자로 불리는 독립운동가 최준 선생이 선산과 집 등 재산을 기부해 설립한 ‘대구대학’과 1950년 세워진 전국 최초의 야간대학 ‘청구대학’이 통합된 대학이다.
1960년 재정난에 빠졌던 대구대학은 5·16군사정변 이후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 회장에게 경영권이 넘어갔다. 박 전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 전 대통령은 1980년부터 학교법인 영남학원 이사와 이사장을 맡아오다가 1988년 학내 비리 사건으로 대학을 떠났다.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짧게 살고 천천히 죽는 ‘옷의 생애’를 게임으로!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