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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이슈 뮤지컬과 오페라

한국은 뜸하고 해외는 활발···주크박스 뮤지컬 온도 차는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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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훈·이문세 콤비 ‘광화문연가’ 공연중

검증된 인기곡 활용할 수 있지만

뮤지컬 핵심 관객과 부조화 가능성

해외에선 여전히 활발히 제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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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훈이 작사·작곡하고 이문세가 노래한 곡을 활용한 뮤지컬 <광화문연가>. CJ EN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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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광화문연가>(내년 1월5일까지 서울 디큐브 링크아트센터)의 예매 내역을 보면 특이한 점이 있다. 통상 뮤지컬 주요 관객층은 20~30대지만, 10일 이 작품의 인터파크 티켓 예매자 통계를 보면 30대(26.6%), 40대(25.9%), 20대(21.6%), 50대(16.4%) 순이다. ‘관람후기’에 “부모님 보실 수 있게 표를 끊어드렸다”는 내용도 있는 것으로 보아, 실제 관객 연령대는 예매자 통계보다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직접 관람한 <광화문연가> 객석에서도 평소 뮤지컬 공연장에서는 보기 힘든 중장년 관객이 다수 눈에 띄었다.

2017년 초연해 이번이 4연째인 <광화문연가>는 이영훈이 작사·작곡하고 이문세가 부른 노래들로 꾸며진 뮤지컬이다. ‘붉은 노을’ ‘소녀’ ‘사랑이 지나가면’ ‘옛사랑’ 등 이영훈·이문세 콤비의 아름다운 노래들을 만끽할 수 있다. <광화문연가>는 이미 발표된 대중음악을 뮤지컬 무대에서 활용한 주크박스 뮤지컬 장르에 속한다. 뮤지컬 역사에서 주크박스 뮤지컬은 꾸준히 제작되다가, 1999년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초연한 <맘마미아!>의 세계적인 인기와 함께 제작 편수가 급증했다. <맘마미아!>는 스웨덴 그룹 아바의 노래로 만든 뮤지컬이다.

한국에서도 <맘마미아!>의 흥행 이후 주크박스 뮤지컬의 가능성에 주목해왔다. <광화문연가>가 그렇듯 20~30대에 한정됐던 뮤지컬 관객층을 넓힐 수 있는 데다가, 이미 대중에게 익숙한 노래들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관객의 기억에 오래 남을 ‘킬링 넘버’의 존재 여부는 뮤지컬 성공의 관건 중 하나인데, 주크박스 뮤지컬은 모든 곡이 ‘킬링 넘버’일 수 있다. <그날들>(김광석), <미인>(신중현), <사랑했어요>(김현식), <시스터즈>(바니걸스·희자매 등) 등이 한국의 창작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하지만 소수의 작품이 꾸준히 공연되는 것을 제외하고는 한동안 이어졌던 주크박스 뮤지컬 제작 열기가 예전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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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의 노래를 들을 수 있는 <맘마미아!>의 한 장면. 신시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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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 요인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이미 존재하는 노래로 만들기에 가사를 바꿀 수 없다는 점이다. 이는 가사와 극의 서사가 자유롭게 맞물릴 수 없게 한다. ‘가왕’ 조용필의 노래로 뮤지컬을 만들려는 시도도 이런 이유로 일단 무산된 상태다. 조용필 측은 지난해 뮤지컬 대본 공모전을 열어 300여 편의 작품을 받았지만, 당선작을 내지 못했다. 당시 심사위원단은 “전반적으로 음악이 스토리와 어우러지지 않아 주크박스 뮤지컬로 개발이 어려울 것이라 생각됐다. 무엇보다 조용필의 음악을 스토리와의 연결성 없이 극 중 등장인물이 직접 노래하는 신으로 단순하게 차용하는 점이 아쉬웠다”고 평했다.

주크박스 뮤지컬이 현재 40~50대에 익숙한 노래들로 제작된다는 점은 관객 확대 측면에서 긍정적이지만, 뮤지컬 핵심 관객인 20~30대로부터는 멀어지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광화문연가>가 4연까지 이어질 수 있는 배경에는 이영훈·이문세 콤비의 노래가 빅뱅, 아이유, 규현, 로이킴 등 가수들에 의해 리메이크돼 젊은 관객에게도 익숙하다는 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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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잭슨의 삶을 그린 뮤지컬 <MJ>. 토니상 10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돼 뮤지컬 남우주연상 등 4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CJ ENM이 제작에 참여했다. ⓒMatthew Mur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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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마미아!>만큼의 히트작은 나오지 않지만, 해외에서는 주크박스 뮤지컬이 꾸준히 제작되는 추세다. <MJ>(마이클 잭슨), <&줄리엣>(맥스 마틴이 만든 백스트리트 보이스·브리트니 스피어스·본 조비 등 의 노래), <헬스 키친>(알리시아 키스) 등이 최근 좋은 반응을 얻은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1980년대 불세출의 팝스타 프린스의 노래를 활용한 <퍼플 레인>은 내년 초연 예정이다. 최윤하 CJ ENM 글로벌사업 PD는 “최근 해외의 주크박스 뮤지컬은 <물랑루즈!>처럼 여러 가수의 음악을 섞은 ‘매시 업’ 형식을 취하거나, 가수의 일대기 형식을 벗어나 다양한 스토리적 접근을 시도하는 식으로 다양화하고 있다”며 “음악적 익숙함과 향수, 신선한 스토리라인, 압도적인 연출력과 스펙터클 등 다양한 요소 때문에 주크박스 뮤지컬은 여전히 글로벌 시정에서 경쟁력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박병성 공연 칼럼니스트는 “브로드웨이는 중장년 관객을 주요 대상으로 하기에, 올드팝을 즐긴 세대와 관객층이 겹친다”며 “한국은 공연 관객층과 과거 음악 향유층이 다르고, 정해진 가사로 자연스럽게 드라마를 전개하기도 쉽지 않아 주크박스 뮤지컬 제작이 뜸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백승찬 선임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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