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조정실, 한달간 체육회 비위 점검 실시
업무방해·금품 수수·횡령 등 8명 수사 의뢰
이기흥, 자격요건 완화해 특정인 채용 강행
올림픽참관단 지인 추천, 상습폭언 등 의혹
체육회, 280억원 후원 물품 사용 관리 미흡
[김해=뉴시스] 김명년 기자 =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이 지난 10월17일 오후 경남 김해 아이스퀘어호텔에서 열린 '체육계 미래지향적 관계구축을 위한 대한체육회장·회원단체장 공동기자회견'에서 운영 비위 관련 논란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2024.10.17. kmn@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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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승민 기자 =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채용 자격요건을 완화해 자신의 자녀 친구를 뽑도록 하는 등 체육회 내 비위 행위가 다수 적발됐다. 정부는 이 회장 등 8명을 수사 의뢰할 예정이다.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공직복무점검단(점검단)'은 지난 10월 8일부터 11월 8일까지 대한체육회 비위 여부 점검을 실시한 결과를 10일 발표했다.
점검단은 이기흥 체육회장 등 관련자 8명을 직원 부정채용(업무 방해), 물품 후원 요구(금품 등 수수), 후원물품의 사적 사용(횡령), 체육회 예산낭비(배임) 등 혐의로 수사 의뢰하기로 했다.
또 이 회장의 부적절한 언행 및 업무추진비 부적정 집행 등 기타 위규에 대해서는 관련자 11명을 법에 따라 조치하도록 소관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에 통보하기로 했다.
점검단에 따르면 이 회장은 국가대표선수촌 직원 채용 과정에서 부당한 지시를 통해 자신의 자녀 친구인 A씨 채용을 강행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해당 직위는 선수촌 내 훈련 관리 담당자로 국가대표 경력과 2급 전문스포츠지도사 자격이 요건이었다.
이에 이 회장은 관련 담당자들에게 해당 직위의 자격요건 완화를 수차례 지시했다. 2022년 6월 '요건 완화시 연봉 하향 필요' 보고를 묵살했고, 7월에는 요건 완화에 반대하는 채용부서장을 교체한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2022년 8월 국가대표 경력, 지도사 자격 요건이 모두 삭제된 채로 채용공고가 이뤄졌다. 이 회장에게 A씨 이력서를 전달받은 선수촌 고위간부는 면접위원으로 참여해 A씨에게 최고 점수를 줬고, A씨는 최종 채용됐다.
점검단은 또 선수촌 고위간부 C씨가 이 회장 승인 하에 특정 스포츠종목단체 회장 D씨에게 선수 제공용 보양식과 경기복 구입 비용 대납을 요청해 승낙을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조사에 따르면 D씨는 올해 초 이 회장에게 파리올림픽 관련 주요 직위를 맡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한 뒤 5월께 물품 비용 대납 의사를 표했고, 이후 실제로 희망했던 직위를 맡은 뒤 약 8000만원을 대납했다.
이 회장은 또 총 98명으로 구성된 파리올림픽 참관단에 체육계와 무관한 지인 5명을 포함하도록 추천하고, 이들이 계획에 없던 관광 등 별도 일정을 할 수 있도록 특혜를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점검단은 이들 5명의 항공료(1인당 301만원~336만원)를 체육회가 대납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를 시도했으나 체육회 등의 비협조로 확인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점검단은 이 회장의 상습적 욕설과 폭언 등 부적절한 언행도 다수 드러났다.
직원 진술에 따르면 이 회장은 2022년 6월 직원 채용 요건 완화시 연봉을 하향해야 한다는 보고에 "어떤 XXXX가 그런 소리를 하느냐"며 욕설과 폭언을 1시간 가량 이어갔다.
지난 8월 파리올림픽 선수단 해단식 관련 회의에서 "문체부 장관이 행사에 온다면 당신을 인사조치하겠다"고 말하거나, 2021년 상반기 예산 담당자들에게 "넌 문체부 XX야, 체육회 XX야"라고 폭언을 하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회 국정감사 증인 출석 회피 목적의 지방 일정 진행 정황도 확인됐다.
이 회장은 10월2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이날 전북 남원시에서 열린 '국립 유소년 스포츠콤플렉스센터 건립' 업무협약식 참석을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냈다.
그러나 해당 협약식은 오전 11시55분 종료됐고, 이 회장은 오후 5시33분께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을 찾아 인근 식당에서 선수촌 직원들과 10시20분까지 폭탄주를 곁들인 식사를 했다. 문체위 국정감사는 다음날 1시39분까지 이어졌다.
이밖에도 이 회장은 체육회 소유의 약 6300만원 상당 평창올림픽 마케팅 수익 물품을 회장실로 배당받아 이 중 휴대전화 14대(1700만원 상당) 등을 배부대장에 기록하지 않고 지인 등에게 제공한 의혹, 2021년부터 지난 2월까지 타 부서 배정 후원물품 중 3500만원 상당을 회장실로 가져와 1600만원 상당의 물품을 직접 쓰거나 방문객에 제공한 의혹 등을 받는다.
체육회 차원의 방만 운영 문제도 제기됐다. 점검단은 체육회가 2016년 1월부터 지난달까지 후원·기부나 수익사업을 통해 총 280억원 상당의 물품을 제공받았으나, 후원 관리부서는 사용부서에서 물품을 적정하게 사용하는지 확인하지 않고 사용부서도 기록을 관리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체육회 정관을 위반해 이사회 사전 의결 없이 2023년 항저우아시안게임 참관단 운영예산 선집행, 기획재정부 장관 승인 없이 수의계약 사유를 확대한 계약규정 개정 등이 운영상 문제 사례로 적발됐다.
한편 점검단은 "이번 점검시 대한체육회 일부 임직원의 비협조와 방해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고 밝혔다.
점검단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 5~9일 5일 중 대면 조사 일정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었으나 전례가 없는 서면조사를 요구하며 장기간 출석을 지연해 회피했다.
이밖에도 점검단 방문일에 업무용 PC 하드디스크를 제거하거나 자료를 보관하고 있음에도 제출을 거부하고, 연가를 사용해 추가 조사에 불응하는 등 조사 방해 사례가 다수 있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ks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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